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모순>에 대한 감상과 질문들.
※ 스포일러 있음.
※ 2024년 05월 12일 독서모임에서 진행.
※ 작성자는 본인.
※ 혹시나 해당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셔야 할 경우에 이를 참고하시기를.
책 소개 (책의 주요 내용들이 희미하게 적혀있으니, 책을 읽지 않으신 분이 보셔도 괜찮습니다.)
1955년생 작가인 양귀자 씨가 1998년에 세상에 공개한 "모순"은 책을 이루는 페이지 속 수많은 문장들 하나하나가 각자의 자리에서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무척이나 정교하면서도 끊임없이 재미있도록 쓰인 소설입니다.
어쩌면 작위적이다 못해 억지스럽게까지 느껴지며, 뻔하고도 유치하기까지 한 책 속의 여러 설정들을 독자들에게 대체 어떻게 설득해 낼 수 것인가에 대한 의심 가득한 물음에, 작가는 깊고도 유려한 글솜씨로 정말이지 멋지게 대답합니다.
누구에게나 쉽고 빠르게 술술 읽힐 수 있음과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그러한 방식의 독서를 자연스레 자제하게끔 만드는 이 섬세한 내러티브는, 그동안 우리에게 투명하고도 미끄럽기만 하던 추상적이고도 휘발적인 어떤 개념들을, 마음에 오랫동안 머무를만한 불투명하고도 끈적이며 실제적이고도 침전적인 여러 문장들로 끝내 탈바꿈해 냅니다.
예를 들어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는 거대한 불행 앞에서 차라리 무릎을 꿇어 버리는 것이 훨씬 견디기 쉬운 법이다."와 같은 문장이 그 대표적인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과감히 말하자면, 작가가 집필 도중 반드시 적어내야만 하는 문장을 과연 어떤 단어와 조사를 활용하여 어느 순간에 정확하게 위치시켜야 하는지에 관한 필연적인 질문에 이 소설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답안을 제시한다고 느낍니다.
물론 앞서 말한 내용 이외에도, 이 소설에서 발견되는 빛나는 부분들은 너무나 다채롭고도 풍부합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아마도 어떤 이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킬킬거리며 웃기도 하고, 서로 다른 방식의 순정들에 마음이 몽글거리는 느낌을 받기도 하며,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황폐하고도 서글픈 누군가의 감정을 오롯이 체험하기도 하는, 문학이 줄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과 감동을 빠짐없이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 소설은 앞선 세대의 선택할 수 없던 분기점을 간접체험한 자가 이제 자신이 선택해야만 하는 분기점 앞에서 어떠한 인생을 감내해야 할 지에 대해 묵묵하고도 간절하게 고민하는 과정들을 세세하게 담아낸 성장담으로도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통해 독자는 번역을 거치지 않은 글만이 줄 수 있는 궁극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저 개인적으로는 확신합니다.
질문 (책의 주요 내용들이 선명하게 적혀있으니, 책을 다 읽은 분만 보시기 바랍니다.)
Q0. 이 소설에 대한 각자의 별점과 감상을 말하자면?
Q1. 수많은 문장들 중 특히나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Q2. 비록 재미는 반감되겠지만 만약 이 책의 드라마화 혹은 영화화가 결정되어 등장인물들의 (안진진/김장우/나영규/어머니&이모) 캐스팅이 필요하다면, 여러분들은 연예인들 중 누가 어울릴 것이라 생각하는지?
Q3. 2024년 현재를 배경으로, 주인공을 남성으로 하여 이 소설을 다시 써보아도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김장우를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으며 어리숙하지만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지닌 여성으로, 나영규를 넉넉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자신감 있고 뻔뻔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지닌 여성으로 바꾼다면 서사의 진행과 주인공의 선택이 어떨 것이라 생각하는지?
Q4. 어머니와 이모 두 사람 모두 가족을 대하는 태도에서 저마다의 문제가 있다고 느껴진다. 둘 중 더 안타까운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Q5.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행복과 가족을 향한 개인의 인식이 지닌 기이하고도 불쾌한 느낌마저 주는 어떤 병리적인 측면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는지?
Q6. 진진이 말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도저히 솔직해질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하는지?
Q7. 김장우와 나영규 중 안진진이 이별 후에 더 그리워할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Q8. 진진과 주리 둘 중 각자의 엄마에게 있어 누가 더 나쁜 자녀라고 느껴지는지, 혹은 누가 더 나쁘지 않은 자녀라고 느껴지는지?
Q9. 이모의 극단적인 선택을 겪은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주리는 마침내 진진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리라 생각하는지?
Q10. 책의 결말은 상당히 생략적이고도 모호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끝맺음이 마음에 드는지? 안진진의 마지막 선택에 대한 여러분만의 해설은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