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위치에서의 서울 살이
어린아이가 본 서울, 학생으로 살아가는 서울,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서울
내가 어릴 때부터 즐겨보던 YTN뉴스는 여러 뉴스 소식을 전하고 나면
마지막에 오늘의 주요뉴스를 내보내면서 숭례문을 배경으로 비추었다.
TV를 통해 보는 숭례문의 야경은 내가 서울에서 꼭 살겠다는 다짐을
이어나간 큰 원동력이었다.
이러한 다짐은 서울에서 꼭 대학교를 다녀야겠다는 생각과
서울에서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으로까지 이어졌다.
2005년, KTX가 개통되서 서울을 방문하기 편해지면서 처음으로
서울에 오게 되었다. TV로만 보던 숭례문을 버스 안에서 봤던 순간은
18년이 지난 지금도 잊어지지 않는다.
그 이후에 가끔 엄마와 서울에 와서 방문하였던 남산서울타워, 63빌딩, 경복궁은
서울에 대한 동경을 이어나가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내고 꿈에 그리던 서울에 위치한 대학교에
합격하여 대학 생활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격려와 칭찬, 부러움을 산 채로 시작한 서울 생활은
오랜 시간동안 내가 꿈꾸어 왔던 것과 많이 달랐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밥만 20년을 먹고 자란 내게는
아무리 맛집을 가도 영 만족스럽지 않았다.
저렴하다고 느껴졌던 대중교통비는 친구들과 또는 혼자서 서울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탓에 월말이면 꽤 큰 돈으로 다가왔다.
부모님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하던 나는 대화의 상대가 곁에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외로움이 일상으로 다가왔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서울 생활은 이게 아닌데...뭐가 문제일까?'
문제를 찾아내려고 했지만,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1학년을 보내고 2년 간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2년 반이라는 공백이 있었는데 서울에서의 생활은 1학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조금은 성숙해졌는지 그 전보다는 외로움을 덜 느꼈다.
오히려 공허함이 더 느껴졌다.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그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2019년 12월 31일에 처음 우리나라에 모습을 드러낸 코로나19 덕에
반강제적으로 오랜만에 지방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밥을 먹고 익숙한 집에서 살게 되니
행복했고, 살도 찌고,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결국 집에서 대학생활을 마무리하였다.
얼마 전까지의 삶이지만 심심하면서도 꽤 행복한 시간이었다.
2022년 3월, 지금은 직장인으로서 서울에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학생 때와 다른 점은 내가 번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9시 전에 출근해서 6시가 되면 퇴근 준비를 하는
대한민국의 흔한 직장인의 삶이 내게도 시작되었다.
직장이 생기고 2년 만에 서울 생활을 시작하면서
'퇴근하고 이것저것 해야지'라며 스스로 호기롭게 다짐하였다.
하지만 몇 달동안 퇴근하고 무얼 했는지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저 모든 게 귀찮아서 집에 와서 누워 있거나 가끔 친구와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와서 TV를 본 게 전부인 것 같다.
대학생 시절, 서울에 가볼 만한 곳 한 군데라도 더 가보려던
나의 모습은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10살 때 TV로 숭례문을 보던 나는 어느덧
버스 창문 밖 숭례문을 봐도 아무렇지 않은 나로 변해버렸다.
지금의 나는 10살 때 나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다.
'그때 꿈꿨던 서울살이, 지금 어때?'
'원하던 직장, 원하던 학교. 다 이루었는데 어때?'
10살의 나는 과연 뭐라고 말할까?
긍정의 답변을 내게 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