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부킹한 손님 ;;
*노쇼(No-Show) 란?
예약을 했지만 취소 연락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손님을 일컫는 말
일본 손님들로 조용하던 우리 료칸은
아베노믹스 엔저 현상으로
일본에 관광 오는 외국 손님들이 늘어나
점점 떠들썩한 분위기로 바뀌어갔다.
특정 예약 대행 사이트에서는 선결제를 하지 않고도 예약 가능한 곳이 두 곳 있다.
우리 측에서 현장결제를 못하도록 막고 싶어도, 글로벌 예약사이트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바꾸질 못한다.
결제없이 클릭 한번으로 예약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이 위험요소이다.
급격히 해외 손님이 늘어나면서 여러 예약사이트에서 예약 건이 물밀듯 들어왔고 몇 달 후의 예약도 미리 하기 때문에 변경사항과 취소도 많다.
그럼에도 재빨리 꽉꽉 채워지는 객실.
평소에는 없던
노쇼가 생기기 시작했다...!
료칸의 저녁은 가이세키 코스로, 오감(五感)이 즐거운 요리를 약 2시간 정도 즐긴다.
식사 부분뿐만이 아니라 모든 부서에서의 손해가 크다.
주방에서는 숙박일 전부터 인원수대로 요리를 준비한다.
그리고 레스토랑의 개인룸에는 오로지 그 손님만의 자리가 세팅되어 있다
최대한 저녁 7시까지만 와주어도 감사하다. 그런데 8시가 지나도, 9시가 지나도 오지 않는다. 프런트에서는 예약 손님 번호로 계속 연락하지만 감감무소식...
주방과 레스토랑에서 언제 도착하는지 프런트에 몇 차례나 묻는다.
외국인이 오는 초행길이라 길을 헤메고 있을지 모르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미 식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
이불 서비스팀은 빈 객실에 들어가 이부자리를 만들고 따듯한 불빛의 전등을 켜 놓고 나온다.
나이트 직원들은 여전히 송영버스로 픽업 가기 위해 대기모드.
손님 인원이 많을 시엔 회장님 또한 운전대를 잡기 위해서 집에서 대기한다.
체크인 순서대로 예약할 수 있는 프라이빗 온천탕이 있는데, 그 팀을 위해 다음날 아침 늦게라도 비워둔다.
외국 손님이라면 체크인 시에 료칸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밤 근무 프런트 직원도 대기.
직원들의 노고를 안다면 노쇼는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객실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송영버스 준비
요리 만찬 준비
레스토랑의 세팅
만들어 놓은 이부자리
플러스
주방과 레스토랑, 프런트, 운전할 직원 대기
룸을 예약하고 싶었던 다른 손님의 기회까지 앗아간 셈이다.
노쇼일 때 추후 결제 청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카드번호가 사라지는 시스템이라,
당시에 노쇼가 없었던 우리 료칸은 따로 저장해 놓지 않아서 초반에 손해를 보았다.
이후에는 노쇼일 경우 청구가 가능하도록 카드정보를 보관해 두었지만, 이것 또한 시스템적으로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일본인 사무직원이 하는 일.
나에게는 다른 일거리가 생겼다.
현장결제를 하는 손님들께 숙박일 전에 예약확인 전화를 모두 돌릴 것.
노쇼비용만 청구해서 돈만 받으면 그만이 아닌
마음을 쓰는 '료칸'이기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지.
오후 출근하자마자 사무실 직원이 부른다.
주변 타 료칸에서 연락이 왔는데 오늘 우리 료칸에 묵을 한국 손님 이름을 확인하고는, 그 손님이 그쪽 료칸에도 예약을 해둔 상태라고 한다.
그것은 바로바로
더블 부킹...
동료말로는
이미 우리 료칸에 도착했는데, 체크인 전이라 프런트에 짐을 맡기고 마을 구경하러 나간 상황이란다.
돌아오면 나는 좀... 어려운 말을 전달해야 한다...
외출 후 돌아온 손님은 20대 대학생 남매 손님.
손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짐을 맡기고 온천마을을 구경하고 있는데 일본 번호로 전화가 왔다.
상대편이 영어로 말하는데 알아듣기 어려웠고
여기에서 온 전화라고 생각하고
우리 료칸 이름을 말하며 묵을 예정이라고 짧은 영어로 답했다고 한다.
아하.
그래서 이 말을 들은 타 료칸은 황당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그런 손님이 있는지 확인차 전화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손님께 노쇼 비용을 지불 요청했다.
손님에게 직접 말하는 것이 아닌,
말이 통하는 한국 직원인, 나에게 전달 요청...
노쇼비용에 대한 말을 전달하니 남매 손님 또한 깜짝 놀라며, 당황스러워한다.
예약한 상황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취소했다고 착각했단다.
나도 료칸 직원으로서 손실을 알기 때문에 마냥 손님의 편만을 들어주기가 어려웠다.
두 손님은 여행 경비를 아껴서 비싼 료칸에 묵은 것이기 때문에 돈이 부족해, 한국 집에 연락해서 돈을 이체받아 비용을 마련했다.
다음 날 아침, 두 분의 체크아웃을 돕고 나는 그분들의 짐과 함께 송영버스에 오른다.
회장님은 송영버스로 우리를 다른 료칸에 내려 주셨다
쭈뼛쭈뼛
나도 덩달아 창피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그런데
이 대학생 남매분은
돈만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편지를 준비했다.
정성스러운 글씨로 가득 채운 종이는 한글로 쓰여있다.
밤에 쓴 편지.
정말 죄송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몇 번의 어수룩한 사과의 말보다
이 정성스러운 편지를 쓴 행동 하나로 충분했다.
내가 같은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편지로까지 마음을 전달하려고 했을까.
외국어로 쓴 종이에 내 마음이 전달될까 싶어 행동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아니,
몇 십만 원 돈이 쌩으로 나가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데도,
나보다 한참이나 큰, 마음을 가진 남매 손님이다.
여기 도착해서 들어올 때의 쭈뼛함은 어느새 사라졌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수수료를 지불하고
더불어
외국어로 못 다하는 마음을 모국어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를 준비한 한국인
이 남매 손님. 멋지다.
료칸의 노고를 알아주는 손편지를
나는 그쪽 직원에게 전달하며
이러한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음에 굽었던 어깨가 펴졌다.
우리는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료칸을 나와
캐리어를 끌며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두 사람은 전에도 해외여행할 때 폰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고 한다. 웃으면서 말하는 이 남매 손님은 이 일을 하나의 액땜으로 ‘경험했다’라고 말한다.
버스가 도착하고 나는 인사하고 손을 흔들며 버스가 떠날 때까지 배웅한다.
‘큰 액땜 하셨어요. 이제부터는 좋은 여행 되세요’
어느 사과의 말보다
언어를 넘어서서, 그것이 그림 같은 인도어일지라도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은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다.
가끔 체크아웃을 한 객실 메모장에
자신들의 언어로 감사함을 표현한 것을 보면
알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에 하트나 Thank you! 가 적혀있곤 하니깐 좋은 말을 써놓으신 거겠지~ 짐작한다.
우린 이 메모장을 사무실 벽 한편에 붙여놓는다. 지나가는 직원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
나도 어느 나라에 가든
더 감사 표현을 해야겠다.
한국어로도 많이 많이 표현해야지.
이분들로 인해
감동 한 스푼, 배움 두 스푼.
...
버스가 사라진
정류장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있는 나...
핫. 유니폼을 입고 중심가에 내려오는 건 창피하다.
빨리 회장님께 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