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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Nov 17. 2020

내가 글을 쓰는 이유


2005년 4월 비공개글.



© caleb_woods, 출처 Unsplash




엄마 나 때문에 울지 마세요.

나. 혼자서는 괜찮았는데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왜이리 마음이 아픈지요.

왜 이런 딸을 두셨나요.

왜 이리 내가 엄마를 울게 만들게 낳으셨나요.

엄마 잘못 아니잖아요.

그냥 나 혼자 그렇게 된 거에요.

엄마 잘못 아닌데 왜 자꾸 내 마음을 아프게 하세요.

너무너무 미안해요.

너무너무 미안해요.

엄마 정말 사랑해요.

이제는 엄마 눈에서 눈물 안 나게 할께요.



큰일 하나가 약간의 폭풍을 몰고 오긴 했었지만

잘 지나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 하나로 난 영원히 괜찮으리라 생각을 했고,

나도 모르게 안심하고 있었나봅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모든게 쉬운일은 아닌가봐요.

산넘어 산.

왜 그말이 나왔는지 이제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까요.


후..

지독하게도 슬프고 우울한 날입니다.

오늘같은 날은 하늘이 원망스럽고도 또 원망스럽습니다.


종교가 없지만..

만약 하느님이나 또는 누군가가 계신다면

왜 나를 돕지 않는 것일까.

의문만 듭니다.




© Alexas_Fotos, 출처 Pixabay


우울할때면 글을 썼다. 종교도 없었고 어디다 하소연해야할지 몰랐다. 마음속 쓰레기통이 필요했다.  나혼자 보는 것보단 모르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일기였겠지. 그때부터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예전 글을 보면 너무 우울함 가득이라 읽기 싫다. 그 많던 글을 모두 비공개한 이유다. 20대 맑았던 시절에 난 무엇이 그리도 우울했을꼬. 지금보다 몸은 더 편했을텐데.


그리고. 육아로 한동안 글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 j_wozy, 출처 Unsplash



이제서야 아이들이 좀 크고 다시 글을 쓴다. 직장과 아이들만 보고 있었다면 또 우울한 글만 가득했을 것이다.  허나 글쓰는 것으로 즐겁고,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으로 즐거우니 글도 자연스레 명랑하다. 이 글을 보고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 즐거워진다. 


어떤 분은 바쁜데 왜 쓰냐고 한다. 문장은 줄줄 나오는게 아니다. 제법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계속 쓴다. 글을 쓰고 나면 머릿속이 환해진다. 머릿속 생각을 비우는 작업이다. 글을 쓰면서 그때를 떠올리고 지금을 떠올리고 머릿속을 동글동글 굴리는게 큰 즐거움이다. 머릿속이 비면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더 큰 무엇이 또 다가온다. 그것은 이전의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다. 


현재 나의 상황으로는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언제까지 계속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즐거움! 새로운 시도의 행복감과 머릿속을 비우는 즐거움을 한동안은 계속 누릴 것 같다. 나를 위해서.

오늘도 이 글을 쓰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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