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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악어야 Sep 01. 2023

시골행 열차 출발합니다.

잠시 떠나 있던 집, 다시 시골주민이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집을 나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


어제였다. 4년간 도시에서 살던 내가 이제는 일이 생기면 도시에 들리는 '시골주민'이 되었다. 큰언니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필요한 책, 옷, 신발 등의 짐들만 싸서 미리 집으로 보내둔 상태였다.(옷이 굉장히 많은 나는 큰 이사박스를 3박스나 채우고도 다 담지 못했다.)


나는 방학 중 교내에서 근로를 하고 있었고, 출근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빠진 짐들을 마저 정리했다. 준비를 마친 나는 현관 앞에 섰다. 뒤돌아서 불 꺼진 집을 보는데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큰언니는 부산에서 계속 지내기에 일이 생기면 종종 들러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들리는 것’과 ‘사는 것’은 달라서일까. 큰언니랑 같이 살면서 둘이서 속얘기 나눌 때가 생각나면서 이제는 그렇게 하기 힘들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언니랑 가끔 시간이 맞으면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러 나기도 했는데... 더 많은 걸 집에 살면서도 같이 못해본 것 같아 더 잘 놀아볼 걸 후회도 들었다. 동시에 부산에서는 자유롭게 이동하고 친구들이랑 번개로 만나고, 문화생활까지 쉽게 즐길 수 있는데 이 최적의 조건을 두고도 떠난다니 내가 선택했지만 아쉽기도 했다. "잘 있어라!"며 집을 향해 인사하고 출근을 위해 나섰다.


짐이 있어서 모닝커피도 살 겸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늘 출근할 때 마주하는 길로 가는데, 햇살이 너무 좋았다.(오후에 비 예보가 있었지만 오전까지는 햇살이 가득했다.) ‘앞으로는 이 길로 학교를 갈 일은 거의 없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길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려 창밖만 쳐다봤다. 택시를 내리면서 “오늘은 그래도 날이 좋네요!” 인사를 드렸다.




“나 이제 집으로 간다.!!”


6시에 퇴근을 하고 택시를 불렀다. 집으로 가는 고속버스 시간이 빠듯해서 택시 아저씨께 최대한 잘 부탁드린다 인사를 드렸다. 가는 길에 큰언니한테 카톡을 넣었다.


“나 이제 집에 간다~“


큰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이제 가나, 잘가랑 ㅋㅋ”

“집에 종종 들르게 되면 미리 말할게ㅋㅋ”

”카톡만 남기고 편하게 온나.“

“오키오키 알겠딩, 이번주 주말에 집 오나?”

“모르겠는데, 상황 보고 연락할게.”

“그랭ㅋㅋ잘지내랑!”

“조심해서 가리~”

“그래~~”


짧고 간단한 전화를 하면서 학교를 벗어나는데 왜인지 울컥했다. 큰언니와 부딪히면서 옹기종기 살았던 3년이었는데, 이제 각자의 삶을 지내야 한다니... 아쉬움이 너무 커서 울컥했다. 원래 5년 간 홀로 라이프를 즐기던 큰언니에게는 아무리 동생이었을지라도 같이 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언니는 드디어 다시 홀로 라이프라며 좋아하기도 하다가, 막상 또 보내려니 같이 살면서 자매끼리의 소통에 정들어서 그런지 아쉬운 마음에 자주 놀러 오라며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새로운 출발이 설레기도 하면서 아쉬움에 몽글해진 마음으로 버스를 탔다.



둘이서 집 앞에서 맥주 마시고 놀다가 찍은 사진 : 왼쪽의 나, 그 옆 큰언니!



"다녀왔습니다!"


8월의 끝에서 새 출발을 할 9월을 맞이했다.

일주일에 1~2번 갈 부산이지만 그래도 안녕 부산, 안녕 우리 집!

 




2023.09.01  날씨 흐림  기록 : 악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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