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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Aug 13. 2024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은 고집

일상 정리 VS 정리 축제



"나 이번에 물건을 많이 버리려고. 어렵겠지만."


일본인 지인이 물건을 많이 버리겠다며 선언문자를 보내왔다.


"버리는 물건보다는 설레는 물건을 먼저 골라봐요."


"집에는 가성비 물건만 있어서 설레는 게 없어. 불필요한 게 많아서 버리려고."



(tmi. 가성비만 따진 물건일지라도, 내게 도움 되는 물건이라는 인식만 새로이 갖는다면 충분히 설레는 물건이 될 수 있다.)



살면서 반복되는 문제들을 안고 있는 그녀에게 예전에 한번 정리축제를 권했었다.



"지혜가 보낸 곤도 마리에 정리 영상을 봤는데, 난 지금 설레는 물건이 없고, 버리고 싶은 물건이 많아.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어. 지금 버리는 방식이 나한테는 맞는 것 같아."



비워진 서랍 사진에 내 마음도 텅텅



"그럼 먼저 정리 후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시작해 봐요."



"내가 하고 있는 정리법과 지혜가 하고 있는 것이 방식만 다를 뿐이지, 끝은 똑같다고 생각해."



그녀가 하는 정리법으로 정리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삶이 변할 거라고 기대하는 걸까?



의문이 많이 들었지만, 나 또한 A와 같이 안 좋은 상황에서 버리면서 후련함을 느끼며 일상 정리를 할 것 같다. 그녀에게 일상 정리와 정리 축제의 구분을 말할 필요는 없어 보여서, 지금 방법에서 놓치고 있는 것만 말해주었다.



"미니멀리스트도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이 관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의 물건을 가지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진짜 내 인생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거죠. 정말로 이번에 정리를 끝내고 싶다면요."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라이프 꿈을 갖고 물건을 계속 버리다가 다시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 또한 정리 축제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버릴 물건만 찾았다. 버릴 때는 기분이 좋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집을 봐도 만족스럽지 않고 정리한 기분도 들지 않았다.



내가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불필요한 것들만 뺀다면 나중에 기분이 안 좋을 시기에는 감정 소비를 하고, 어느샌가 물건들은 더 많이 쌓이게 된다.



단순히 좁은 집에 맞게 물건을 줄여서 심플하게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정리 후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이다.


각 개인에게 맞는 정리 축제 타이밍이 있다.

지금 그녀는 때가 아니다.

일상 정리가 먼저인 것이다.



무엇을 갖고 있을까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같은 것

- 곤도 마리에 ‘정리 축제’



여전히 그녀는 생각하기보다 버리기에 집중한다고 한다.

지금 일과 관계 문제를 안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말이 들어올 여유가 없어 보이는 듯하다.



난 통화를 끊고 힘이 빠졌다.

결국 장시간동안 그녀에게 의미도 도움도 되지 않은 것 같다.



갑자기 고민이 생겼다.


자녀가 실패가 보이는 길을 가려고 할 때, 의견을 존중하며 그것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지켜보기만 해야 할까?


생각해 본다.

음...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일단 내가 경험한 것들을 알려주고 다음은 그들의 선택에 맡겨야겠다.


불현듯 이런 생각도 든다.

그녀 혹은 자녀가 가고 싶은 길을 가다가, 더 큰 계기가 생겨서 실패를 성공으로 만드는 제3의 새로운 길을 창조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생각까지 미치니, 이제야... 희망이 생긴다. 휴우... 한시름 마음이 놓인다. 마음 편히 그녀를 응원해야겠다.



정리 축제 연구뿐만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정리법도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본질을 갖는지 알고 싶은 설렘도 생겼다.


힘이 빠지는 일이었지만 이런 생각 속에서 정리의 지혜가 쌓인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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