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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 17>(봉준호) 리뷰/감상문

공존을 꿈꾸는 유약한 17, 독존을 원하는 강인한 18.

by 우언타이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학수고대했으리라 짐작한다. 이는 바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솔직히, 그의 필모그래피 중 이토록 희망적이면서도 평이한 이야기가 없었기에 감상이 끝난 후 꽤 긴 시간 동안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마음이 다소 정리되어, 로버트 패틴슨이 열연한 17과 18에 대한 내 의견을 아래 적으려 한다.



유전적으로는 동일하지만, 17과 18은 엄연한 타인이다. 쉽게 말해, 전자는 유약하고 후자는 강인하다. 자신을 갑을병정 밑의 존재로 여기는 이들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17과 달리, 18은 불합리한 대우에 똑똑히 저항할 줄 아는 냉철한 인간이다. 우리 대부분은 18처럼 상상하고 17처럼 행동하기에, 이 둘의 상반된 자세를 지켜보면 어느새 기분이 이상해진다.



이 두 사람이 삶과 죽음을 대하는 서로 다른 태도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다. 쉽게 말해, 17은 공존을 꿈꾸고 18은 독존을 원한다. 전자는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을 너무나도 주저하지만, 후자는 한 마리의 굶주린 야수처럼 매섭고도 공격적이다. 완벽하게 같은 외모를 지녔음에도 이렇게나 이질적인 둘을 보며, 아마도 상당수의 관객들이 자신의 양면적인 성격을 곱씹어보지 않았을까.



강한 자가 희생을 택하고 약한 이가 살아남는 이 서사의 마지막은, 디스토피아적 세계일수록 반드시 다정함을 지켜내야만 한다는 전통적 주제를 함의한다고 생각하며,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크루아상을 만든 한 종족과 크루아상을 닮은 한 무리는, 앞으로 그 땅에서 오랫동안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의 다른 요소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기에, 이쯤에서 이 글을 마치겠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를.


2025. 0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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