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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Dec 19. 2020

인테리어를 하기까지 - 3. 바닥재의 선택


  솔직히 싱크대만 고르면 인테리어가 끝난 줄 알았다. 6개월 동안 싱크대만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휴. 생각해보면 집에 방도 있고 화장실도 있는데. 싱크대만 생각한 우리도 웃긴다.




  사장님의 미션이 떨어졌다. 


바닥재를 고르시오.




이제는 사장님께 어떤 종류가 있는지 묻지도 않는다. 사장님도 우리 스타일을 이젠 아셨는지 미션만 던진다. 우리가 알아서 결정하겠지 생각하셨나 보다. 무한 서치 시작.



바닥재의 큰 카테고리

1. 장판
2. 마루
3. 타일



장판으로 할 거냐 마루로 할 거냐 타일로 할 거냐. 


첫째. 장판은 옛날 어릴 때 집에 있던 그 노란색 장판인 줄 알고 처음부터 지우려고 했다. 그런데 찾다 보니 그 장판도 있긴 한데 소음 차단 장판도 있네? 거기다 고급진 마루 무늬를 장착했단다. 장판 두께까지 정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많이 뛰는 집엔 층간소음 때문에 장판을 선택을 많이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리니 고민이 되었다.


둘째. 마루는 우리가 아는 그 마루다. 


셋째. 우리가 아는 그 타일이다. 포세린타일이나 대리석을 사용한다. 바닥재로 쓰이는 타일은 벽에 붙이는 타일보다 훨씬 두껍다. 이유는 그 위에 사람도 걸어 다니고, 물건도 올리는 바닥이니까. 겨울에 난방을 할 경우 따뜻해지기까지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한번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따뜻함이 오랫동안 유지된다고 한다. 그리고 마루는 시간이 가면 흠이 나지만 타일은 원형 그대로 유지가 쉽다고 했다. 예를 들자면 내가 그릇을 떨어뜨리면 마루는 그릇이 깨지기도 하지만, 마루가 찍힌다. 그런데 포세린타일은 그릇만 깨진다. 와장창. 하지만 난방을 하지 않을 경우 바닥은 아주 차갑다는 단점이 있다. 


부엌과 마루의 경계를 확실히 주고 싶어서 부엌은 포세린타일, 거실은 마루로 하는 집도 많았다. 



 남편과 상의 시작. 소음이 걱정되어 장판은 어떠냐고 남편에게 물었는데, 얄짤없다.


  "바닥은 마루지. 뭘 딴 걸 생각하노? 장파안? 장판은 정말 안 이쁠 것 같다."

  "사진 보니까 장판도 꼭 마루 같던데?"

  "사진이니까."

  "그럼 포세린타일은 어때?"

  "그건 첨부터 생각한 적 없다."

  "아니, 부엌은 포세린타일로 하고 거실은 마루로."

  "안 그래도 그릇을 잘 떨어뜨리는데 안된다. 위험하다."(난.. 그릇을 정말 잘 떨어뜨리고 잘 깨뜨린다...)



마루로 결정. 사실 나도 마루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싸울 일이 없었다. 이걸로 웬일로 바닥재 선택은 끝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마루가 여러 종류인 것이다. 종류도 종류지만 붙이는 방법에 따라 스타일도 다르다. 아뿔싸. 또 싸워야 하는 일이 생길 것 같다. 




마루의 종류

1. 강마루
2. 합판마루(온돌마루)
3. 원목마루



가격은 1번이 가장 저렴, 3번이 가장 비싸다.


강마루는 합판 위에 필름을 붙인 것이다. 보통 분양하는 아파트의 마루가 대부분 강마루다. 강마루는 필름인데 합판마루와 원목마루는 나무를 켜서(포를 떠서라고 표현) 붙인 것이다. 그런데 붙이는 나무의 두께가 다르다. 합판마루는 필름 정도의 두께로 나무를 켜서 붙이는 것, 원목마루는 2mm 이상 나무를 두껍게 켜서 붙이는 것이다. 그럼 나무 밟는 게 같지 않느냐? 나도 그게 궁금했다. 흠이 났을 때가 다르다. 무엇을 떨어뜨려 마루가 흠날 때 합판이 드러나느냐, 나무가 드러나느냐의 차이다. 합판마루는 붙인 나무가 얇다 보니 흠이 나면 합판이 바로 드러난다. 강마루도 흠나면 필름 밑 합판이 바로 드러나는 것처럼. 그런데 온돌마루는 나무가 두껍다 보니 흠이 나도 나무다. 인테리어를 한 지 시간이 지나면 원래와 비슷한 상태는 아마도 원목마루일 테다. 흠집이 나도 나무니까. 어차피 겨울이 되면 줄어들었다가 여름이 되면 늘어나는 나무의 특성은 마루의 종류와 상관없이 가지고 있다. 다만 가격이 문제다. 강마루의 두배가 원목마루다.





  난 강마루. 남편은 원목마루. 우리의 단골 멘트가 또 나왔다.


  "돈 있나?"

  "돈 없나? 은행 가면 준다 아이가?"

  "이미 많이 은행에서 주는 거 받았잖아."




강마루가 5천 원이고 원목마루가 만원이면 그래라 했을 테고 나도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인테리어 견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닥재다. 그만큼 큰돈이다. 


  "싱크대는 자기 마음대로 했으니 바닥재만큼은 내 맘대로 할래!"

  "싱크대 대신 얻은 건 화장실 아니었나? 바닥은 우리가 같이 정해야 하는 거지."

  "그.. 그래?"




은근슬쩍 넘어가서 내 맘대로 하려고 했더니 그냥 넘어갈 남편이 아니다. 우리는 며칠 동안 계속 첨예하게 대립했다.  




  "난 원목마루로 하고 싶어. 사람은 나무를 밟고 살아야지."

  "자기! 이때까지 우리 계속 필름 밟고 살았그등? 그때까지 아무 말 없었잖아. 만족하고 살았잖아. 뭐가 달라지겠어?"

  "내는 이제부터는 나무 밟고 살끼다."


나는 가성비, 남편은 나무 밟고 살기가 주된 포인트였다. 우리가 결국 선택한 것은. 2번이었다. 나무를 밟고 살 수 있으면서 그나마 가성비를 추구한 합판마루다. 바닥재 선택으로 이제 끝났을까? 아니. 아직 남았다. 바닥재를 어떻게 붙이느냐가 남았다. 바닥패턴을 결정해야 했다. 또 색상도 남았다. 쓰는 나도 한숨 나오고 읽는 사람도 한숨 나올 것이다. 또 싸울 일이 생겼냐고? 다행히 생기지 않았다. 이유는 또 비용 문제 때문이었다.




우리가 고민했던 바닥 패턴의 종류

1. 일자
2. 헤링본
3. 쉐브론



지금 고민 중인 이사 갈 집 바닥패턴

1. 일자
2. 쉐브론
3. 구정마루 프레스티지(패턴이라고 하기도 애매모호하다)


출처 : 구정마루


  처음부터 난 강마루 헤링본을 원했다. 일반적인 모양보다 헤링본은 자재와 시공비가 1.2배 정도의 가격이다. 근데 이미 머릿속 바닥재보다 높은 걸 선택했으니 어떻게든 예산을 줄여야 했다. 그냥 평범한 모양으로 붙이기는 싫었다. 남편도 이미 비싼 바닥재를 선택했음에도 그러긴 싫었나 보다. 우리의 절충안은 거실과 부엌은 헤링본, 방은 일자시공이였다. 이렇게 선택함으로써 자재값에서 올라간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마루의 색상은 남편은 어두운 색, 나는 밝은 색이었으나 결국은 밝은 색으로 결정했다. 바닥을 어두운 색으로 하고, 벽면을 밝은 색으로 하면 집안의 가구가 확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어두운 색으로 했을 경우, 특히 잘 찍히는 합판마루나 강마루를 선택한다면 흠집 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흠집이 나면 밑에 있는 합판의 밝은 색이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만약 어두운 색의 원목마루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특히 넓은 집인 경우 집이 우아해 보이고 고품격으로 보인다. 그래서였는지 남편은 원목 어두운 색으로 처음에 원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합판마루로 선택한 이상 흠집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흠집이 났을 때를 걱정하기는 싫었다. 



거실과 방의 경계. 헤링본/일자시공





3년 반이 지난 지금 마루의 선택과 붙인 스타일에 대한 나의 생각은?


  헤링본이 생각보다 유행을 탄다. 요즘은 그냥 일자시공도 많이 하고, 일자시공보다 큰 마루조각을 '툭툭'붙이는 것도 요즘 추세다. 합판마루는 3년 반 내내 남편이 나에게 "선택 잘했지? 내다."라고 얘기할 만큼 만족도가 높았다. 예전 강마루에 살 때에는  여름이 되면 습기로 찐득찐득한 바닥이었으면, 이번 여름은 나무가 습기를 한껏 머금기 전까지는 뽀송뽀송한 바닥을 밟고 생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닥이 강마루보다는 조금 더 폭신(?)하다. 이사 갈 집 인테리어를 할 때 망설임 없이 선택한 자재 중 한 개가 바닥재였으며, 우리가 선택한 자재는 '합판마루'다. 원목은 아직까지도 우리가 가지 못할 산이다. 만약 여유가 된다면 원목을 선택했을 것 같다.  




  인테리어는 그랬다. 한정된 예산에서 무엇을 어디에 쓰느냐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었고 선택을 하다하다 안되면 한정된 예산을 좀 더 늘려볼까 고민해보는 것. 누가 돈이 넉넉히 있어서 집을 구매하는가? 대한민국 현재 집값은 근로소득을 열심히 모아 사기에는 상승률이 너무 크다. 많은 사람들이 은행과 공동구매로(대출을 껴서) 집을 구매하며, 대출을 갚아나가는 사이 집값은 근로소득보다 많이 상승한다. 그 사이 끼여있는 것이 인테리어다. 앞으로 오랫동안 살려고 구매하는 집이니 적어도 도배 정도는 하고 들어간다. 그런데 이미 지은 지 오래된 집이라면? 조명도 바꿔야 하고, 화장실도 수리하고, 바닥도 많이 찍혔으니 수리하고... 우리의 인테리어 시작도 그랬다.


  이미 집 구매하느라 대출을 많이 받았는데, 인테리어 때문에 대출의 규모를 얼마나 더 늘리느냐. 그것이 우리 부부에게는 포인트였다. 나도 쪼잔하고 싶지 않았다. 원목마루 하고 싶어? 해!라고 속 시원하게 얘기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이리저리 여러 대안을 찾아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 그 사이 나의 취향을 살려야만 하는 것. 우리 부부가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던 이유였다. 


이제 주방이랑 바닥이 끝났으니 화장실, 타일, 조명 등등...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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