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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Apr 27. 2021

아이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가?

아이는 왜 소중한 시간을 공부하는 데에만 보내는가?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깃거리는 한정된다. 직장 동료를 만나면 직장 이야기,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지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지에 대해 애써 눈 감고, 귀 닫고 있었는데, 사람들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듣게 된다. 학원을 어떻게 보내는지, 아이들이 커 가면서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 이야기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며 노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6학년 아이의 엄마. 별로 시키지 않는다고 하는 그분의 아이는 내가 듣기에는 과히 충격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 6학년인 아이는 수학 선행을 별로 하지 않는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학원을 한번 다녀오면 숙제가 문제 100문제다.
- 아이의 성장을 위해 11시 이전에는 꼭 재운다.
- 아이가 언제 노냐고 하니 '나 혼자 산다'는 본다고 한다.
- 아이가 스트레스 풀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태권도 학원을 보낸다.
- 13세일 뿐인 아이는 6시에 시작하는 학원에 가서 9시에 마치고, 그때 집에 돌아온다.

학원의 종류도 대단했다.
- 수학학원은 사고력부터 쭉 보내긴 했는데, 저학년 때는 **학원, 중학년 때는 **학원, 고학년 때는 **학원을 보냈고, 이제 중학교에 가니 알려진 루트대로 ** 학원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 중이다.
- 영어학원은 현재 아이가 재미있어 하긴 하나, 회화 위주가 아닌 내신 위주인 **학원으로 보내야 하나 고민한다. 보통 아이들도 그런 루트로 학원을 다닌다.
- 영어학원도 다녀야 하고, 주변 아이들이 과학 특강을 다니고 있으니 나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한다.
- 가끔씩 6학년이 되었을 뿐인데, 아이는 어떤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 생각한다.

듣는 데 좀 우울해졌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그 아이는 엄마의 말 그대로 옮기자면 그렇게 공부를 잘하지도, 많이 하는 편도 아니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과 똑같은 나이, 터울을 가진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 첫째의 영어가 너무 힘들어 둘째는 영어유치원을 보냈다. 이 동네 아이들은 영어를 너무 잘해서 지금도 불안하다.
- 3학년인 아이는 수학학원을 주 2회, 영어학원을 주 3회 간다.
- 수학학원은 1회는 사고력, 1회는 선행. 선행은 이제 시작했다. 보통 3학년부터 시작한다고 하니까.
-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운동 학원을 보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학원 이야기다. 그 아이들이 학원 말고는 다른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학원 말고는 아이가 집에 와서 뭘 할 시간이 없다. 학원 갔다 오면 학원 숙제를 해야 한다. 숙제가 산더미다. 집에서 학원 숙제를 해야만 한다. 학원 숙제하다가 잠잘 시간이 되면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 수업하고, 집에 돌아오면 학원 숙제를 하다가 학원에 간다. 학원 다녀오면 학원 숙제를 시작한다. 숙제를 하다가 잠잘 시간이 되면 또 잠을 잔다..........

아이들은 무엇을 위해 학원을 다니며, 학교를 다니는가?
놀아도 부족한 시간에 왜 아이들은 소중한 10대를 그렇게 보내고 있는가?
부모는 무엇을 위해 사교육에 돈을 그만큼이나 쓰고 있는가?

생각이 많아졌다. 경기도 오산시부터 시작된 초등학교 3학년 '생존 수영'. 처음에는 오산시에서만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경기도 전역 필수 수업이 되었다. 3학년 10시간의 생존 수영 수업을 위해 전국적으로 어린이 수영장 열풍이 일었고, 지금도 어린이 수영장은 코로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다. '생존 수영'수업을 위해 혹여 우리 아이가 생존 수영 수업에서 뒤처지지는 않을까, 미리 학원에 보낸다. 학교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는 사교육들. 학교는 왜 존재하는 것이지? 사교육을 위해? 학교가 원래 배우는 곳이 아니던가? 왜 학교 수업을 위해 사교육을 배워야 하는가?

학교에서 아이가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어떤 수업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을 이제껏 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어떤 교과, 어떤 내용이 나올 것이고, 많은 아이들이 어떤 내용을 힘들어하니, 미리 학원 특강에 보내는 것. 그것이 관건이다. 학교 수업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고, 참여해야 하는 것이고, 아이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험을 가지고 있다. 학부모가 조절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사교육은 내가 선택하고, 내 돈만 쓰면 끝이다. 학교 시험을 잘 치기 위해 사교육을 선택하는 것. 엄마가 내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인가... 너도나도 사교육을 하고 있으니 가만히 아이의 잠재성을 믿으며 지켜보는 사람도 불안해진다. 앞서가는 아이의 뒤를 따라가는 아이가 좌절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뒤늦게 사교육의 컨베이어 벨트에 입성한다. 이미 저 멀리 가고 있는 사교육의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내 아이가 한없이 작아 보인다. 차라리 진작 시킬걸. 어차피 시키게 되는걸. 주변 사람들에게 너의 아이는 미리부터 시키라고 조언한다.




아이는 놀아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잘 놀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아이의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질문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해야 한다고 배웠다. 아이가 심심할 틈이 있어야 어떻게 재미있게 놀 수 있는지 고민하며, 자신만의 상상력을 현실로 가지고 오며, 그 과정에서 창의성이 키워진다고 배웠다. 


현실은 어떠한가. 아이들은 그럴 틈이나 있을까? 아이들이 심심해봐야 생각을 할 텐데 아이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어른들은 무엇을 위해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고 있는 것일까? 그 아이들이 크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좋은 대학을 가면 뭘 하지? 왜 가야 하지? ai가 10년 이내에 현재 좋은 직업이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직업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될 것이라 얘기하는데, 지금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거지? 지금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들이 아이들을 위해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엄마는 나와 동생을 키울 때 주변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 당시 몇 백만 원짜리 과외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한다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귀를 닫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그 노력의 덕분인지 내가 원하지 않은 학원을 다닌 적이 없다. 놀고 싶으면 놀고,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했다. 워낙 학군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도 말이다. 며칠 전 만났던 중학교~대학교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그 당시 나만 편하게 지낸 것 같기도 했다. 친구는 중학교 1학년 때도 아침 7시에 영어학원을 갔다가 학교 등교, 하교 후에 8시까지 쭉 학원에 있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도 꽉 짜인 학원 스케줄을 돌았다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그럼에도 다행히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지냈는데 주변에서 봐도 좋게 생각하는 대학교, 좋은 과에 입학했다. 지금도 잘 살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어제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분들도 이곳에 이사 온 이유는 '환경'때문이었다고 한다. 나처럼. 그 환경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학원 또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학원에 보내야 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해야 우리 아이들도 뒤처지지 않고 잘하게 될까? 잘하는 게 왜 중요하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엄마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거? 뒷받침 없이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찾아 헤매면 그때 내가 도와주는 게 더 효과적이고 아이도 잘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정답도 없고, 해답도 없다. 교육학들은 현재 이 동네의 사교육 시스템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말들을 하고 있다. 미래사회는 지금과는 정말 달라질 것이 확실하다.


아빠의 어릴 적 가족사진이다. 60년 전 사진인 듯하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골 풍경.


초가집. 삼베 적삼. 그 시절 아빠는 지금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하나씩 쥐고, 언제든 누구에게 연락하고 싶으면 바로 할 수 있는 세상, 누구나 자동차를 타고 쉽게 여행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60년 동안 사회는 변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분명히 60년 전과 지금이 이렇게도 다른 것처럼 달라질 것이다. 다가올 미래를 위해 아이들을 시류에 편승되지 않고 올바르게 이끌어가야 할 것이 부모의 역할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아이들은 예전 학교의 시스템 같은 곳에서 살아가고, 한층 더 심화된 사교육 시장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친구들 또한 그런 상황에 살아가고 있다. 난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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