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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형 Dec 01. 2022

결국 그 점들이 모여 만든 세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발견한 문장과 시선 part 2

[part 1] '우린 점 위의 점 일 뿐'에 이어서 


그러나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였습니다. 우생학 Eugenis를 옹호했기 때문이죠. 인간의 능력은 유전되며 교육은 결코 유전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신념 아래 우월한 능력을 가진 인종이 번성하고 부적합한 사람의 자손이 태어나지 않도록 불임화를 주도하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잡초이고 어머니도 잡초인데 딸에게 사프란 뿌리가 되기를 기대하는가?’ - 아랍 속담


전쟁 반대론자, 평화주의자로 알려졌지만 그가 전쟁을 반대한 이유도 전쟁이 우월한 유전자를 지닌 엘리트를 죽게 하고 그 자리에 부적합한 사람이 채워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결국 2015년 '조던 중학교의 이름을 바꿔주세요 - 우생학자가 아닌 좋은 롤모델로'라는 온라인 청원이 올라오면서 실체가 알려지게 되고, 학교 이름은 바뀌게 됩니다.

change.org에 올라온 청원 - https://chng.it/72cNcSBRX4


저자는 이를 '낙천성의 방패'라는 이름으로 설명합니다. 자기 확신과 자기기만의 단호함이 세월이 흐를수록 강화되어 나타나는 반작용 같은 것이라고요.

데이비드의 정서적 해부도를 쫙 펼쳐놓고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원흉은 그 스스로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던 두툼한 "낙천성의 방패"가 아닌다 싶다. 데이비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옮은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쓴 루서 스피어는 그가 자기 자신에게  갖는 확신과 자기기만과 단호함이 세월이 흐를수록 강화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자기 길을 막는 모든 걸 뭉개버릴 수 있다고 믿는 그의 능력은 자신의 길이 진보로 이어질 올바른 길이라고 확신하게 되면서 몇 배는 커졌다." 데이비드는 공개적으로는 자기기만을 그토록 공격했지만 사적으로는, 특히 시련의 시기에는 더욱더 자기기만에 의존했던 듯하다.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긍정적 착각은 견제하지 않고 내버려 둘 경우 그 착각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 그 심리학자들의 말이 옳았던 것 같다.


또한 저자는 데이비드가 평생 이름을 붙여온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1980년대 분류학의 발견
   조류는 존재한다.
   포유류도 존재한다.
   양서류도 존재한다.
   그러나 꼭 꼬집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에 살고, 몸에 비늘이 있다는 특성만으로는 ‘물고기’를 정의할 수 없다는 것. '어류'라는 건 인간의 편의 상 구분 지어 놓은 것 일 뿐 공통의 특성으로 명확한 기준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 결국 사람은 자연에 질서를 부여하려고 하지만 모든 생물에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성이 있다는 것 말이죠.

과학적으로 좀 더 논리적인 일은 어류란 내내 우리의 망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민들레 원칙' - 민들레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 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 있는 약초로 여겨지기도 한다. 모든 생물에게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성이 있다.


저 먼 우주에서 본다면 우리는 점 위의 점에 불과하겠지만, 땅 위에 서있는 나의 관점으로 보면 이토록 작은 점 하나가 나라는 세계의 전부일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천히 그것이 초점 속으로 들어왔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꿴 플라스틱 구슬들-이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 일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하고, 원하는 것을 손에 얻는 것은 아득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사랑했던 누군가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믿었던 진실이 무너질 때도 있지만,  가끔씩 생각지도 못했던 성취를 얻기도 하는 '파괴와 슬픔, 그리고 즐거움 역시 혼돈 Chaos의 일부'인 세상에서 말이죠. 그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렴 어때'의 마인드로 한 발 한 발걸음을 내딛고, 차곡차곡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가며 작은 성취를 하나씩 모아갈 수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지요.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중요하니까, 그리고 누군가 나를 '잡초'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옆에서 나를 '가치 있는 민들레'로 바라보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 각자의 점을 키워나가 봅시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이제야 나는 아버지에게 할 반박의 말을 찾아냈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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