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띤떵훈 Aug 09. 2017

풉, 힙스터

힙스터 까기








 현대의 힙스터란 말이 가진 의미는 주류에 반하는 인디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그들의 독자성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외형밖에 없기 때문에, 뭉뚱그려 멋쟁이의 표상을 힙스터라 부른다. 홍대병 환자를 힙스터라 부르는 것처럼, 패턴화 된 멋쟁이가 힙스터다. 주류에 반하고자 하는 그들이 실은 그 안의 주류에 편승한다. 개성 추구로 보이지만 속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간 범주에 속해 다른 몰개성을 생산하는 것이다. 완전한 특별함 보다 적당한 특별함이 멋으로 여겨진다. 세상에 단 하나면 파격이지만, 수를 늘리면 하나의 흐름이 된다. 파격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 들어오고 상대적 마이너 문화가 되면 그것은 '멋'으로 비친다. 자신을 남과 구분 지으려 하는 행위가 실은 어딘가에 소속되려는 모순이다.


재밌게도 몇 가지 힙스터를 상징하는 것들이 있다. 커피, 페페로니 피자, 뿔테 안경, 수염, 플란넬 셔츠, 인디밴드, 빅시 자전거, 인스타그램, 텀블러 등의 SNS가 그렇다. 남과 구분 지으려 해도 결국 몇 가지 행동과 소유물에 의해 정의되는 그들이다. 그런 모순에 한 편으로 조소를 보낸다. 그래서 몇 가지 정형화된 힙스터스러운 행동과 복장을 보면 몇 마디 날린다. '와 힙스터다. 힙스터 멋지다.'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척하지만 실은 계산된, 나름대로 신경쓴 모습은 되려 부자연스럽다.


한편으로 그들의 모습은 멋지다. 멋지다고 생각한 복장, 행동을 선별해 취했기 때문이다. 결국 힙스터는 패셔너블, 아티스틱이란 수식과 친밀하다. 어찌 됐든 남들과 구분하려 노력의 일환으로 대중에게 아직 친숙하지 않은 문화를 빠르게 수용한다. 비교적 새로운 행동양식은 멋으로 여겨진다. 결국 나 역시 그들에게 이중잣대를 들이민다. 허세충, 홍대병, 인위적 멋쟁이라는 인식 너머 그래도 멋지긴 멋지다는 인정이 공존한다.


힙스터들이 자주 쓰는 금테 안경과 투명 뿔테 안경이 지난 한 해 눈에 들어왔다. 어디에나 잘 어울렸고, 착용자에게 예술을 사랑하는 인물이란 이미지를 제공했다. 넉넉한 핏의 물 빠진 청바지 밑단을 돌돌 말아 올리고, 줄을 꽉 맨 컨버스화를 신는다. 독특한 패턴의 자켓과 헝클어진 머리, 마무리는 투명 뿔테 안경. 화룡점정이다. 모든 스타일링이 안경을 위해 존재한다. 상상 속에서 그들은 피자집을 향하고, 이름도 모르는 인디 뮤지션의 음악을  나눠 들으며 친구들과 대중의 취향을 품평한다.


멋쟁이의 상징, 투명 뿔테 안경을 겆고 싶었다. 안경이 비싼 호주여서 선뜻 구매를 결정하지 못 했다. 그러던 차에 온라인 마켓에서 안경 파는 친구가 안경을 선물했다. 안경 콜렉터로 다수의 안경이 있지만 쓰고 다니진 않는다. 힙스터 안경도 진열하는 걸로 만족할 거라 믿었다. 몇 번 써서 맛만 보고, 다시 원래의 조롱하는 자리에 돌아가기로 정했다. 과한 스타일, 나 멋 부렸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템들 앞에서는 소극적이 되기 때문이다. 힙스터 안경은 예상을 비껴갔고, 지금도 코 위에 안착해 외출 동반자가 됐다. 이래서야 힙스터를 비웃을 수 없다.


안경을 쓰고 친구를 만나면 그들이 말한다. 오늘도 힙스터 안경 쓰고 왔네. 세뇌시키듯 힙스터 안경이라고 반복해서 말하니 그들도 이제 투명 뿔테 안경을 힙스터 안경이라 부른다. 너스레 떨기 위해 붙인 이름이었는데, 이제는 입에 붙어 아무 표정 없이 자연스레 말한다. 안경을 보며 나의 이중적인 태도를 돌아봤다. 힙스터들의 무척 신경 썼지만 신경 쓰지 않은 척하는 태도를 깔보면서, 그들이 영위하는 문화를 수용한다.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 경우에는 연기하는 그들의 모습을 비웃지만 실은 그 연기에 감명받아 그들의 엑팅을 따라간다. 이중성을 조롱의 빌미로 삼는 한편, 나 역시 이중성 안에 있다. 완전 쳇바퀴 돌리는 햄스터를 보고 비웃는 철창 안 원숭이잖아.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 경우에는 연기하는 그들의 모습을 비웃지만 실은 그 연기에 감명받아 그들의 엑팅을 따라간다.
작가의 이전글 스피드 레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