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주인공이 된 시와 소설 선물 (1편)

독특하고 특별한 선물

by 지혜



료칸에서 3년 서비스 일을 하면서 손님들께 선물을 받곤 했다. 일본 손님들이 잘 부탁한다며 준비해 온 작고 예쁜 봉투에 담긴 팁과 디저트 선물.



그리고
먼 곳에서 오는 손님들로부터 받는 선물은 더욱 특별하다. 해외여행 캐리어에 챙길 짐도 많을 텐데 말이다. 예약할 때 질문 응대가 좋아, 담당 직원을 위해 준비해 오는 그 나라의 디저트.



그리고 해외 단골손님들이 생기고 내 이름을 불러주며 손수 준비해 온 선물.



그중에
말레이시아 부부가 준 분홍이 목도리는 여전히 겨울이면 착용하는 추억의 선물이고
태국 손님이 주신 연꽃이 그려진 가방과 파우치는
엄마가 절에 가실 때 챙겨가는 가방이 되었다.



또한

내가 입사 전부터 방문한 한국 커플 손님은 일 년에 두 번 정도 오시는데 정관장 홍삼부터 라면 과자 등등 큰 쇼핑백으로 매번 챙겨 오신다. 수고가 많으시다는 예쁜 말과 함께 건네주신다.



직원들과 맛있게 나눠먹고, 사장님은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서비스 요리를 드린다.


뭐 하시는 분인지 궁금하다.



외국인 손님들에겐 우리 료칸이 처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오고 또 오다니...


타지역, 주변 료칸보다 비싼 편인데도, 다른 곳은 궁금하지 않은가 보다. 나는 다른 료칸도 경험하고 싶은 성향인데 말이다.



다른 곳을 가지 않고 또 찾아와 준다는 것은 대단히 감사하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날은

우리 집에 놀러 온 지인을 맞이하는 기분이 들곤 한다.



이런 소중한 선물과 귀한 마음을 받고도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선물이 있다.




독특하고 특별한 선물



그날

바쁜 체크아웃 시간이 지나고 동료가 쪽지 하나를 건넨다. 한국 손님이 나에게 전달해 주라고 한 쪽지에는 객실에 놓여있는 우리 료칸 로고가 그려진 자그마한 메모지 한 장이었다.

짧은 글을 재빨리 읽어 내려갔다.

건네준 직원 말로는 손님이 시인이라고 한다.

시인이라는 소리에 놀라고,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를 위해 써준 시라는 것에 두 번 놀라고 또다시 보니, 어제 체크인할 때 송영버스를 부르지 않고 언덕을 올라온 손님이 얼굴이 생각이 나서 세 번 놀란다.




숨을 헐떡이며

찡그린 언덕
햇빛 담은 미소에
저도 몰래

벌쭉 웃네’

날짜와
손님 이름


직원 말로는 손님이 시인이라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이 분은 언덕을 만만하게 보셨다가 셔틀을 부르지 않고 숨차게 올라오신 커플 손님이었다. 나는 맞이만 해 드리고 안내 담당도 아니었는데 그때의 내가 지은 미소가 위안이 되었다니, 내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글귀 었다.

나는 이 선물을 소중히 했다. 벽에 붙여두고 미소를 잃지 않으려 했다.





다시 만남

그리고 2년이 안되어서 이 손님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체크인 리스트 확인을 하는데 낯익은 이름... 내 방 벽에 붙은 쪽지의 시인이다.



나는 손님을 반가워하며 로비에서의 설명은 이미 알고 있으니 간단히 끝내고 객실로 안내했다. 객실에서의 조금 긴 설명을 마치려고 하는데 앞에 계신 여성분이 갑자기 진짜로 챙겨 왔냐며 그분을 향해 물었다.


난 그럼 편히 쉬시라고 일어나려는 찰나에 남자 손님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물건을 꺼내 나에게 준다. 투명백에 아기자기하게 담긴 한국 건조식료품과 커피.



우와아.


미역국이 이렇게 나오는구나. 반가운 한국 식품이기도 했고 신제품에 신기해서 절로 리액션이 나온다.

밝게 감사인사의 말을 전하고 나왔다.



다음날

11시 체크아웃

외국인 손님들이 늘어나니 일이 10배는 더 늘어난다. 짐 보관, 버스 예약, 관광지 안내 등등 더 바쁜 체크아웃 시간이다.



앞에 있는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중에 투명한 서류 파일이 프런트 안쪽으로 쑤-욱 들어온다.
추억돋는 청포도맛 알사탕 봉지와 함께.

그 남자 손님이다. “선물이에요!” 라고 말하고 휙 나가버리는 손님. 다른 직원이 이미 체크아웃 처리를 한 상태였다.



모든 손님들이 나가고 여유를 챙기며 투명 파일에 담긴 종이를 꺼내어 본다.





깨알 같은 글씨들로 채워진 종이들... 뭐...지?

자리를 잡고 앉아 천천히 읽어보았다. 소설이다.




엇 읽다 보니... 내 이야기인가?
마지막에는 이야기가 끊기며 궁금증을 일게 했다.





그리고 손님의 이메일 주소가 적혀있다.

점심시간에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꽤나 재미있다.
어렸을 때 ‘그 남자 그 여자’ 책을 재밌게 본 터라 이런 형식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더군다나 여자의 시점은 나이며, 남자의 이야기는 손님이기 때문에.



한편으론

다른 센스는 다 있어도 연애에 둔탱이인 내가


“이거 Hoxy (혹쉬) 그린 라이트인가?”


하고 친구한테 물었더니, 김칫국 마시지 말란다.



같이 온 손님은 연인인 거 같다.

두 번이나 같은 분과 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글 속에서는 부모님 그리고 친누나랑 왔다고 쓰여있지만.




답례

아무튼, 나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재미있는 선물을 주신 게 너무나 감사해서 어떻게 답장을 보낼지 궁리했다.

역시나 쿵짝!인 친언니가 유쾌한 답변을 내줬다!


“네가 이어서 써봐~~~

재밌잖아~~~”



정말? 그래도 될까?

아, 너무 재밌겠다!!



나는 그 날 새벽을 넘기며 손님이 쓴 글의 뒤를 이어서 허구와 사실을 섞어 신~나게 글을 써내려 갔다.




이메일 전!송!

난 좀 변태인 것 같다. 흐흣




봉준호 감독이 그랬지.
“ 변태성은 내게 곧 창의적인 사람을 뜻하는 단어다.

변태들이 좀 다르다. 남들이 하지 않은 생각을 한다.”



아오이 유우가 료칸 여주인으로 출연한 드라마 '오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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