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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Aug 17. 2017

SNS 탈출하기



SNS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기술하는데, 읽다 보면 아이들에 한정하는 게 아님을 깨닫는다. 






 미천한 영어 실력에 만족하며 공부에 소홀하다 정신 다잡는 날의 반복이다. 반성 후에는 의식적으로 영어 뉴스를 읽는다. 공부가 주목적이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게 된다는 덤이 있다. 여러 뉴스 매체가 있는데, 가디언지를 즐겨본다. 기사지만 칼럼의 성격이 강해 흥미롭기 때문이다. 가디언지가 유난히 자주 다루는 주제가 있다. 바로 10대의 인터넷 사용에 관한 이야기다. 스마트 기기의 보급에 힘입어, 호주 10대의 인터넷 사용량이 해마다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다. SNS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기술하는데, 읽다 보면 아이들에 한정하는 게 아님을 깨닫는다. 


일을 하다 가끔씩 핸드폰을 확인한다. 고객에게 중요한 문자가 오기 때문이다. 몸 쓰는 일이라서, 핸드폰 진동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귀찮지만 삼십 분에 한 번씩 핸드폰 액정을 본다. 스케줄이 밀린 날은 예외지만, 여유로운 날엔 바로 핸드폰을 집어넣지 않는다. 일과 상관없는 인스타그램을 실행한다. 부지런히 움직여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친구들의 대소사를 구경한다.  


시곗바늘을 돌려 10대 시절을 떠올린다. 페이스북의 할아버지 격인 SNS가 있었다. 잊고 지내던 동창 찾기를 모토로 만들어진 웹사이트 '다모임'이다. 교우 관계가 넓지 않아 접속해도 별 거 없었다. 친구들의 근황 보고, 내 근황 알릴 용으로 드문드문 방문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본격적으로 인적 네트워크 관리를 목적으로 한 사이트, 싸이월드가 등장했다. 등장과 동시에 온라인을 제패하고 시대의 상징이 됐다. 주변에 싸이월드 안 하는 친구를 찾기 어려웠다. 미니 홈피 꾸미는 시간이 늘어가고, 중독이 시작됐다. 페이스북이 보급되기 전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페이지를 갱신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SNS 중독 증세가 한층 심해졌다.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세상이 현실 세상을 침범했다. 핸드폰으로 괜찮은 화질의 사진을 찍고, 찍은 자리에서 사진을 공유했다. 친구를 태그 해서 인맥을 과시했다. 싸이월드는 비할 바가 못 됐다. 기술과 환경의 변화 위에 사생활을 자진해서 폭로했다. 어디서 누구와 무얼 하는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생활의 모든 파편이 인터넷 세상에 쌓였다. 자신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더한 갈증을 느꼈다. 결국 온라인 사회의 노예가 되어 현실보다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중독의 부작용을 학습하며, SNS 사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만날 일 없는 친구들과 관심도 없는 안부를 주고받고, 잘 나온 사진을 선별하고 손봐서 포스팅하고, 득 안 되는 누군가의 자랑, 신세한탄을 습관적으로 보게 됐다. 정신 성숙, 정보 습득, 심지어 SNS 존재 이유인 인맥 관리까지, 그 어느 하나 유용하지 않았다. 방구석에서 서로의 사진에 내키지 않는 칭찬을 쉼 없이 해도 내실 있는 관계 형성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되려 온라인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비교 기준으로 삼았다. 내가 빡세게 일하고 있을 때 너는 휴양지에서 칵테일 마시며 놀고 있구나. SNS에서 포샵한 누군가의 인생을 보느라 쓴 시간에, 책 한 자 더 읽었었다면 많은 것이 변했을 텐데라고 후회했다. 멀리도 돌아 정상적으로 사고하게 됐다. 


위와 같은 이유로 온라인과 거리를 둔 사람에 호감이 간다. 우선순위를 알고, 행동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한 친구는 SNS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과제해야지 그거 할 시간이 어딨냐. 친구 보고 싶으면 만나면 되지.' 완벽히 거리 조절을 성공한 사람의 투덜거림에서 경외심을 느낀다. 



SNS와 멀어진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비슷한 행동 양식을 갖고자 한다. 완벽하게 끊을 수 없어서 보는 횟수를 줄이는 정도지만, 장족의 발전이다. 무의식적으로 핸드폰 액정 위에 손가락을 움직인다. 이내 정신 차리고 인스타그램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을 회수한다. 한 석사 논문에서 SNS 과다사용 및 중독 확인하는 방법을 말한다. 소셜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유용함을 자신에게 설득한다면 중독이다. 이는 결국 중독에 명분을 주는 것이다. SNS에서 얻는(다고 믿지만, 실제하지 않는) 사회적 지지를 맛보며, 타인에 끼치는 자신의 영향력에 취한다. 물론 그것은 착각이다. 우리에겐 착각의 세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파란 알약이 필요하다. 







SNS에서 얻는(다고 믿지만, 실제하지 않는) 사회적 지지를 맛보며, 타인에 끼치는 자신의 영향력에 취한다. 물론 그것은 착각이다. 우리에겐 착각의 세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파란 알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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