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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Dec 16. 2020

인테리어를 하기까지 -2.싱크대는 어떻게 하지?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있나?"

  "어차피 쓰는 거 좀 더 쓰자."

  "아 진짜. 이미 돈을 많이 빌렸는데."

  "이미 많이 빌렸으니 100빌리나 200빌리나 갚는 기간 한두달밖에 차이 안 나잖아."


  인테리어하면서 수도없이 했던 말이다. 계속적인 결정의 연속들. 거기에 따를수밖에 없는 자금문제들. 난 조금이라도 덜 빌려서 돈을 빨리 갚자, 남편은 머 별거 있나 조금 더 길게 갚으면 되지. 애초에 생각자체가 다르다. 그러니 좁혀질 수가 있나.


  싱크대는 결국 남편 마음대로 했다. 싱크대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견적차이가 많이 난다. 사진을 엄청 보고 한샘 키친바흐, 리바트키친, 사재싱크 등 보는게 많아지니 욕심도 많아진다. 더구나 이미 남편은 11자 주방을 하기로 맘 먹었으니, 주방에 '힘을 주겠다' 맘 먹었으니 견적은 안중에도 없다. 결국 동선상 'ㄷ'자 주방을 하긴 했지만 견적 내러 다닐 때까지만 해도 11자 주방이었다. (이거 땜에도 얼마나 싸웠는지.) 그냥 이쁘면 땡이다.  키친바흐, 리바트키친 등 알려진 브랜드의 가장 최상위 모델이 젤 맘에 들었고, 견적을 내러 다녀봤다. 그러다보니 3000만원, 4000만원, 5000만원은 3000원, 4000원, 5000원으로 느껴진다. 


  그래도 다행인건 견적을 내다보면 신기한 순간이 온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게 된다.


  '아. 우리 인테리어 max 4000만원까지 하기로 했지. 근데 싱크대가 이미 5000만원인데 부엌만 고쳐야 되나? 다른 곳은 무엇으로 고치지?'


  남편한테도 나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자기야 우리 있잖아. 인테리어 4000만원만 쓰기로 했잖아. 근데 싱크대 견적이 5000만원 나왔는데, 다른 데는 뭘로 고치노? 자재값도 안나오겠는데?"

  "인테리어 하는데 돈을 좀 더 쓰는 건 어떠노?"


에라이. 애초에 글러먹었다. 


  "하. 그럼 우리 상한선을 좀 만들자."

  "좋다. 100만원 상향."

  "응?"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께."  



결론적으로 우리는 3년 6개월 전 인테리어 평균 시세 평당 100만원을 맞췄다. 이정도 퀄리티에 이 정도 가격이라고? 부동산에 집 내놓을 땐 조금 뻥튀기 했다. 아마 브랜드 싱크를 선택했다면 그렇게밖에 나올 수 없는 가격이기 때문이며, 브랜드싱크 최상위 클래스보다 더 좋은 자재를 사용한 이유다. 


  우리가 숱하게 보러다녔던 싱크대 쇼룸에서 우리는 가격만 눈에 익힌 게 아니었다. 싱크대 자재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상판은 무엇을 할 것인지, 문은 어떤 자재로 할 것인지에 따라 싱크의 퀄리티는 확 달라졌으며 견적은 더 눈에 띄게 달라졌다. 흔히들 문 색깔을 '무광 흰색'으로 해주세요. 라고 얘기하지 않나? 우리 인테리어 사장님도 당연히 무광, 유광만 얘기하다 결국 우린 싱크대 업체를 바꾸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자재 이야기는 맨 아래에)


  머릿속에 가득한 자재. 이미 난 다 골라놨는데 그렇다고 5000만원짜리 리바트 키친을 갈 순 없고... 그때부터 찾아 헤맨 것은 동네에 있는 사재싱크 공장이었다. 인테리어 업체에 싱크를 맡기면 메이커 싱크를 하실래요,사재 싱크를 하실래요 묻는다. 사재싱크를 납품하는 공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사재싱크업체->인테리어업체->나 이렇게 오게 되니 단가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나는 덕후였지.... 손품 시작. 싱크업체를 알아보면서 난 확실히 느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찾아헤매다 보니 우리 동네에 쇼룸을 갖춘 사재싱크업체가  두 군데나 있었던 것이다. 난 브랜드 딱지도 필요없었고, 브랜드에 납품되는 자재로 제대로 만들기만 해주면 됐다. 브랜드 싱크 후기를 찾아보니 브랜드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고, 누가 조립하느냐에 따라 퀄리티는 완전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비싸기만 한 브랜드는 이제 그닥이었다. 위 링크에 썼던 광주 오포에 있던 싱크업체는 전국적으로 너무 유명하고, 공사일정이 꽉꽉 차 있어서 그런지 같은 자재로 구성했을 경우 사재싱크라 하더라도 브랜드 싱크의 2/3정도였다. 


  우리 동네를 갔더니? 사장님이 일단 우리의 컨셉을 듣고 깜짝 놀란다. 이 동네에서 이렇게 만든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광주 오포 그 사장님께 들었던 말을 또 들었다. 물길은 나오냐고. 이제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설비는 이미 인테리어 업체에서 다 해놨다고. 우리가 원하는 구성으로 만들 수 있게 설비를 다 해놨으니 우리가 원하는 자재로, 디자인으로 만들어만 달라.   


  싱크 사장님은 우리가 원하는 구성으로 3d작업을 삭삭 하신다. 그때까지 싱크를 초중고등학교때 배운 입체 그리기 실력으로 구상하고 그리고 있었던 우리에게 신세계였다. 더구나 상상력으로 인테리어를 진행해오던 우리였으니 얼마나 감동받았을까. 쇼룸에는 우리가 궁금해하던 문들도 대부분 있어 고르기가 더 쉬웠다. 


  견적 내는 과정에서 일부 레일은 자주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서 싼 레일로 고쳐서 견적을 깎았으며, 부분부분 MDF 의 등급을 조절하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가격을 만들어야 하니까. 견적은? 브랜드 싱크의 1/3이 못 미치는 가격. 그나마 거기에서 더 깎았다. 사장님은 이러면 안되는데.. 하신다. 우리가 조건을 걸었다. 


  "이 동네에서 이 구성으로 한번도 진행한 적 없으시잖아요. 더구나 아일랜드 앞쪽 자재는 한번도 사용하지 못했다고 하셨잖아요. 더구나 상판도 우리가 처음이라면서요. 그러니 사진찍으세요.(싱크대 앞쪽 얼룩덜룩한 자재. 포인트로 선택한 것이다. 이건 돌을 포로 떠서 MDF에 붙인 것이다) 사진 마음껏 쓰셔도 되요."


  파격적인 가격으로 마침내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된다. 이 사장님도 인테리어 업체에 납품하시는데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계약했다면 깎기 전 가격에 200-300만원은 더 불렀을 거라고 하셨다.  우리집 공사의 아주 큰 부분이 부엌 싱크였는데, 싱크 가격을 맞추면서 전체 인테리어 가격도 내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집 싱크는 완성되었다. 글을 이만큼 썼는데 아직 싱크대네. 흠. 나머지는 그래도 짧겠지. 바닥, 타일, 화장실. 요정도만 하면 집이 완성되겠다.


TO BE CONTINUED.




주방 싱크를 선정하기까지의 과정

1. 정보수집 -> 사진 많이 보기, 브랜드쇼룸 둘러보기

2. 브랜드 vs 사재 싱크 선정하기 및 공사

애초에 불가능이란 없다. 자재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면 내가 만들고 싶은 주방을 생각보다 싸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진행하면서 장단점이 있었으며, 3년 반 사용하고 나니 아쉬운 점은 다음과 같다.


1. 진행하면서 장점 : 싼 가격, 우리가 원하는 자재를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었다.


2. 진행하면서 단점 

  - 무리하게 돈을 깎다보니 인건비를 줄였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몰랐다. 3명이 하루종일 해야하는 일인데 2명이 와서 밤 늦게 까지 공사를 했다. 일하는 사람이 힘들기도 하고, 집중력이 점점 흐려져 마무리가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인건비는 줄이면 안되겠다는 걸 깨달았다. 

  - 3명 할일을 2명이 하다보니 밤 늦게까지 공사는 진행되어 동네분들께 죄송했다.  

  - 인테리어 업체를 끼고 하면 인테리어 사장님은 수수료를 받는 대신 AS나 진행과정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계약하다보니 AS문제가 발생했을 때 업체의 대응이 아주 맘에 들지 않았다. 순진했던 우리는 공사가 끝나자마자 100% 입금을 다 해버렸는데 10%정도는 AS가 처리되고 난 이후 지급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입금 전/후가 판이하게 달랐던 싱크 사장님. 우리는 작품을 만들었으나 다시 그 사장님과 계약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3. 3년 반 사용하고 난 뒤 아쉬운 점

  - 부자재(특히 레일)는 좀 비싸도 제일 좋은 것을 쓰자. : 일부 잘 쓰지 않는다며 싼 레일을 넣은게 애초에 잘못됐다. 처음 1,2년은 그 레일이 잘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3년차가 되고 나니 레일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부 바꿔 끼우기도 했는데 남편이 DIY로 진행하다보니 완벽하지 않다. 처음부터 돈 조금 더 쓰고 나중에 고생 하지 말자. 차라리 문짝의 같은 무광 자재로 레벨을 낮추고, 레일 등의 부자재를 최고급으로 쓰기를. 

  - E1자재는 처음에 머리가 아파 환기를 많이 했어야 했다. 다행히 공사가 여름에 진행되어 환기시키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E1자재 또한 친환경 자재이긴 하니 자재값을 아끼고, 한달 정도의 환기를 감당할 수 있다면 E1자재를 사용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싱크 자재에 대한 약간의 이야기


  똑같은 무광 문이라도 종류가 아주 많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1. LPM : mdf에 무광시트지를 입혔나(mdf는 e0인가, e1인가, e2 인가 등등 등급이 또 나뉜다. 인체에 가장 영향을 덜 주는 것은 e0이다.)
2. mdf가 아닌 다른 자재에 무광시트지를 붙였나
3. 페인트를 뿌리는 도장작업을 했나(도장도 uv도장이냐, 우레탄 도장이냐......)
4. 우리 싱크 사진에 있는 것처럼 손잡이를 붙였나 안 붙였나



상판은?

1. 원목
2. 인조대리석
3. 천연대리석
4. 엔지니어드스톤(ex. 칸스톤, 천연대리석 대체제)


상판 가격만 해도 후덜덜이다. 문이랑 상판만 고르면 끝이냐고? 아니. 이제 문을 어떻게 여닫을지 생각해야지, 서랍을 넣고 뺄때 어떻게 레일이 돌아갈지 결정해야지.


문은 닫힐 때 한번에 쾅 닫히길 원하시나요? 아니면 처음엔 빠르게 닫히다가 완전히 닫히기 직전에 천천히 닫혀서 소리없이 닫히길 원하시나요?

서랍은 닫힐 때 끝에 천천히 닫혀서 소리없이 닫히길 원하나요? 그냥 확 넣으면 확 들어가길 원하나요?(레일선택)


이제는 꾸며야 한다.

설거지를 해야하는 싱크 고르기, 수전고르기 등등


그냥 다 내가 골라야 한다. 자재는 내가 고르고, 업체에서는 그 자재를 주문해서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제일 편하다. 







함께 보면 좋은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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