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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Nov 08. 2017

네이버 블로그

리뉴얼 된 인터페이스에 대해








네이버가 블로그 편집기를 리뉴얼했다. 글쓰기 환경이 변했다. 기억하기론 몇 달 전부터 이런 작업이 있었다. 그때는 새로운 버젼과 구 버젼의 선택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선택이 불가능하다. 글쓰기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낯선 화면이 뜬다. 인터페이스 변화의 폭이 커서 플랫폼 자체가 변한 것처럼 느껴진다. 폰트와 글 간격이 변하고, 지원하는 도구가 많아졌다. 전반적으로 세련됐다. 세련되면 좋은 거 아닌가 싶겠지만, 지금껏 변화에 거부했다. 구 버전의 경우, 단순하고 기본 폰트가 작아 한눈에 볼 수 있는 글자 수가 많았다. 단순한 것이 빠르고 버벅거림도 적을 것이란 추론이 더해졌다. 시각 자료 안 쓰고, 폰트 변경 안 하는 내게 글쓰기 도구는 유명무실이었다. 단순하고, 오류 안 나면 그만이다. 변화가 달갑지 않다.

바뀐 인터페이스는 타 플랫폼을 연상시킨다. 바로 브런치다. 사실 비슷하다는 인상을 넘어 똑같다. 브런치에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글'에 포커스를 맞춘 플랫폼이다. 준 프로 작가들은 자신이 자신 있는 분야를 말하고, 대중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읽는다. 글이 최우선인 플랫폼이라 폰트 디자인이나 편집 옵션에 신경을 많이 썼다. 네이버가 브런치를 따라했다는 증거는 많다. 인용구나 구분선 효과도 그렇고, 글쓰기 도구의 아이콘마저 비슷하다. 게다가 편집창 내 자체 맞춤법 검사 기능은 화룡점정이다. 두 회사의 로고를 지우고 보면, 어떤 플랫폼에 글을 쓰고 있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블로그의 편집 화면은 단순해야 한다. 재생산 되는 것도 있지만, 직접 글을 써서 업로드 하는 플랫폼은 세 곳이다. 블로그, 카페, 브런치다. 모든 글의 출발은 네이버 블로그다. 습작이나 단순한 메모도 부담 없이 올린다. 쓰는 글의 100퍼센트를 올리는, 내게 있어 메모장 같은 곳이다. 여기서 나온 글을 수정해서 카페나 브런치로 나른다. 블로그의 장점이라면 타 플랫폼에 비해 폐쇄적이란 점이다. 파워블로거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네이버가 검색창 상단이나 첫 페이지에 글을 띄워주는 게 아니라 접근성이 낮다. 어쩌다 오는 방문자는 수준있는 글이 아닌 정보를 원한다. 진득하게 글을 감상하는 사람이 적다. 한번 훑어보고 찾는 정보가 없으면 가차 없이 뒤로 가기를 누른다. 반대로 브런치나 카페는 글을 읽기 위한 이들이 찾는 곳이다. 잘쓴 글, 깊이 있는 글을 찾는 사람들로, 어느 정도 완성도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맥락이 있어서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일은 부담이 적다. 글을 꾸밀 필요가 없다. 디자인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100퍼센트 실용성만 따진다. 

바뀐 인터페이스는 블로그를 쓰는 목적과 궤를 달리한다. 디자이너 아무개가 비싼 돈 주고 만든 세련된 폰트와 멋들어진 편집 툴은 필요 없다. 타이핑 후에 오는 약간의 시간 차이가 신경 쓰인다. 그럴 거면 컴퓨터 내장 메모장을 사용하라는 소리를 하는 분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글을 쓰는 동안 연결된 느낌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발행 버튼을 누르지 않는 한 아무도 쓰고 있는 글을 보지 못 하겠지만, 메모장에서 글을 쓸 대와 마음가짐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목적을 갖고 있는 행위이다. 같은 빈 공간이지만, 어떤 여백에 타이핑을 하느냐에 따라 몰입도와 흥미의 밀도가 다르다. 언제라도 버튼 한 번 누르는 걸로 타인에게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상시 연결 가능한 편집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 공간은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편하고 단순해야 한다. 굳이 전의 촌스러운 편집 화면을 선호했던 이유다. 

익숙함은 중요하다. 바뀐 환경이 처음엔 어색하지만, 계속 쓰다 보면 여기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그때가 되면 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글쓰기 편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더 진솔하고 깊이 있는 글이 나올 수 있다. 익숙함이란 편함과 동의어나 다름없다. 새로운 환경은 익숙지 않아 불편하다. 반대로 잘 알고 있는 환경은 익숙해서 편하다. 글쓰기의 시발점이었던 네이버 블로그의 편집창(Smarteditor)은 편함의 끝판 왕인 셈이다. 안타깝지만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 없다. 변화를 막을 수도 없다. 새롭지 않으면 도태된다. 섭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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