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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브스턴스>(코랄리 파르자) 리뷰/감상문

영원한 별이 되고 싶었던 한 인간에 대한 선명한 비극.

by 우언타이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외로이 늙어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나의 대체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사라지지 않을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이 하나 없는 하루가 내뱉는 그 무시무시한 통증. 코랄리 파르자의 <서브스턴스>의 서사를 추동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고통이다. 결말에 도달하지 않았어도, 가엾은 욕망을 품은 주인공이 그로 인한 참혹한 파멸과 마주하리라는 걸 관객이 불길함 속에서 어렵지 않게 짐작하도록 만드는 그 애처로운 아픔.



데미 무어가 연기한 엘리자베스는, 이미 지나가버린 영광을 놓지 못한 채 허우적대는 모든 이들의 미련을 대표한다. 에어로빅 쇼 진행자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있어 가장 간절한 칭찬은 외적인 미에 대한 것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에 대한 세기와 빈도는 점점 흐릿해진다. 그리고 좌절 가운데 조우한 예상치 못한 축복이자 예측 가능한 재앙은, 엘리자베스의 삶을 뒤흔들고 또 뒤틀어 놓는다.



마가렛 퀄리가 연기한 수는, 감당할 수 없는 행운의 무게를 감히 짊어질 수 있다 착각하여 결국 온통 무너져버린 모든 이들의 꿈을 상징한다. 내내 열망해 오던 바를 불충분하게 획득한 자의 잠자던 욕구는 그녀가 스스로를 뼛속까지 착취하도록 이끌었고, 순간의 탐닉을 위해 저지른 위반은 도미노처럼 연쇄 반응을 일으켜 끝내 괴물의 잉태를 가능케 했다.


이 경악스러운 이야기에서 유독 흥미롭게 다가온 설정은, 하나의 자아를 공유하는 두 개의 몸이 점차 서로를 경멸하고 증오한다는 점이다. 이를 인정케 하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자신이 다르고 세상의 주목을 오롯이 쟁취한 빛나는 육체와 어둑한 그림자에 숨어 괴로운 나날을 견디는 정신이 구별되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이유 앞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은 절망이 담긴 탄식과 전율을 품은 신음을 함께 내뿜는다.



파국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이 작품의 후반부에서 가공할 만한 잠재력을 지닌 크리처가 무대 위에 선 그 괴이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순간, 주인공에게 젊음의 미소를 지겹도록 강요했던 방송국 놈들에게 어떤 끔찍한 사건이 펼쳐질지를 모두들 은근히 기대했으리라 추측한다. 비록 혐오스럽고도 비참한 처지로 전락해 버렸으나, 자신을 망실시키도록 유도한 그 부박한 세계에 엘리자수가 최후의 어퍼컷을 강렬히 날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리고 그 기대는, 그녀의 의지와 무관하게 제대로 이루어져 스크린 안팎을 전부 경악시킨다.


이 영화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는 생래적 한계를 다룬 우화이다. 이와 동시에 서로를 상처 입히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관한 고발극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밤하늘의 영원한 별이 되고 싶었던 한 인간에 대한 선명한 비극이다.


2025. 0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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