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발견한 문장과 시선 part 2
‘아버지가 잡초이고 어머니도 잡초인데 딸에게 사프란 뿌리가 되기를 기대하는가?’ - 아랍 속담
데이비드의 정서적 해부도를 쫙 펼쳐놓고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원흉은 그 스스로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던 두툼한 "낙천성의 방패"가 아닌다 싶다. 데이비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옮은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쓴 루서 스피어는 그가 자기 자신에게 갖는 확신과 자기기만과 단호함이 세월이 흐를수록 강화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자기 길을 막는 모든 걸 뭉개버릴 수 있다고 믿는 그의 능력은 자신의 길이 진보로 이어질 올바른 길이라고 확신하게 되면서 몇 배는 커졌다." 데이비드는 공개적으로는 자기기만을 그토록 공격했지만 사적으로는, 특히 시련의 시기에는 더욱더 자기기만에 의존했던 듯하다.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긍정적 착각은 견제하지 않고 내버려 둘 경우 그 착각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 그 심리학자들의 말이 옳았던 것 같다.
1980년대 분류학의 발견
조류는 존재한다.
포유류도 존재한다.
양서류도 존재한다.
그러나 꼭 꼬집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좀 더 논리적인 일은 어류란 내내 우리의 망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천천히 그것이 초점 속으로 들어왔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꿴 플라스틱 구슬들-이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 일수도 있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이제야 나는 아버지에게 할 반박의 말을 찾아냈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