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 원하는 여성을 향한 일침
'키 작은 남자'는 많은 여성들이 원하는 남성상에 있어 대표적인 결격 사유다. 다른 어떤 정보도 없이 단순히 "키가 160인 남자와 180인 남자 중 누가 좋으냐"고 물으면 여성 열에 아홉은 후자를 선택한다.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키 작은 남자는 루저"란 말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탈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이런 인식은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영화 <업 포 러브>는 바로 키 작은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얘기다.
주인공은 능력과 미모를 겸비한 변호사 디안(버지니아 에피라 분)이다. 어느 날 핸드폰을 잃어버린 디안은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서 자신의 핸드폰을 주웠다는 연락을 받고 나간 약속 장소에서 그를 보곤 적잖이 당황한다. 알렉상드르(장 뒤자르댕 분)라는 그 남자의 키가 자신보다 40cm나 작은 136cm이었던 것. 그럼에도 디안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알렉상드르는 남다른 유머 감각과 특별한 이벤트로 그녀의 호감을 산다. 이후 디안과 알렉상드로는 점점 가까워져 연인으로까지 발전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이런저런 한계에 부딪치며 결국 시험대에 오른다.
얼핏 어울리지 않는 '체급'의 남녀 한 쌍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업 포 러브>는 일단 시각적으로 매우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176cm의 여자와 136cm의 남자가 함께 담긴 카메라의 투 숏 만으로도 우스꽝스럽고, 마주 선 두 사람의 모습이 각각 허리와 어깨 위로 걸쳐지는 프레임에도 폭소가 나온다. 앉은키의 디안과 겨우 눈높이를 맞춘다거나 의자에 폴짝 뛰어오르다시피 올라앉는 알렉상드르의 일거수일투족은 귀여울 정도다.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알렉상드르가 콤플렉스일 수 있는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대하는 태도다. 그는 스스로도 자신의 키가 작다는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데다 실제로 그 사실이 그의 생활에 별로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주위의 시선에 주눅 드는 대신 자신의 키를 농담거리로 사용할 만큼 여유가 넘친다. 남다른 배려와 위트로 언제나 타인을 행복하게 하고, 덕분에 주위의 누구나 그를 좋아하며 따른다. 알렉상드르가 거대 건축물을 설계하는 유능한 건축가란 사실 또한 그의 작은 키와 대조되며 그를 빛나게 한다.
이런 알렉상드르에게 점차 마음을 여는 디안의 이중성은 영화를 관통하며 시사점을 남긴다. 디안이 알렉상드르와의 로맨스를 이어가면서도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에게 그를 소개하길 꺼리는 모습은 특히 그렇다. 알렉상드르를 사랑하지만 이를 공식화하고 싶지 않은 디안은 여전히 '백마 탄 왕자'라는 스테레오타입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디안에게 "모두 똑같기를 바라는 건 나치나 마찬가지"라며 '정서적 난쟁이'라고 비판하는 친구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디안이 알렉상드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전개와 별개로, 알렉상드로의 키가 작다는 사실에 앞서 이를 제외한 그의 현실적 배경이 완벽에 가깝다는 점은 못내 불편하다. 좋은 차와 가정부 딸린 큰 집을 가졌고 언제든 경비행기를 빌려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는 경제력, 그리고 주말마다 화려한 파티에 초대받는 사회적 지위까지. 영화가 내내 그를 더할 나위 없이 멋진 남자로 그리는 동안, 오히려 그의 신체적 '다름'은 결함으로 부각되고 만다. <업 포 러브>의 메시지가 "남자의 키는 연인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가 아니라 "이 정도 남자라면 작은 키쯤이야 용서할 수 있다" 정도로 읽히는 이유다. 2016년 12월 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