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음악의 아름다움을, 사랑의 소중함을.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존 카니 감독의 <원스>가 품은 선율은 그야말로 탁월하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Falling slowly"로 대표되는 이 작품의 음악들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그러나 내가 이 글을 볼 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두 주인공의 애틋한 관계이다. 꿈과 사랑의 교점에서 마주한 한 남자와 한 여자.
둘의 형편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아마도 동전일 것이다. 본업만으로는 충분한 금전을 획득하기 어려운 그에게 있어, 길거리 공연을 통해 벌어들이는 한 푼 한 푼은 분명 귀중한 것일 테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곤궁한 처지에 놓여있다. 남자의 곡에 노랫말을 입히기 위해 밤늦게 자식의 저금통을 흔들며, 여자는 얼마나 미안하고 또 서글펐을까. 꿈에 다가가려는 이들의 절실한 고군분투는, 언제나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그럼에도 관객에게 위로가 되는 부분은, 두 사람의 음악적 재능이 특별하고도 굉장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 시너지는 놀라울 정도로, 스크린 안팎의 모두를 진실로 감동시킬만한 힘을 발휘한다. 자신에게 이만큼이나 대단한 능력이 있었음을 일깨워 준 서로가 서로를 응시하는 그 눈빛에서, 나는 감사의 감정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존재와의 만남은, 결코 쉽게 찾아오는 일이 아니다.
상대를 진심으로 애정하는 남녀의 끝이 헤어짐이라는 사실은 진한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들에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기에, 우리는 그녀와 그의 미래를 힘껏 응원할 수 있다. 신경림 시인의 시를 조금 바꾸어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감상을 짧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음악의 아름다움을, 꿈의 멋짐을, 사랑의 소중함을.
2025. 0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