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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하마구치 류스케) 리뷰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세계 중 가장 이질적인 작품.

by 우언타이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장르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 영화는, 그렇지 않은 것들에 비해서 더 불안정하게 느껴지기 쉽다. 만약 창작자의 능력보다 과도한 욕심이 예술에 들어간다면, 결국 관객에게 어떠한 감동도 주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을 스크린으로 한 번씩은 이끄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단일한 테마 속에서 그 서사가 흘러간다.



<해피 아워>, <아사코>,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 등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지닌 이 영화는, 여러 장르들이 각자를 교차하면서 그 이야기가 진행되는 꽤나 독특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감정이 괴리감이 아닌 신비감이라는 점은, 이 감독의 예술적 능력이 보기 드문 성질의 것임을 의미한다.



아마도,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서로 다른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을 다루는 사회드라마와, 어떤 이들의 성장과 탈피를 보여주는 휴먼드라마의 절묘한 균형을 감상하며, 관객들은 자연스레 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단언컨대, 자연과 인간의 예기치 못한 공격들이 폭풍처럼 지나간 후의 엔딩 크레딧을 응시하며, 그들은 자신이 이해했다고 믿었던 것들이 선사하는 혼란에 잠겨 어찌할 줄 몰랐을 것이다.



영향을 주는 자와 이를 받는 자 사이의 관계와 그것의 역전 가운데 펼쳐지는 여러 사건들을, 흥미롭고도 우아하며 관조적으로 보여주는 이 이야기의 의뭉스러운 결말에 대한 저마다의 해석은 서로 다르리라 생각한다. 물론, 하마구치 류스케 역시 이를 바랐으리라고 추측한다. 자신의 예술이 익숙한 대답이 아닌 낯선 질문을 던지는 예술로서 대중에게 기억되기를.


2025. 0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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