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평일 저녁에 격주로 참여하는 오프라인 브랜드스터디가 드디어 시즌2에 접어들었다. 스터디는 항상 새로운 자극이 되고, 다양한 업계에서 온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나누다 보면 생각이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다.
브랜드스터디에서는 브랜드의 역사, 제품, 마케팅활동, 시사점까지 발제자가 스터디할 내용을 폭넓게 준비해온다. 그리고 그 발제를 가지고 토론을 한다. 이번 주에는 젠틀몬스터 브랜드를 진행했고 젠틀몬스터가 한국의 명품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로, 인스타그래머블한 오프라인 공간 경험이 셀링 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다. 젠틀몬스터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가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으러 찾아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한국 대표의 뚜렷한 브랜드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놀라게 하라’ 철학을 가지고 2미터 높이의 6족 보행로봇, 로봇 양떼들이 울어대는 콘텐츠, 노인의 얼굴을 한 AI 창작물 등을 창조했고, 자신이 설레지 않으면 소비자도 설레이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공간을 기획했다.
“공간은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변하고 그 변한 마음의 정도가 얼마인지를 옆사람한테 말하고 싶을 정도로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공간입니다. 움직이는 로봇을 설치해 놓으면 그냥 흰 벽보다 마음을 더 움직일 수 있습니다. 결국 얼마나 많은 트래픽(사람들의 드나듦)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예요.”
- 김한국 대표 INTERVIEW 중
두 번째로는 mix (감각있는 조형물, 패션+기능,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임직원들) 전략이다. 독특하고 난해한 예술품을 설치해 갤러리에 온듯한 느낌을 주며, 북촌의 가장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 만화방 컨셉의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이런 의외성을 줄 수 있는 이유는 젠틀몬스터의 임직원이 조향사, 파티시에, 소믈리에, 미디어아트, 로봇 공학 전문가 등 각계각층,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젠틀몬스터는 기획 단계에서 대표를 포함해 공간 디자인팀과 비주얼 디렉팅팀을 기반으로 한 4~5명이 콘셉트를 정한다. 이후 10명 정도가 팀을 이뤄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는데 직급에 관계없이 디자이너 한 명이 PM을 맡아 진행하는 식이다. 젠틀몬스터는 사내에 유명 디자이너도 없고 원맨 팀이 아니기 때문에 주제를 정할 때도 저마다 흥미를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난상토론을 벌인다.
- 출처 : DESIGN 매거진
세번째로는 마케팅보다 확실한 브랜딩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을 때, 해외시장에 진출하며 브랜드 자체에 더 집중했다. 가격을 할인하지 않는 노세일 브랜드이며 무분별한 셀링과 마케팅에 치중하지 않아 브랜딩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짧은 기간 안에 사람들의 인식 속 패션 아이웨어라는 새로운 사다리를 놓았고, 다양한 분야로 콜라보를 확장하며 새로운 모험을 멈추지 않는다. 젠틀몬스터는 각자에게 딱 맞는 안경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집으로 샘플 안경을 보내주는 테스트 서비스를 초기에 개시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품 인식부터 구매까지 소비자의 경험을 가장 중요시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개성 넘치는 제품 뿐 아니라 독특한 디자인, 창의적으로 꾸민 매장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젊은 소비자들에게 ‘힙’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앞으로도 어떻게 새로움을 제공할 지 기대가 되는 브랜드이다. 한국에 명품이 없다는 인식을 깨뜨려 준 젠틀몬스터의 도전적인 행보를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