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선물 답례로 소설 이어 쓰기 (3편)

나 변태인가?

by 지혜

1편. 손님에게 받은 시와 소설


2편. 내가 주인공인가? 손님의 소설




내가 여자 주인공인 소설을 선물 받고 답례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끊긴 이야기를 뒤이어 쓰기로 했다.



감사한 내 마음을 이야기 안에 녹여내어 전달하고 싶었다.


나는 변태가 분명하다.



3편. 선물 답례로 소설 이어 쓰기


손님에게 받은 소설 중 마지막장


남자의 이야기


2)

"재밌잖아~~ㅋㅋㅋ"

앞에 앉아있는 누나가 아무래도 여자인 그녀를 챙기는 게 신경이 쓰이는지 눈을 흘긴다.

하지만 쿨내 나는 누나이기에 그렇게 신경 쓸 것 없다.

나보다 연상인 나의 부인. 나는 아직도 연애하기 전의 버릇이 남아있어 누나라고 부른다.


"그나저나 우리 빨리 나가자"


라고 말하자,

누나가 가방에서 부스럭거리며 막대기를 꺼낸다.


"뭐야, 또"


"나 셀카봉 좋아해~~ 에헤헤헤"


두 번째 오는 료칸. 부모님은 처음이시기 때문에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자세히도 설명한다.

음, 열심히 하니깐 그냥 들어줘야지. 그리고 타지에서 일하는 그녀에게 조그만 위로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그 임무도 완수했다!

나도 일본에서 유학 경험이 있었던 터라, 한국의 음식이 얼마나 그리운지 잘 안다. 그래서 타지에서 한국사람을 만나면 더 정이 가고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지난 1월에 너무 잘 쉬다 간 기억이 있기에 이곳을 다시 찾아왔다.

온천 지역의 좋은 기운을 받고 료칸에서 맛있는 것 먹고 온천욕을 하고 푹 쉬다 보면 좋은 소재와 발상이 나올 것 같다.

기나긴 안내가 드디어 끝나고 전에 못 돌아본 거리를 나가기 위해 한껏 들떴다.


"빨리빨리~~"


누나를 재촉했다.

복도 중간에 계단이 있어, 그 길로 내려왔는데 종업원들의 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목소리.

음... 잘 안 들리는데 대충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전에 시를 받은 손님이 다시 찾아주셨어! 그때 그 시를 받고 나는 미소를 잃지 않고 서비스를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방안 벽에 붙여놓고 있지."


이어 남자 직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와- 이번에도 시 받는 거 아니야?"


"에이- 아니야"


일본어를 모르는 부인은 다행히 내가 그녀에게 시를 써준 걸 모르고 있다. 휴.


그대로 프런트를 지나 밖으로 나가기에는 좀 쑥스러워, 누나에게 지갑을 놓고 왔다는 핑계를 대고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지난번에 둘러보지 못했던 온천마을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조그마한 가게들을 구경했다. 주변 단풍이 별이 쏟아지듯 정말 아름다웠다.


료칸 주변의 단풍 공원




누나는 셀카봉을 자꾸 들이댄다. 뭐, 귀찮게 나보고 찍어달라고 안 하는 게 어디야... 그래도 나중에 이런 사진이 두고두고 추억이 되리라는 걸 알지만 미래의 추억이 될 사진보다는, 지금 이 순간, 이 광경들을 더 눈에 담고 싶다.



후다닥 내려간 우리는, 료칸의 송영버스를 부르지 않고 가볍게 언덕을 올라왔다.



료칸 정문 계단을 오르는데 프런트 앞에 서있는 그녀가 보였다. 통화를 하네? 음... 식사 장소를 까먹었는데... 물어봐야 하는데... 프런트를 지나치고 누나에게 물어보라고 시켰다.ㅎ 멀리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식사 장소는 3층이세요"


아, 그랬지. 료칸은 편하게 쉴 수 있긴 한데, 시설들이 어디 붙어있는지 너무 복잡하다.


그녀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일할 의욕이 샘솟았다. 왠지 오늘 저녁에는 재밌는 구상이 나올 것 같다. 이 료칸에서 나올 소재. 그녀의 시각으로, 그리고 청년인 나로 돌아가, 그 시각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생각보다 집중이 아주 잘됐다. 역시 공기 좋은 곳에 오니 재밌는 구상도 나오고 글이 잘 써진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은 그녀와 공유하고 싶다. 분명 그녀도 재밌게 읽어주리라 확신이 선다.



내가 준 시를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잖아.

마지막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역시 여운을 남기는 게 뭔가 있어 보이고 재밌지 않겠어?


그녀라고 썼지만, 아까 방에서 선물을 줄 때 유니폼에 달려있는 이름표를 봤다. 앞표지에 받는 이의 그녀 이름을 썼고 내 성도 적는다.



체크아웃

와- 료칸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나 싶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 있었던 거야. 복잡한 프런트를 떠나 누나와 부모님은 먼저 밖으로 나갔다. 역시 셀카봉을 들고 부모님과 사진 찍는 중이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스텝이 체크아웃을 도와줬다.


그녀는 오늘 쉬는 날인가.


엇, 뒤에서 뿅 나오더니 옆에 손님을 응대한다. 나는 가방에 두었던 종이 파일과 여행할 때 당을 책임진 심심 거리 청포도 사탕을 함께 꺼내었다.


바로 그때, 그녀도 나를 본다.

역시나 밝은 미소로


"엇! 안녕하세요?"


반갑게 맞아준다.

나는 얼른 종이가 든 투명 파일을 프런트 건너 그녀에서 건네며 말한다


"나중에 읽어보세요"


그녀가 얼떨떨한 얼굴 표정으로 답한다.


"가가 감사합니다."


옆에 그녀가 상대하던 손님도 있어 좀 뻘쭘한 마음에 얼른 료칸을 빠져나왔다.

오잉? 가족들 어디 갔지?

나는 료칸을 뒤로하고 마을로 내려가는 샛길로 가족들을 찾아 나섰다.





여자의 이야기


4)

오래 일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다시 이렇게 손님을 만날 수 있다니. 괜스레 내 집에 찾아온 내 손님 같은 마음이 든다.

안내하고 내려와 조금 전에 나 대신에 일본어로 안내 갈 뻔했던 남자 직원에게 신나서 이야기했다.


"그 손님 작년에 오셨던 커플이야~ 신쿤이 있었을 때 말이야~~~~"


커플 중 남성이 특히 친절하면 나는 여성 쪽의 눈치를 보며 더욱 여자 손님의 눈을 마주치려고 노력한다. 여자는 자고로 질투의 화신이니깐.

안내를 하는 중에 같이 오신 분께 누나라고 부른걸 보니 친누나인 것 같았다 괜히 눈치를 봤다

연속 6일을 아침 일찍 출근을 하는 시프트로 엄청 피곤해 있었는데, 반가운 손님이 찾아주시고 따뜻한 선물까지 주시니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모른다. 아, 내가 헛일하지는 않는구나. 싶었다. 저번 주까지만 해도 인터넷 악플로 상처 받고 한국손님이 싫었는데... 이렇게 좋은 사람도 있구나.


여전히 프런트는 바쁘다. 손님의 외부 레스토랑 어렌지를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는데,

엇, 그분이 산책 끝나고 계단을 올라온다.

동시에 수화기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다. 이런, 오늘 쉬는 날이군. 어느 레스토랑을 안내해야 하지... 끙.

생각하고 있는 중에, 손님께 인사할 타이밍을 놓쳤다.

다시 여성 손님이 돌아오셔서


"식사 몇 층이었죠?"


하고 묻는다.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잃어버리셨나 보다.

다음날 아침

또다시 7시 반 출근...

요즘 너무 피곤해서 부랴부랴 출근을 하고 있다 화장도 대충.

아침 할 일을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체크아웃 타임이 다가오자 다른 스텝들도 줄지어 출근한다.

프런트 앞은 다른 직원들한테 맡기고 나는 사무실로 들어와 메일을 확인했다.

얼마 후, 갑자기 체크아웃 손님이 몰려 프런트로 나갔다.

커플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재빨리 앞에 서서 계산을 도와주는데, 오른쪽으로 시선이 갔다.

어! 너무 반가웠다.

인사하자마자 불쑥 건네받은 종이.

어.. 버버버... 어떡하지... 이게 뭐지. 받아도 되나.

얼떨결에 감사하단 말만 소리치고 나는 앞에 있는 손님을 응대했다.

그를 상대하던 옆에 있는 일본 직원이 나보고 손님 어디 가냐고 묻는다.


"응? 나 몰라."


영수증과 50엔의 거스름돈을 쥐고 직원이 쫓아갔다. 손님을 못 찾고 돌아온 직원이 재차 나에게 어디로 갔냐고 묻는다.


"어? 나 전혀 몰라."


우리는 어리둥절했다. 네 가족이 갑자기 어디로 갔는지 50엔은 회계상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그리고 내가 받은 이 종이 파일은 또 무엇인지.

영수증과 50엔은 미처리 상태가 됐다.



안녕하세요. 소설?이라고 하는 거죠? 그 답변으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저도 재밌는 거 좋아하거든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정말 감사하게 잘 받겠습니다!

마지막에 배웅도 못 해 드려서 아쉬웠습니다. 또 찾아주실 때를 기대해 봅니다.

11월 13일


이메일 전송!





그 이후

손님에게 뭐라고든 이메일 답장이 올 줄 알았지만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끝이다.

손님의 창작물에 내가 손을 대서 언짢으신 건 아닐지

걱정도 되는 한편


내 인생에서 몰입했던 순간을 꼽는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일이다.


행복했던 창작하는 즐거움.


감사합니다.



행복한 아마츄어의 료칸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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