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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mengs Dec 27. 2022

이스라엘 (11) - 꼭 먹어야 할 음식 세 가지

내 사랑, 피타 빵

솔직히 이스라엘은 살기에 쉽지 않은 나라다. 비록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영어를 구사하긴 하지만, 나라 언어는 히브리어고, 물가도 턱없이 비싸다.


일단 마트에 가면 '세켈'이라는 단위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는 번역기를 돌리면서 대부분의 물품 정체를 스캔한다. 특히 성분표를 살펴보는 나로서는 유럽 마트에서도 필요하지 않았던 '성분표 번역'에 착수하게 된다. 유럽에서는 대부분 영어 성분표가 있거나 대충 어근이 비슷해서 유추할 수 있는 성분이 대부분이었는데 여기서는 성분표도 히브리어여서 일일이 구글번역기를 돌린다. 참 귀찮지만 한편으론 가격, 성분 등을 일일이 비교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는 게 내 특성인 걸 어쩐다. 이러면서 이스라엘에 온 걸  또 느끼고. 또 단순한 숫자로 표시된 가격들이 '원'으로 환산하고 보면 전부 비싸서 오히려 유럽보다 장바구니 물가가 세다는 걸 느꼈다. 일례로 유럽에서 산 한 파프리카 소스는 1유로(약 1360원) 였는데 여기선 그런 게 11세켈 (약 4400원) 정도였다. 유제품은 특히 비싸서 한국에서 간단하게 생각했던 요플레 낱개 하나가 여기서는 1600원 이상이고. 한국이 정말 살기 좋은 나라라는 걸 여러모로 느꼈다. 한국은 이스라엘이나 유럽과 비교해봤을 때, 같은 가격으로 훨씬 좋은 서비스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나라다. 또 시설이 많이 현대화되어서 깨끗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좋은 나라인 걸 해외에서 많이 깨닫는다.


어쨌든 물가가 비싼 이스라엘에서도 우리에게 단비 같은 식품이 있다. 다른 곳보다 이곳에서 훨씬 가성비 좋고, 싼 아이템들. 그중 하나가 피타(pita) 빵이다.






1. 피타 빵 (pita bread)


피타 빵은 공갈빵처럼 속이 비어있는데 겉은 평범한 동그란 빵이다. 단면이 얇지는 않은데 구워 먹으면 겉바속쫄(겉은 바삭, 속은 쫄깃)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빵이다. 이 녀석은 특별한 맛이 안나는 듯 싶은데도 어느 음식이든 잘 어울리고 구수해서, 밥도 면도 없는 날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된다.


피타는 원래 속에 팔라펠(falafel; 병아리콩 튀김)과 각종 야채, 후무스(hummus)를 넣어 먹는 빵이지만 난 배고플 때 간식으로 먹는다. 프라이팬에 구워서 달랑 그거 하나만 집어 먹어도 허기를 면한다. 밤 12시에 먹어도 속이 괜찮고, 일단 구수하면서 담백한 맛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단순한 매력이 있다.



프라이팬에 구울 땐 가장 센 불로 5분 이상 구우면 벌써 한 면이 그을려지기 시작한다. 그때 딱 뒤집어서 다른 면도 굽고 양쪽으로 잡아당기면, '우와~'. 마치 과육 하나를 갈라내면 그 섬유질이 일일이 드러나는 것처럼 빵 속의 얼기설기 엮인 그 결들이 살아나는 것이다. 그걸 찢어서 쪼올깃 한 그 가닥을 당길 때는 입 안에 벌써 행복이 감돈다.



식당에서 나온 피타빵을 찢어보았다. 그 쫄깃한 식감이 그대로 전해지길.


이 빵은 서민들의 빵이다. 그래서 현지에서는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걸 보긴 힘들다. 하지만 배고픈 저녁, 다진 고기(minced meat으로 파는 걸 사서 냉동실에 소분해 놓는다)를 프라이팬이 후다닥 데워서 야채, 케쳡, 머스터드로 속을 채워 먹으면 그 맛이 수제버거 뺨치는 맛이다.


남편이 인정한 피타 버거.


이 피타빵의 가장 좋은 점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다른 빵들은 낱개에 4-6세켈(약 1600원-2400원) 정도라면 이 빵은 아랍 마트에서 사면 하나에 0.5세켈 (약 200원), 일반 슈퍼에서 사도 1세켈(약 400원) 정도다. 그래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참 감사한 빵이다. 이런 빵이 한국에 가면 레스토랑에서 비싸게 나온다고 하니, 여기 이스라엘에 있을 때 무조건 먹어봐야 된다. 우린 보통 20개를 10세켈 (약 4000원)에 사서 2-4일 정도면 다 먹는다. 한 끼에 5개 정도 먹으니 계속 이걸로만 끼니를 때운다면 없어지는 건 한 순간이다.





2. 후무스 (hummus)

마트에서 파는 후무스
가게에서 산 후무스

후무스는 참깨소스(Tahini; 히브리어로는 '트키나'라고 불린다)와 병아리콩으로 만든 걸쭉한 스프레드(spread)다. 크림치즈처럼 발라먹는데, 단백질 공급원이 없을 때 빵에 발라먹으면 그 특유의 불포화지방으로 인해 건강하게 배부를 수 있는 음식이다. 보통 아침이나 점심에 먹는다고 한다. 처음 이스라엘에 왔을 때는 마트에서 파는 걸 많이 먹었는데 나중에는 직접 가게에서 만들어 파는 후무스가 훨씬 구수하고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마트용 후무스를 1kg 정도 집에서 소비한 후에는 더 이상 사지 않고 차라리 밖에서 사 먹는다. 사 먹는 게 당연히 더 비싸지만 이스라엘에 왔다면 꼭 한 번은 먹어보길 추천한다.


특히 '후무스 풀'(hummus ful; ful=Egyptian bean)이 근본 조합이라고 한다. 짙은 갈색의 이집트 콩을 후무스 위에 곁들인 조합이다. 실제로 먹어보니 고기도 아닌 것이 후무스와 참 잘 어울린다. 여기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에 오리지널 후무스를 맛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시도해 보시길. 가격은 40세켈 (약 16000원)을 넘지 않는 선이 적당하다. 넘는다면 그곳은 분위기를 같이 파는 곳일 것이다.

’후무스 풀‘과 피타 빵, 기본 샐러드 조합


마트에서 파는 후무스는 요즘 할인해서 600g에 8.9세켈(3600원 안 되는 가격)이다.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가격. 이스라엘 와서 일주일 자취를 한다면 하루 한 끼는 빵에 후무스를 발라먹길.




3. 팔라펠 (falafel)

시계방향 3시에 위치한 덩어리들이 팔라펠.

정확히는 병아리콩 튀김이지만 대부분 '팔라펠'을 사 먹는다고 하면 피타빵 안에 팔라펠, 각종 야채와 소스를 같이 넣은 음식을 먹는 것으로 이해한다. 아랍친구에게 듣기로는, 팔라펠은 정식 메뉴라기 보단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느낌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김밥과 같은 존재. 맛은 표현하기 힘들다. 먹어보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는 맛이랄까. 병아리콩이 잘게 다져진 건 아니어서 무언가 오돌토돌한 식감이 있는 튀김이다. 반을 가르면 노란색이 보이는 음식.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지만 어느 음식이나 해외에서는 희귀해서 '요리'대접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결혼 전 한국에서 먹었을 때는 하나에 10000원이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 현지 가격은 하나에 15세켈 (약 6000원) 정도. 다마스커스 문(Damascus Gate) 근처 가게에서는 싸게 팔아서 하나에 10세켈 (약 4000원)이지만 동네 식당에서 사 먹으려면 19세켈 (약 7600원) 정도 생각해야 한다. 어쨌든 즉석에서 튀겨진 팔라펠이 야무지게 들어간 따끈한 피타 샌드위치를 먹으면 그 한 끼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음식이다.

일정한 모양으로 튀겨지는 팔라펠(병아리콩 튀김).
각종 야채와 참깨소스가 들어가는 중.
집으로 오는 길에 먹어버리기. 이런 게 다 추억이지!ㅎㅎ



4. 기타

그 외에도 이스라엘 온다면 마트에서 사보라고 권하는 아이템으로 '참깨소스'가 있다. '트키나'라고 발음하면 현지인도 알아듣는다. 여기서 7-9세켈 (약 2800-3600원) 정도 하는데 특히 양배추와 잘 어울리는 소스다.


참깨 100%라고 한다. 고소하고 맛있는데 표현할 길이 없네 :)


이곳 사람들은 물, 레몬즙, 소금, 후추와 참깨소스('트키나')를 섞어 야채와 버무려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는 보통 각종 야채에 '트키나' 자체만 뿌려 먹는 편이다. 마요네즈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느끼할 것 같아 먹기 전에는 거부감이 있었는데, 막상 고지방 소스여도 참깨의 고소함이 살아있고 풍미(?)가 느껴져서 좋아하게 되었다. 이 맛도 직접 맛보아야 알 수 있는 맛이다.


 '슈아르마'(Shawarma)라고 불리는 케밥 음식도 잘 먹는 현지식이다. 고기가 들어가서 비싸긴 하지만 두 명이서 하나 나눠먹어도 한 끼로 충분할 만큼 넉넉히 준다. 가격은 하나에 50세켈 (약 20000원) 정도인데 아랍 동네는 좀 싸서 40세켈 (약 16000원) 정도라 한다. 고기는 돼지고기 빼고 다 들어갈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를 골고루 넣은 '슈아르마'.

슈아르마 매장 가격.
Haifa 여행에서 우리에게 점심이 되어준 '슈아르마'.


기회가 되면 이곳 디저트를 다뤄보고자 한다. 짧은 경험이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세계를 엿보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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