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가 알려준 비워내기의 중요성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안 쓰는 물품 중 중고거래 사이트에 팔 수 있는 것을 골라내서 거래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도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의 존재는 알고 있었고, 언젠가 안 쓰는 물건은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씩 집에 있다 보니 안 쓰는 물건들이 눈에 계속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또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맨 처음 오래된 장난감, 책, 각종 잡지 등을 번개장터에 올렸다. 어렸을 때부터 비교적 장난감이 많았기에 우리 집에는 지금은 시중에 팔지 않는 장난감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레고나 옥스퍼드 블록과 같은 것들은 중고 거래에서 꽤나 값이 나가는 것들이 많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 처음 올릴 때는 ‘이런 걸 누가 사겠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막상 사진을 찍는 것도 귀찮았다. 10가지 넘는 상품을 한 번에 올렸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번개장터에 올린 레고는 올린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제품을 모두 팔았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갖고 있던 것들이라 막상 팔려고 하니 아쉬웠지만 집에 놔두면 먼지만 쌓인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거래를 하였다.
또한 자동차 장난감, 자동차 카탈로그 등도 생각이 나서 추가로 올렸는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대부분 상품을 팔았다. 중고 물품을 택배로 보내기 위해 우체국에 가는 길에서도 ‘이걸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니 정말 신기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이렇게 많은 제품들을 중고 거래로 팔고 나니 그냥 버릴 때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좋았다. 나에게 쓸모없는 제품이 누군가에는 돈을 더 주고서라도 살 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물론, 중고 거래로 벌어들인 돈이 제법 커서 그게 제일 좋았다.
그러나 내가 중고 거래의 가장 좋은 점으로 꼽는 것은 바로 내가 사는 방을 깨끗하게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장난감 특히, 레고와 같은 장난감은 더 이상 가지고 놀기도 어려운데 책장, 책상, 피아노 위에서 계속 자리를 차지하면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안 쓰는 건 버리라는 엄마의 말이 몇 년 간 이어졌지만, 난 딱히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물품들을 정리하고 나니 방이 한결 가볍고 깨끗해졌다. 더 이상 먼지만 쌓이는 장난감들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낄 필요도, 주기적으로 먼지를 털어줘야 할 수고도 없어졌다. 특히 방에 들어왔을 때 뭔가 어지러운 느낌, 복잡한 느낌이 더 이상 들지 않아 내 마음이 편해졌다.
배우 서강준이 잡지 인터뷰에서 한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무언가를 수집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난 집에 최대한 물건을 적게 두려고 한다’. 난 이런 말을 하는 서강준의 생각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몇 개월 간 집에 머무르면서 중고거래를 통해 많은 물건을 팔고 내 방을 정리하면서 서강준이 한 말이 진심으로 이해가 갔다. 수집하고 소유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중고거래를 통해 많은 제품들을 팔고 나니 생긴 또 하나의 습관도 있다. 바로 실용성은 떨어지는데 단순히 갖고 싶어서 사는 물건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최근까지도 장식품, 자동차 모형 등을 사는 걸 즐겼지만, 중고 거래를 해보고 나니 마트나 백화점에서 사고 싶은 것들 중 대다수가 언젠가는 쓸모없어져 또 번개 장터에 올릴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충동 구매하는 버릇이 줄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중고 거래는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가격 조정을 원하는 구매자와 계속 연락을 해야 하고, 출근하지 않는 날에 포장해서 택배를 보내야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을 좀 더 쾌적하고 여유 있게 만들려면, 결국 비워내기가 필요하다. 이런 비워내기를 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중고 거래가 아닐까 싶다. 중고 거래는 여러모로 참 쓸모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