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며 하는 휴직은 이전 휴직과 다르다. 지난 휴직은 힘들었다. 밤새 열이 나는 아이를 아침이 되길 기다려 들쳐업고 병원에 가는 일도 많았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뒤에는 집안일 조금 하면 아이들이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또 육아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말하고 보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스케쥴이긴 하네...ㅡㅡ;;; 집안일 조금하고 나면 아이들이 집에 돌아온다. 심지어 더 빨리 돌아올 때도 있네;; 아이들이 커서 이제 걸어다니고, 말도 하고.. 하다보니 아이들을 챙기는 힘은 덜 든다. 그런데... 머릿속은 터질 지경이다. 지난 휴직일 상태에도 열성적인 엄마들은 아이를 영어노출 시킨다던지... 동화책을 아주 많이 사줘서 책바다속에 풍덩 빠져놓던지.. 그런일은 허다했다. 난 나의 교육철학과 전혀 맞지 않는 일이었다. 경험을 많이 시켜주려고 했고, 필요한 책만 사서 읽어주고, 죽도록 캠핑다녔다. 자연과 친해지게 하려고. 지금 돌아가도 그 열성적인 엄마처럼 아이들을 키울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니 그 교육철학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을지 끊임없이 고민중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찾을 때까지 놔둬야 할 것인지, 엄마 주도의 학습을 시도하며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훈련시켜야 할 것인지. (내가 잘할 자신은 있는지!! 아이들을 잘 따라올 것인지!!)
먼저 전제를 깔아둔다. 난 평생 공부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공부는 내가 알아서 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평생 직장맘이셨다. 지금 엄마와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은 이유를 대화해보면 그 당시에도 우리 엄마도 공부하라고 말하지 못해서 죽도록 힘들었다고 한다. 공부하라고 시켜야 할텐데, 공부하라고 말하기 싫은 것. 공부해서 뭐할 건가. 그런 생각이 앞서 결국은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하신다. 워낙 바쁘게 일을 하며 살다보니 내가 놀고 있어도 그것에 대해 신경을 끄라면 끌 수 있었던 상황인 듯 하다. 아빠는 뭐 항상 운동도 하고 술도 마시고 모임도 하고 왁자지껄하며 밤시간을 보내시고 오셨으니... 말하기가 뭐하다. 그런 집안 환경에서 자유롭게 컸다.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고, 학원 가고 싶으면 학원 보내달라고 해서 학원가고, 놀고 싶으면 놀고. 가끔씩 친구집 분위기를 들으면 우리집과 너무 달라 깜짝 놀라기도 했다. 엄마가 친구더러 공부하라고 하시곤 친구 책상 바로 옆에서 항상 책을 읽고 계신다던지, 친구 책상은 방안에 있으나 방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고 그 문은 항상 열어두어야 했으며, 엄마는 그 문이 보이는 곳에 의자를 두고 항상 앉아계신다던지... 괴롭다고 했다. 힘들다고 했다. 공부는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자의든 타의든 공부를 했어야 했던 그 친구들과 나의 입시결과를 우선 비교해보면 안타깝게도 그 친구들이 나보다 좋지 않은 대학에 갔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난 하고 싶을 때만 했는데... 이런 케이스를 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본다. 엄마주도의 학습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더구나 20년이 흘러 지금 그 친구들은 뭐하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가정주부다. 아니면 '사'가 들어가는 직업. 그들의 부모님은 아이가 향후 어떤 일을 하는 사람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그토록 공부를 시켰던 것일까?
어떤 부모님은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공부를 시켰으니 그 정도 대학을 갔고, 그 정도 사람을 만났고, 그렇게 결혼하여 그 정도로 지금 살고 있는 것이라고. 그정도 공부를 안시켰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지 않은 환경에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난 그럼 반문하고 싶다. 만약 공부를 못하고, 대학을 못갔고, 좋지 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하더라도(그 좋지 않은 나락이 과연 어디인 줄 모르겠으나/ 좋은 대학가서 2학년 때 적응못해서 죽는 아이들이 오히려 나락에 떨어진 거 아닌가...) 아이가 그 바닥에서 딛고 하늘 끝까지 날라갈 힘을 10대에 길러주었다면요?
또 그렇게 얘기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때와 지금은 달라. 지금은 수시가 워낙 많아서 엄마가 신경쓰지 않으면 아이가 갈 길을 못 찾게 돼. 그건 좀 인정. 그런데 그거랑 아이 학교 선행, 초등학교 1학년 집에서 공부해공부해 하는 것이랑은 무슨 상관인가요.... 다 연결된다고 하실 것 같은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 말도 맞습니다만 ㅠㅠ
아무튼 이런 저런 상황을 미루어보면 굳이 우리 아이들에게 나쁜 소리를 하면서까지 공부하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공부하라고 얘길 들은 적이 없으니 사실 그 분위기도 잘 모르겠고, 그 얘길 어떻게 해야할지, 그 얘길 하고 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내가 경험해봤어야 그 말을 듣는 나의 마음도 알고, 그 마음은 헤아려줄텐데. 사실 몇 번 말해봤다. 휴직하고, 다른 집 아이들은 죽도록 공부하는 것 같고, 우리 아이들은 아주 편안하게 집에서 먹고 놀고 그림그리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있으니 엄마만 조바심 난거다. 그래서 마음먹고 공부하라고 해봤는데 집안 분위기가 완전 꽝이 됐다. 아이들은 가시에 찔린 것마냥 아주 뾰족뾰족해졌다.
엄마 왜 그래?
이런 느낌.
그리하여 이런 저런 이유로 이 휴직기간에 아이들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계속 고민이고, 앞으로도 어떻게 공부에 대해 마음먹어야 할지 너무 어렵다. 거기다 4차 산업혁명에 관련된 책을 읽고 나니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보게 하는 경험이 아이들의 인내심 향상에 좋겠다고 미친 척 생각도 해본다. 난리 부르스도 이런 부르스가 없다.
영어학원 죽도록 다니면 뭐하겠노. 곧 ai 버튼만 누르면 따다닥 나보다 더 영어를 잘하는 ai가 통역해줄텐데. 수학 아무리 잘풀면 뭐하겠노 수학로봇이 다 해줄텐데. 이런 것들은 전부 ai에 아주 쉽게 대체될 수 있는 것들인데 아이들의 소중한 어린 시절을 쉽게 대체될 수 있는 것에 힘들게 공부시키는 것이 과연 맞나... 굳이 반문을 해본다면 내가 영어를 좀 할 수 있어야 ai가 제대로 통역을 하나안하나 검증할 수 있고, 그래야 ai에 기대는 것이 줄어드니 나대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것. 그런데 내 상황을 생각해보면 어쩔 수없이 ai에 의지할 것 같다는거. 바로 옆에 통역을 좌라락 해주는 로봇이 있는데 굳이 힘들게 영어공부를 누가 하겠냐는 말이다. 당장 나부터도 네비를 알게 되면서 힘들게 길을 찾지도, 기억하지도 않는데.
그래 인정. 정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
무엇이든 답은 없고,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한 순간도 이렇게 허황되고, 쓸데없는 글을 나불나불 쓰고 있는 이 시간도 결국은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거라는거. 이렇게 생각이라도 한번 해봤으니 아이들이 뭐라고 할때 나도 뭐라고 해주지. 아니면 이 글을 보여주겠지. 엄마가 이렇게 생각을 해봤는데.... 이렇다고.
또 최종적으로 ai에 대체되지 않을 것은 '엄마'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길과 사랑이라는 것. 이 소중한 휴직시간에 공부는..... 모르겠고. 그냥 접어두고. 에라이 흘러가겠지!!! ㅡㅡ;;; 아이들과 지지고볶고 싸워도 애정을 듬뿍 주고, 칭찬과 인정으로 사랑가득한 아이들로 키워내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일이라는 거다.
오늘도 그렇게 한번 보내보자 릴리야. 릴리 잘하고 있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