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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Nov 17. 2020

미라클모닝은 안미라클나이트를 가져온다.




AM 03:45  






© davealmine, 출처 Unsplash



  오늘도 4시 전에 일어났다. 강제 미라클모닝중이다. 일찍 잤으니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엄마가 어릴때 매일 아침 컴퓨터 앞에 앉아계셨었는데, 어느덧 엄마의 모습과 내 모습이 똑같아진 것 같아 슬프다. 난 안 그러고 싶었는데. 요즘 10시 넘어서까지 깨어있었던 적이 별로 없다. 9시 넘으면 졸고 있는 내 모습이란.


  어제는 잠을 자지 않겠다고 남편이 티비보고 있을 때 옆에 앉았다. 같이 티비를 볼까 했는데, 기억 속 남는 티비 장면이 없다. 남편 무릎을 베고 9시부터 11시까지 잤다. 문제는 이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그때부터 자면 1시부터 잠이 깬다. 한참 잤는데 1시라니... 하긴 9시부터 잤으니 4시간 잤다. 나에게 다독인다. 제발 더 자자. 다시 잠이 들면 꼭 3시 45분이 되면 잠이 깬다. 이제는 영영 잘 수 없는 시간이다. 9시부터 잤으니 벌써 6시간 45분 잠을 잤다. 더 자면 안되지.. 남들의 저녁 시간이 난 잠으로 꽉꽉 채워졌는데. 새벽시간이라도 좀 다르게 살아야지. 손님이 오실 땐 같이 노는 거니까 나 늦게 잘 수 있겠지? 혼자 다독거린다.


  안타까운 것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거다. 잠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고등학교도 잘 지나갔다. 젤 충격적인 것은 대학교 시절이었다. 처음 대학은 공과대학이다. 수업 후 집에 오면 컴퓨터를 켰다. 과 친구들과 메신저로 이야기도 주절주절, 과제도 논의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난 11시가 되면 잠이 와서 견딜 수가 없다. 12시까지 힘들게 견디다가 잔다. 다음날 학교를 가면 친구들이 내가 모르는 얘기를 하는 거다. 이미 다 정해졌다며 나는 따르기만 하라고 한다. 언제 정했냐고 물어보면 어젯밤이라고 한다. 어젯밤에 나도 그 메신저에 있었는데..


  몇 시에 정했어? 

  아~ 3시쯤. 

  응? 3시? 아. 나. 또 잤구나?

  그렇지. 역사는 밤에 이루어지지.


  아무리 노력해도 12시 넘기기는 아주 힘들었다. 친구들은 12시 넘어야 메신저 내용이 더 재미있다고 했다. 난 그 재미를 느껴보지 못했다. 과제가 너무 많아서 밤을 지샐 수밖에 없었던 몇 번을 제외하면, 그 마저도 과제하느라 메신저 할 틈도 없었다. 

  그 때 친구들은 9시 수업에 맞춰서 학교 오기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수업 1교시 빼는 것에 성공하면 만세를 불렀다. 아침 5시에도 거뜬히 잘 일어날 수 있는 나는 9시에 맞춰 수업을 짠다. 부모님이 출근하시고 나면 집에 혼자 남는다. 할일도 없고, 더 이상 잠도 안오고 이미 화장은 다 했고, 옷도 다 입어도 시간이 남는다. 학교 일찍 가서 수업 듣고 어차피 외박도 안되니 오래 놀려면 일찍부터 놀아야 한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긴 아침시간. 그 시간 덕분에 난 친구들과 더 일찍부터 놀 수 있었다. 그러나 외박금지! 친구들은 남겨두고 먼저 들어와서 또! 잠을 잤다. 자고 나면 또 아침, 새벽이었다. 친구들은 신나는 밤을 지새웠다. 친구들이 자고 있는 시각, 난 또 화장을 곱게 하고 학교로 와서 수업을 들었다. 

  안타까운 것은 잠자는 시각이 점점 빨라진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11시까지는 남편이랑 같이 놀고 티비도 같이 보고, 책도 같이 읽었었는데. 아침에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찍 일어나기 시작하니 밤은 점점 짧아지기 시작한다.


  미라클모닝 미라클모닝 

  귀에 가시가 박히도록 많이 들어왔던 말이다. 난 어쩔수없이 미라클모닝을 할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일찍 자니까. 늦게 자고 싶은데 자꾸 일찍 자니까. 미라클모닝이 가지고 오는 장점은 많이 알고 있다. 근데 사람들은 단점은 얘기하지 않는 것일까?

  재미있는 tv프로그램은 항상 밤에 한다. 11시에 시작한다. 요즘같은 상황이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잠이 올테니까. 남편과 얘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아이들이 자고 난 이후에. 근데 요즘은 아이들과 같이 잔다. 아니, 아이들보다 내가 더 먼저 잘 때도 많다. 아이들이 '엄마, 엄마가 어제 제일 먼저 잤어.'라고 얘기할 때가 많다. 

  아침이 가져오는 고요함과 행복감은 이루말할 수 없다. 그러나, 잃어버린 내 밤시간은 어째야 되는 것이지? 이것도 선택해야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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