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깟거 얼마나 한다고, 이걸 아껴"

by 구와하나

장농을 정리하다 불쑥 불쑥 마음 깊숙이 묻어두었던 눈물이 치고 올라왔다. 구멍난 양말, 해져버린 속옷, 색이 바랜 오래된 옷가지들. 자식새끼 옷은 빛깔 좋은 개살구 마냥 입히면서도, 본인 옷은 어찌 그리도 챙기지 않았는지 보는 내내 마음이 쓰라려왔다. 꾸역 꾸역 고개를 들어 참아 보다가도 쓰지 않고 한 귀퉁이 고이 모셔놓은 새 옷가지들을 보니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온다.


"이깟거 얼마나 한다고, 이걸 아껴"


뜯지도 않은 양말과 옷더미를 함께 부여잡고 그렇게 목놓아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그렇게 갈거였음, 신어나 보고 입어나 보고가지. 뭐가 그리 바쁘다고 하나 뿐인 아들자식 두고 떠나 갔는지 원망섞인 마음도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1여년. 그제서야 장농을 정리하면서 그날 그리 목놓아 울었다.


한 날은 의자 위에 올려 두었던 엄마의 가방이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병원 침상에서 엄마가 돌아가신 날, 약 봉투로 가득했던 내용물들이 꼴도 보기 싫어 그자리에서 쓰레기통에 토해내듯 모두 게워내고 들고왔던 가방이었다. 낡아 가죽이 떨어진 손잡이를 보자니 또 한켠이 아려온다. 생전에 좋은 가방 하나 가지고 싶다던 엄마의 말이 가슴에 박혀 잊을만 하면 통증이 밀려온다. 시간이 지나면 속에 굳은 살이라도 박혀 무덤덤 해질줄 알았는데, 그 통증이 쉬이 가시지가 않는다.


어릴적 시장통에서 돈을 모아 사드렸던 얄궂은 가방 하나, 자식새끼가 사줬다며 신나하던 모습이 그순간 떠올라 슬픔이 배가 되어 돌아온다. 뭐가 그리 먹고 살기 퍽퍽했는지, 부모가 갖고 싶다던 가방하나 못사준 후레자식이 되었는지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후회가 층층이 쌓여 앙금으로 남는다. 자식의 마음에도 부모에게 못해준 미안한 감정이 사무쳐, 속 끝 어딘가에 그렇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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