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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Jul 09. 2021

아이들에게 초등학교의 의미 - 그럼에도 초등교육 필요해



© klimkin, 출처 Pixabay


아이들이 학생이 되었다. 사실 난 학교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학원과 학교가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 생각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학생이 된 이후 학교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게 되었다.



아이들은 하루종일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교과서에서 나온 것,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은 여지없이 기억하고, 실천하려고 한다. 엄마의 행동을 선생님의 시선으로 판단하고 평가한다. 길 하나 건널 때에도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을 나에게 강조하며 지키라고 알려주며 본인이 스스로 지키려고 한다. 학교에서 친구와의 이야기도 종알종알 한다. 어떤 것을 함께 했고, 친구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주었고, 친구들에게 무엇을 배웠고... 학교가 아이에게 마치 하나의 훈장을 주는 것처럼 학교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며 학교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학원도 학교와 비슷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생각은 완전 다르다. 공부만 얘기할 뿐, 선생님과의 애착형성에 아이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학원은 그저 공부하러 가는 곳이다.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하는 곳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곳이라고 알려주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



한동안 학교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만 했다.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학교만 생각하다보니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가득했다. 아이들을 똑같이 키워내는 곳이 학교라는 생각을 했다. 질서와 규율을 강조하고, 똑같은 아이들만 양산하는, 3차 산업혁명 당시의 교육을 아직까지 답습하고 있는 것이 답답하기만 했다. 차라리 온 세상 학교가 모두 없어지고 표준화되지 않은, 아이의 선택을 중심으로 학원처럼 아이를 교육시키는 것은 어떠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학부모가 되어 보니 학교가 그러한 단점이 있으나 다른 좋은 면이 많음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적어도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8세-13세, 초등학교는 필요한 곳임을 느낀다.



원래 학교는 활자 그대로 '가르치는 곳 or 가르침을 받는 곳'이다. 가르치는 사람이니 현직 교사도 교육과정을 가장 중요시하고, 교육과정을 어떻게 충실히 이행할 것인지 항상 고민한다. 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시각에서 학원은 공부를 하는 곳, 학교는 교육과정보다 사회생활을 배우는 곳이다. 단체생활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우며 타인을 배려하는 방법을 배운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협동학습)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체육, 미술과 같은 다양한 활동은 그 활동으로서 가치가 있지만 오히려 그 활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잘하지 못하면 하나도 필요없어보이는 예체능이 아이들의 생각을 확장시키고, 더욱 정교화시킬 수 있는 도구일 수도 있다는 것.


물론 협동학습하는 학원을 보내고, 예체능학원을 보내면 모두 해결되는 일이다. 그러나 학원은 철저히 선택의 영역이다. 그런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학원만 다닌다면 아이들은 경험할 수 없다. 학교는 아이들이 당연히 가야 하는 곳이니 젖어들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이 많이 빠질 수는 있다. 하다못해 한물 간 교과며, 지식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간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학원에서는 특정한 섹터만 가능, 학교는 표준화된 무엇이 있기에 조금은 경험이 가능하다. 특히 가정환경이 뒷받침되기 힘든 곳인 경우 학교는 그 아이들에게 더욱 소중한 경험을 심어준다.



선생님의 역할도... 그렇다...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아이의 공부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은 없다. 아이가 잘 못하고 있으면 내가 신경써주지 못해서였고, 다시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지 선생님을 원망했던 적이 없다. 다만 아이가 바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것을 바로잡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나도 모르게 선생님께 기대고 있을 때가 많다. 즉, 선생님에게 아이의 성적보다는 아이의 인성을 키워달라고 기대고 있었던 적이 더 많았다. 학원은 반대로 아이가 무엇을 배우러 간다고 생각했던 적이 더 많았다. 가정에서 배울 수 없었던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를 배울 수 있는 곳도 학교라는 것을 이제서야 안다. 순전히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노는 것과 학교 수업 중 아이들과 놀이하는 것은 다르다.



생각보다 학교가 완전 쓸데없는 곳이 아니었음이 오히려 감사하게 느껴졌다. 학교와 선생님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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