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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Aug 14. 2017

글 돌아보기




스스로 질문했다. 자부심에 근거가 무엇이지?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글을 써왔고, 쓴 글에 자부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문장력을 무시하고 주관을 토대로 타인의 글을 비판했다. 스스로 질문했다. 자부심에 근거가 무엇이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경험이 고작이었다. 유시민이 쓴 글쓰기 특강을 읽었다. 그의 문체는 간결하고 명쾌했다. 공감하고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명쾌함 뒤의 폭넓은 지식이 무게감을 실었다. 그런 그가 말하는 잘 쓴 칼럼이란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글이다. 그 조건들을 통해 자신의 글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는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주제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에 쓴 '풋, 힙스터'란 글을 참고한다. 우선 글의 주제는 힙스터의 이중성을 통해 자신의 모순을 탐구하는 것이었다. 문단을 분석하면, 처음엔 힙스터 용어 설명, 힙스터로부터 발견한 모순, 힙스터를 향해 갖고 있는 이미지, 힙스터 문화를 수용하는 자신, 자신의 모순성 발견이다. 문제는 첫 문단에서 나의 주장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 했다는 점이다. 힙스터를 정의하고, 그들의 문화와 행동 양식을 설명하는 것이 글의 후반부까지 이어진다. 첫 문단에서 힙스터에 반감을 갖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그 모습에서 느껴지는 모순에 대해 언급했다면, 조금 더 주제가 명확해지지 않았을까 한다. 결국 독자들은 글의 중반부까지는 힙스터의 이중성만을 논하는 글로 오해했을지 모른다.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 문단의 순서를 바꾸고 약간의 살을 붙였어야 했다.


두 번째로 글의 구성요소가 주제를 논증하고 있는지. 논리적으로 주제를 구술하고 있는가가 핵심이다. 힙스터의 인디성과 그 인디성이 그 자체로 하나의 흐름이 되어 인디가 아니게 되는 역설, 그리고 그 역설을 알고서도 수용하는 그들의 모습을 드러냈다. 아쉬운 점은 모든 힙스터가 한 가지 행동 양식을 가진 게 아닌데도 마치 그런 것처럼 표현했다는 점이다. 논리의 비약이 있음을 인정한다. 


세 번째는 주제와 무관한 내용, 즉 군더더기를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문단 단위로 보면 괜찮은 것 같지만, 문장으로 구분했을 때 불필요한 설명과 내용이 있었다. 보통 퇴고의 과정에서 군더더기 없애는 가지치기 작업을 한다. 그러나 완벽히 제거하는 경우는 드물다. 없애다 보면 되려 글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생긴다. 불필요한 문장으로 판단, 삭제했지만 그 내용이 뒤에 이어지기 때문이다. 헐거운 구성과 충분하지 않은 퇴고가 불러온 문제다. 그러나 군더더기를 없애려 의식적으로 노력했기에 그리 많지는 않다. 


마지막 조건은 어휘가 적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맥에 맞는 단어와 표현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한자어나 개념을 차치해 독자로 하여금 쉽게 읽을 수 있게 써야 한다. 마지막 항목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이 없다. 글을 쓸 때 항상 사전을 옆에 두고 있다. 헷갈리는 단어와 표현은 정확한 의미를 검색한 뒤에 사용한다. 중복 표현을 피하고, 동의어의 경우는 용례를 검색해 상황에 잘 어울리는 쪽을 택한다. 간결, 명쾌한 문장을 추구하는 성향이 적합한 표현을 사용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정리하자면,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 약점이 있다. 또한 주장을 납득시키기 위해 비약과 모호한 근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미처 인식하지 못 하고 사용하기도 하지만, 알면서도 귀찮다는 이유로 무시하기도 한다. 주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상태로, 쓰면서 주제를 찾으려 여러 차례 시도하면서 자연스레 체득한 악습일 수 있다. 글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자세를 달리 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엔 주제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군더더기 지양과 효과적인 어휘 사용 부분엔 나쁘지 않다 평가하지만, 여전히 노력이 필요하다. 


변혁의 시대에서 근자감 (근거 없는 자신감)은 행복한 사회생활을 가능케 한다. 유용함은 인정하지만, 진실성 결여 혹은 이기성의 발현으로 비친다. 아프더라도 근본적인 발전을 위해선 구체적으로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과 부족함을 인정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의식적으로 부족함을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문제의 중요성을 낮잡았다. 정체된 이 시점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자부심에 적절한 근거를 만들 필요를 느꼈다. 






의식적으로 부족함을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문제의 중요성을 낮잡았다. 정체된 이 시점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자부심에 적절한 근거를 만들 필요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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