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이코노미, 프로세스 브랜딩

2부 2화. 우정브랜딩의 징조, 두 번째

우정브랜딩의 두 번째 징조는 프로세스 이코노미입니다. 이 개념은 오바라 가즈히로의 책을 통해 알려졌지만, 처음 제안한 사람은 포제로 스튜디오의 켄스 대표입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이제는 완성된 상품이나 서비스(아웃풋)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프로세스) 자체가 가치가 된다는 것입니다. 오바라에 따르면, 사람들은 결과물의 미세한 차이보다 생산자의 얼굴, 고민, 제작 과정을 공개하는 일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는 건데요. 자세한 이해를 위해 긴 인용을 가져왔습니다.


아웃풋(완성품)이 아니라 프로세스(과정)에서 가치가 창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요즘 사람들은 아웃풋의 작은 차이보다 생산자의 얼굴을 공개하거나 제작 과정을 공유하는 일에 더 큰 매력을 느낄까? 현대에는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정보가 매우 빠른 속도로 공유되기 때문에 품질 만으로 차별성을 갖기가 어려워졌다. 이 점은 <머리말>에서 언급했으니 여기서는 젊은 세대가 지닌 새로운 가치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나는 2017년에 <놀 줄 아는 그들의 반격>이라는 책에서 '욕망하지 않는 세대'라는 개념을 언급하며 젊은 세대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30대 이하의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태어났을 대부터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집집마다 TV와 세탁기, 냉장고 같은 웬만한 가전제품은 갖춰져 있었고,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와 휴대폰을 접했으며, 음악, 미술 같은 양질의 문화생활도 풍족하게 누렸다. 이들은 물질적인 결핍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이와 달리 이전 세대인 '욕망하는 세대'는 결핍이 많은 환경에서 성장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 Martin Seligman은 행복해지려면 '성취, 쾌락, 긍정적인 인간관계, 의미, 몰입'이라는 다섯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론을 대입하면 '욕망하는 세대'는 앞의 두 가지인 '성취와 쾌락'을 중요시하며 살아왔다. 열심히 일해서 돈과 명예를 얻음으로써 성취감을 얻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갖고 싶은 물건을 사면서 쾌락을 느끼는 것이다. '욕망하는 세대'에게는 성공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상류사회 편입이 곧 행복이었다.

하지만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부족한 것 없는 세상에서 자랐기 때문에 성취와 쾌락을 얻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이들은 행복의 다섯 가지 조건 중 '긍정적인 인간관계, 의미, 몰입'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어떻게 보면 이전 세대보다 훨씬 사치스러워졌다고 볼 수 있다.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소비할 때도 단순히 1차원적인 욕구를 충족하거나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만한 물건을 사기보다는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물건, 기업의 비전과 생산자의 삶의 방식에 공감하고, 그에 맞게 생산된 물건을 사고 싶어 한다. 즉, 단순히 '아웃풋'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그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저는 이 현상을 브랜드 차원으로 확장해 '프로세스 브랜딩'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완성된 브랜드(아웃풋) 뿐 아니라 그 프로세스(과정)에서도 가치가 만들어지고 팬덤이 형성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는 좋은 브랜드를 만들 때 장점과 매력을 치밀하게 고민하고 다듬어 완성된 모습으로 내놓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때로는 완성된 모습을 위해 부족한 점을 숨기려 애쓰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워 보이는 브랜드들도 있었죠.

스타트업 붐과 함께 '린 브랜딩'이라는 방법론이 잠깐 등장했지만, 이는 프로세스 브랜딩과 접근법이 다릅니다. 린 브랜딩은 최소한을 기획하고 빠르게 테스트하며 바꿔가는 개념인데, 이마저도 브랜드 씬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되었습니다. 반면 프로세스 브랜딩은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며 함께 만들어나가는 개념입니다.


프로세스 브랜딩의 대표적인 예가 앞서 1부에서도 언급한 모베러웍스입니다. 브랜드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다시 찾아본 그들의 첫 시작은 충격적일 만큼 '완성되지 않은 상태' 그 자체였습니다. 모베러웍스는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지 않았고, 첫 시작부터 사람들과 소통하며 만들어나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브랜드를 완성하기도 전에 팬덤부터 만든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모베러웍스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공개하고 소통하며 소비자와 함께했습니다 © 모베러웍스




이런 프로세스 브랜딩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공감입니다. 과정을 공유하면 브랜드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납니다. 브랜드가 더 이상 차가운 시스템이 아니라 나와 닮은 누군가의 고민과 선택으로 보입니다. '저 사람도 나랑 비슷하구나'라는 친밀감이 생기죠. 두 번째는 동료의식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함께 해나갈 때 가까워집니다. 나와는 정 반대의 가치관을 가진 타인일지라도, 짐 옮기기 같은 생뚱맞고 단순한 과제라도 함께 해결하고 나면 서로에 대한 이해심이 올라간다는 사회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일은 간접적으로나마 프로젝트에 동참한 동료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줍니다. 작은 참여감이라도 이런 감각이 곧 '우정'의 정서로 이어지죠. 세 번째는 이타심입니다. 사람들은 때로 자신에게 직접 이익이 없더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습니다. 브랜드가 과정을 솔직하게 드러낼수록 소비자는 '내가 이 사람을 응원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고, 품질이나 가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강한 지지가 생깁니다.


결국 프로세스를 함께한다는 경험 자체가 인간적 연결을 강화하는 겁니다. 프로세스 브랜딩의 본질은 완성본이 아닌 과정을 공유하는 것에서 느껴지는 브랜드의 인간적 면모, 그리고 과정을 함께하며 맺는 동료의식에 있습니다. 브랜드가 과정을 공유할 때, 그 과정은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관계는 우정으로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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