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자들에게, 미디어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으며 쓴 글임을 밝힘.
모두에게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이들에 대해, 미디어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할까. <아임 낫 데어>, <캐롤>로 잘 알려진 토드 헤인즈 감독의 <메이 디셈버>는 이 복잡한 질문을 예리하면서도 대담하게 다루어내는 뛰어난 작품이다. 관객이 그동안 자신이 옳다고 믿어왔던 어떤 편견을, 스스로 되짚도록 만드는 놀라운 영화.
줄리앤 무어가 연기한 그레이시와 찰스 멜튼이 연기한 조는, 사회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형태의 부부다. 삼십 대 중반 여인과 십 대 초반 소년의 만남으로 시작된 이들의 연애를 응원할 인간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인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엘리자베스는, 배우로서 자신이 소화할 인물인 그레이시를 깊숙이 파악하고자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을 서서히 알아 간다고 믿는 사람이다.
서사의 진행에 따라 드러나는 무례하고 비도덕적인 엘리자베스의 행동을 응시함으로써, 어느새 우리는 세상이 누군가를 해부해 온 방법에 내재한 윤리적 오류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 연상연하 커플을 향한 연민이 마음 한편에 스며드는 건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영화 후반부에서 자만에 빠져 있던 배우를 혼란에 빠뜨리는 그레이시의 조소 섞인 일갈이, 보는 이들에게 묘한 통쾌함을 선사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결국 엘리자베스가 종국적으로 촬영장에서 보여주는 연기는, 그녀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명연과는 달리 몹시나 어설프고 무척이나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이는 그릇된 접근을 통해 제작된 예술은 결코 탁월한 성취를 획득할 수 없다는 토드 헤인즈의 신념이 반영된 연출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진의일까. 사실 감독은, 관객들에게 불편하고도 본질적인 무언가를 던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경솔하고도 자극적인 산물을 감상하며 은근히 즐기던 우리의 시선이야말로, 진정 반성해야 마땅한 것이 아닐지에 관한 질문과 같은.
2025. 04.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