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와 형사, 남편을 잃은 여자와 아내가 있는 남자, 허나, 그럼에도.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올드보이>, <박쥐>와 같은 수작들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의 걸작 <헤어질 결심> 속 여주인공 송서래는 곱씹을수록 기이하고도 인상적인 인물이다. 섬뜩한 킬러와 애절한 로맨티시스트의 교집합 가운데 정확하게 위치한 그녀를 어떤 단일한 개념으로 설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테니.
거짓말과 진실, 피비린내와 향기, 등반과 침수가 절묘하게 뒤섞인 이 여인의 삶은 아마 내내 고달팠을 것이다. 이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녀가 드라마에 푹 빠져버린 점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서래에게, 품위 있는 현대인 장해준이란 대체 어떤 의미였을지.
그리고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붕괴시킨 한 형사에게 완전히 반해버린 그녀의 선택과 최후는, 무척이나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깝게 다가온다. 물론 두 남녀가 훨씬 더 일찍 마주했다면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당당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은, 영화를 감상한 관객의 몫.
이제, 지난날의 후회 가운데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자신을 숨긴 여자는, 앞으로의 후회 속에서 아무에게도 온전히 말할 수 없는 자신을 품고 살아갈 남자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머무를 것이다. 이 사랑을 끝내 가능케 만든 것은, 그와 결코 헤어지지 않으려는 그녀의 독하디 독한 결심.
2025. 0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