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노인과 그들의 양에 대한 이야기, 아이슬란드의 보석같은 영화 되다
아이슬란드의 인구 밀도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인구는 31만 명이고, 1제곱킬로미터 당 3.1명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나라에서는 한나절을 걷는다 해도 사람 한 명 만나기 어렵단 얘기다. 인구밀도가 501명(2013년 기준)인 한국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허허벌판인 셈이다.
영화 <램스>는 이러한 아이슬란드에서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무대는 모든 주민이 양을 목축해 생계를 이어가는 작지만 드넓은(?) 시골 마을. 주인공은 옆집에 살면서도 40년 간 왕래 없이 지낸 형제 사이의 두 노인 구미(시구르더 시거르존슨 분)와 키디(테오도르 줄리어슨 분)다. 어느 날 마을 우수양 선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키디의 양이 전염병에 걸린 사실이 밝혀지고, 이에 당국이 마을 내 모든 양들에 대한 도살 처분을 내리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영화의 큰 줄기다.
내내 평화롭다 못해 적막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영화 전반의 분위기는 <램스>를 이끄는 고요하면서도 강한 동력이다. 영화의 주된 배경인 볼스타다르 농장을 비롯한 드넓은 초원과 덩그러니 놓여진 자그마한 집들, 그리고 햇빛이라곤 제대로 드는 법이 없는 흐린 날씨까지. 로케이션을 담아낸 모든 장면들은 여행 잡지나 다큐멘터리에서 막 튀어나온 화보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영화는 이렇다 할 연출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통해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자아내는 데 성공한다.
남보다 못한 사이인 노년의 두 형제 또한 영화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존재다. 아내도 아이도 없이 독거노인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은 실제 형제가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쏙 빼닮아 영화 초반부에는 누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다. 여기에 구미를 못마땅해하는 키디가 동생의 창문에 대고 총을 쏘고, 이에 구미가 깨진 창문 수리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개를 통해 편지를 전하는 등의 에피소드들은 실소를 자아낸다. 구미가 눈밭에 쓰러진 키디를 포클레인에 실어 병원 문앞에 내려놓고 돌아가는 장면은 영화 속 웃지못할 코미디의 정점이다.
영화가 구미와 키디의 과거사나 양 목축을 포기하게 된 이들의 입장을 굳이 캐지 않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이들에게 있어 양은 생계 수단이기 이전에 마치 가족처럼 소중한 존재이고, 더불어 형제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열쇠처럼 그려진다. 여기에 수북한 양털과도 닮은 두 주인공의 덥수룩한 흰 수염은 깊은 골에도 불구하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들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영화 말미, 덮쳐온 시련에 맞서 형제가 비로소 서로를 품에 들이는 전개는 '무리짓기'로 대표되는 양의 습성과 겹쳐 보이며 잔잔하게 마음을 울린다.
메가폰을 잡은 그리무르 하코나르슨 감독은 일찍이 단편 데뷔작 <공중화장실>(2004)로 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섹션에 초청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는 <램스>를 통해 제68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고작해야 한 해 열 편 남짓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아이슬란드 영화계. 그 작은 시장에서도 <램스>가 보석같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2016년 11월 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