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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Jul 19. 2021

아이를 키우는 데에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책장의 책을 늘리기는 싫었다. 안 읽은 책은 너무 많고, 사고 싶은 책은 계속 계속 더 늘어나고...

그간 사 놓은 책을 다 읽기 전까지 더이상 책을 사지 않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에 알게 된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고민했다.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결제하느냐 안 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지 않았다. 대신 도서관 도서예약을 하고 오래도록 기다렸다. 집에 있는 읽지 않은 책의 수는 변치 않았다. 책장에 있는 책 수도 지켜졌다. 다만 난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ㅡㅡ;;




그토록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이 책을 쓴 저자는 콜럼바인 총격 사건의 가해자 두명 중 한명의 엄마가 쓴 글이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키웠기에 그런 끔찍한 사건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아이가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자면 성장기에 어떤 일이 있었거나, 그러한 어떤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 궁금했다.

난 그렇게 아이를 키우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이 가장 컸다.




** 잠깐 콜럼바인 총격사건이란?


네이버 캡처





드디어 예약해둔 도서가 대출이 가능해졌고,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난 아직까지도 혼란스럽다. 내 머릿속을 송두리째 바꾼 책 몇 권들이 있었는데 이 책도 그 중 한권이 되었다. 책의 내용이 방대하기도 했지만, 그 무엇보다 혼란스러운 것이 너무 많아 이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도 어렵다. 그런데도 이 책에 대해서는 꼭 쓰고 싶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아오... 3,4시간을 쓰다가 왕창 날라갔다 ㅠㅠ 이 정도면 에라이 이거 안 쓸래 할텐데.... 결국 다시 글쓰기를 켜고 있다. ㅡㅡ 그만큼 머릿속이 복잡하다. 글을 쓰고,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은 상태다.)




  이 책의 저자는 수 클리보드다. 콜럼바인 총기 난사사건의 가해자 '딜런 클리보드'의 엄마. 그녀는 평생 일기를 썼다. 일기가 그렇게 쓰일줄 몰랐겠지만, 사건 후 딜런이 어떤 상태였는지 알고 싶어 지나간 일기를 들추어보았고, 딜런의 일기장을 들추어보며 딜런이 어떤 문제였는지 찾기 시작한다. 이 책은 딜런의 문제점을 찾으며 이런 사건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수 클리보드의 염원이다. 같은 날, 같은 사건을 엄마는 어떤 시각이었는지, 딜런은 어떤 시각이었는지 말한다.  



  보통 아이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면 부모탓을 하고, 성장환경을 탓한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을 키울 때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아이들과 많은 의사소통을 하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것은 그렇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 딜런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컸다는 점이다.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자살하기 며칠 전까지도 딜런은 부모님과 함께 새롭게 입학하게 될 대학교에 가서 달콤한 미래의 그림을 그렸다. 엄마가 아이를 잘못 키우지 않았다. 딜런의 엄마, 이 책의 저자는 장애아동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였다. 그녀가 알고 있는 최선을 아이에게 쏟아부으며 아이를 키웠다. 성장환경은 미국의 중산층 가정, 좋은 학교.




  그러나 딜런은 콜럼바인 사건의 가해자가 되었다.




즉. 지금 내가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환경과 딜런의 환경은 지극히 같았다는 점이다. 

즉, 우리 아이들도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자살할 수 있다는 것.



  그 어떤 것도 무엇이 문제라도 딱 짚어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딜런의 가정은 그 사건이 있기전까지 완벽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모든 엄마들이 아이가 안전하기를 기도하고 있을 때 

나는 우리 아이가 남을 더 해치기 전에 죽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했어요.

이 모든 일이 사실이고, 우리 아이가 살아남아서 재판을 받고 사형 판결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두 번 아이를 잃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 전까지 해본 적이 없는 간곡한 기도를 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해달라고요. 

그러면 적어도 애가 죽고 싶었다는 것을 알 테고요. 



  어떤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위해 아이가 빨리 죽기를 위한 간절한 기도를 할까. 이 기도를 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엄마의 마음을 이렇게 만든 딜런이, 그런 끔찍한 사건을 저지를 수 있는 결단을 내릴 딜런이 더더욱 궁금해졌다. 



부모가 그 무엇보다도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 세상에서 나만큼 더 잘 아는 부모가 없을 진실이 있다. 

바로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거다.

나는 딜런을 무한히 사랑했지만 그래도 딜런을 지키지 못했고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살해된 열세 명도, 그 밖에 상처 입고 고통받은 사람들도 구하지 못했다.

나는 딜런이 심리적으로 악화되어 가는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고, 

만약 내가 제대로 보았다면 딜런이나 딜런에게 희생된 사람들이 그 길을 가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 서문에 있는 내용이다. 저자의 아이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그렇게도 사랑하던 아이를 잃었음에도 슬프다고 감.히. 표현하지 못했다. 저자의 아이가 자살하며 다른 아이들을 많이 죽였기 때문이다. 사건을 저지르고 있는 아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지 못하게 얼른 죽으면 좋겠다고 기도를 하고, 많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의 슬픔을 견디며....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만약 딜런이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더라면 나의 예상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그렇지 뭐."


 

하지만 아니다. 따뜻한 가족이 있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아들이 그런 사건을 저질렀다. 




내가 배려와 사랑과 인정을 보이면, 

열심히 일하고 할 수 있는 만큼 기부하고 

좋은 딸이자 친구이자 아내이자 엄마가 되려고 최선을 다한다면,

행복한 삶으로 보상을 받으리라 진정으로 믿었다. 



이런 마음으로 수는 딜런을 키웠고, 딜런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엄마였다. 나 조차도 이렇게 생각하고 생활하며,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기에 더욱 겁이 났다. 아무리 내가 이렇게 살아가도 그런 끔찍한 일이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딜런, 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너를 사랑하고 그리워할 거야.

나는 네가 남겨두고 간 혼란 속에서 애쓰고 있어.

이 모든 일에 대해 네가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렴.

우리에게 평화를 줄 답을 찾고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줘.

수의 일기 중




  이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딜런이 어떤 과정으로 그런 사건을 꾸미게 되었는지, 어떤 것을 놓치게 되었는지 엄마의 시선으로 자세히 적혀있다. 딜런이 정신적으로 아팠다는 몰라서, 놓쳐서 이런 상황이 생기게 되었다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수에게 난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책 중간에도 다른 이가 수에게 쓴 편지 속에도 나와있고, 나도 경험했다. 먼저 책 속에 나와있는 편지를 옮겨적는다. 


~~ 친구들이 나를 놀렸어요. 괴롭혔어요. 

  괴롭힘의 절정은 제가 축구부 선수에게 강간을 당했을 때였어요. 가해자가 친구들한테 내 못생긴 얼굴만 아니었으면 "더 나았을"거라고 떠벌리고 다녔죠. 엄마한테도 아빠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며칠전까지는요. 내가 왜 말하지 않았는지를 부모님이 아시길 바랐고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어요. 왜 딜런이 자기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에요.

  나는 괴롭힘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어요. 제가 직접 경험해보아 아는데 아이들은 자기가 겪는 고통을 자기 탓으로 돌려요. 나도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건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아빠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길 바랐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면 부모님도 내가 보는 내 모습으로 나를 보시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문제가 있고 못생긴 아이로요. 나는 아직 어린 데다가 혼란스러운 상태라 나한테 가해진 일이 범죄라는 걸 인식할 수 없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괴롭힘이 더 심해지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말없이 세달동안 고통을 겪었죠. 그러는 동안 우울증은 점점 심해졌어요.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 때 정말 말 그대로 누군가가 나타나서 날 구해줬어요. 친구가 다가왔어요. 몇 주가 지나고서야 저는 마음을 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수 있었어요. 착한 친구는 제가 눈물을 바가지로 쏟는 동안 지혜롭게도 차분히 들어주고 안아주었어요. 딜런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어야 해요. 친구나 동지가 옆에 있어줬어야 했는데. 분노와 우울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달래줄 친구요.


  이건 아셔야 해요. 부모님은 그 친구가 되어줄 수 없다는 걸요. 형도 마찬가지고요.

성장과 분리과정에 있기 때문에 감추어왔던 고통스러운 문제를 부모나 형제 자매에게 털어놓기는 극히 힘듭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려보았다. 난 어떤 아이였을까. 질풍노도의 시기 속에서 부모님은 나를 잘 알고 계셨을까. 우리 엄마는 아주 바빴지만 항상 우리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시는 분이었다.


네가 어떤 잘못을 해서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너를 욕해도
엄마는 네 편이 되어줄께.
엄마가 나서서 온 사람들을 막아줄께.

이 말은 나의 밑바탕에 항상 존재하고 있었지만, 난 엄마에게 온전한 나를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나의 마음을 제대로 보인 적이 없다. 엄마가 원하는 올바른 딸로 존재하기 위하여 아무리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엄마 앞에서는 착한 딸로 존재했다. (지금은 다르다.) 아무리 우울한 상황이었더라도 밝은 딸로 보였을 것이다. 오히려 힘들 때에는 주변 친한 친구들에게 나를 보였고, 위로받았다. 필사한 편지에 나와있었던 것처럼 부모님은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없었다. 아마도 딜런도 그러했을 것이다. 


  다만 주변에 딜런에게 큰 위로를 줄 수 있는 친구가 없었을 뿐이다. 다만 딜런의 분노와 우울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친구가 옆에 있었을 뿐이다. 수 클리보드가 아무리 딜런에 대해 알고 싶어하더라도 그 시기의 딜런을 엄마가 알기는 힘들었을 것이며,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너무 자책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본질적인 문제. 수 클리보드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아이는 어떻게 키울까요.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고, 아이에게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주면 아이가 잘 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키워왔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큰 구멍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타깝게도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아무리 사랑을 주는 엄마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나 스스로 친구들과 함께 극복했다. 가정폭력이 있었다면 그 혼란스러운 시기에 더욱 증폭될 수 있었겠지만 다행히 그런 것은 없었다. 그러나 집안에서도 난 외로웠고, 행복하지 않았다. 내 마음이 말이다. 


  다만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딜런은 아동기때 사고를 치지 않는 아주 예쁜 어린이였다는 점,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자신만의 세계로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아동기 부모님의 끊임없는 사랑은 옳았다는 것. 청소년기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에 따라 아이의 성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면 아동기에 엄마와 함께 좋은 친구와 도움이 되는 친구 사귀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할까. 어떤 방법으로? 그런데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지?


  청소년기는.. 아흑 정말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어렵다.


  딜런이 사건을 일으키기 전 1년전부터는 에릭과 크고 작은 사고를 쳤다. 부모는 다시 돌아오는 것을 믿었다고 했다. 사춘기때에는 누구나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나도 믿는 것이 그래도 자정능력처럼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세상에 그 어떤 일도 정답은 없다.

해답은 있다고 들었다.


사랑이 아이를 키우는 데에 있어 해답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많이 흔들리는 책이었다. 그래도 나의 경험과 많은 지식들은 관심과 사랑이라는 말을 한다. 일단 알고 있는 것처럼 키우되 더 많은 공부를 해봐야겠다.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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