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

8년 만에 다시 떠올린 러시아와 푸틴에 대한 친구와의 대화

by 박지훈

“그건 서방의 시각으로만 봐서 그런 거야!”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강제 합병 신문 기사를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목소리를 높이자, 친구가 내게 해준 말이다.


그때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푸틴이 소련의 부활을 꿈꾼다는 사실을, 실제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올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가능성을 제기하자, 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군사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말하였다. 그런 말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은 적었지만 푸틴은 공격은 하지 않고 꾸준하게 병력을 새롭게 배치하였다. 심지어 러시아를 방문한 독일 총리, 프랑스 대통령에게도 군사훈련을 준비 중이며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 무렵, 친구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와 내가 내린 결론은, 2022년에 전쟁이 벌어지는 게 말이 안 되지만, 푸틴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몇 안 되는 사례가 예상대로 펼쳐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지속적으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해온 점을 이유로 들어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공격, 탱크부대 파견 등 전면전을 감행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 죄 없는 민간인들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열심히 반격에 나서고 있기에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수적으로나 무기 면에서나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러시아군이 철군할 때까지 꿋꿋하게 버텨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내가 알던 국제사회가 이제는 정말 과거라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각국 정상들이 여러 회의를 계기로 모여서 주요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친목을 다졌던 2010년대 초반의 국제 정세는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 대만, 러시아와 일본...지금 곳곳에 강대국 간 대치 전선이 펼쳐져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가하게 다자주의를 회복하자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지금은 외교력을 더욱 키우고, 국방력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해서 주변 강대국들과 갑작스러운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쉽게 물러서지 않을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인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반드시 당신들이 승리할 것이라고...푸틴의 그릇된 시도는 반드시 좌절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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