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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Apr 21. 2022

28 휴관일, 전지적 직원시점

눈누난나

마음으로 서비스하는 일본료칸에서의 에피소드입니다. 3년간 동료와 손님에게 얻은 배움과 깨달음을 회고하며 기록합니다.






우리 료칸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달 휴관일이 있어서 2, 3일간 쉴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은 사장님으로 바뀌고 나서 생긴 거라, 나의 직업 만족도는 상승했다. 매달 이삼일 간 영업을 안 한다는 것은 매출 부분에서 큰 손실일 것 같지만 새롭게 정비점검과 청소를 한다는 이유에서이다. 나에게는 꿀같은 시간이다. 전지적 직원시점이다.




휴무일도 원하는 날짜에 할 수 있는데 휴관일 뒤에 붙이면 3~5일 동안 쉴 수 있어, 다음 휴관일에는 어디를 갈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이틀 정도면 하루 호캉스를 하고 3일이면 국내 여행, 그 이상이면 해외여행을 계획한다. 누가 일본에 놀러 온다고 하면 휴관일에 맞춰서 오라고 한다.




그런데 휴관일 동안 외국에서 걸려온 전화나 문의 메일이 쌓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외국인 직원들끼리 순서를 정해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는 일도 생겼다. 반일 출근으로 사무일을 보는데 그동안 밀렸던 건들도 많아서 일을 하다보면 시간이 순삭이다. 사무실의 엄마 같은 역할인 다이나카상하고 오랜만에 실컷 수다 떠는 것도 휴관일 출근의 묘미다. 수다가 시작되면 끝도 없기 때문에 한 번은 일을 얼마 못한 채 퇴근 카드를 찍으니, 양심이란 녀석이 쿡쿡 찔렀다.




6개월에 한 번씩은 한국에 가는데, 돌아와 일본 공항에 내리면 일본 특유의 쯔유(일본간장) 냄새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제 내 집으로 간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스스로에게 놀란다.


'한국 집에 있었는데, 일본이 내 집이라고 느끼는구나~'



국내여행

예술의 섬, 나오시마가 정말 좋았다. 도트 무늬의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안도 타다오의 콘크리트 건축미를 즐긴다.








그리고  타고 섬을 나오기 전에 목욕탕에 다녀오니 상쾌하다. 역시 예술의 섬에 있는 목욕탕 이름도 취향 저격이다. 목욕탕 안에서는 작품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아이 러브 유
‘I ❤️ 湯 ’ (탕 湯 : 일본 말로 ‘유’라고 읽음)


작명센스 + 만점이요~








베낭하나 메고 해외여행




해외여행

피치항공이 있어, 너무 좋다. 정말 가성비의 끝판왕인 거 같다. 이런저런 옵션 다 빼고 내 몸만 실어다 주면 되는 비행기라 실용적이다. 비싼 신칸센(KTX 같은 열차) 보다 훨씬 싸서 국내 이용객들도 많은 편이라 참 잘 만들었다. 해외여행을 갈 때 짐은 베낭 하나이기 때문에 애용한다. 돈 조금 더 주고 앞 좌석 혹은 비상구를 선택해 넓은 공간을 확보한다. 단점이 있다면 공항 터미널이 2터미널이거나 탑승구가 좀 멀리 있다는 점...




작은 비행기의 문이 열리면 바로 나와 리무진버스를 타러 간다. 공항에서 무거운 캐리어 찾고 짐을 이고지고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공항을 빠져나오는 시간이 꽤 짧다. 마치 국내여행을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대만에 간다. 예전 어학원에 다녔을 때 대만 친구들하고 제일 친했다. 그들은 대체로 큰 눈망울과 항상 웃으며 시원한 미소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몇 년 만인지, 모습은 그대로며 여전히 다정하다.




혼자 여행하는 것에 겁 '1'도 없다가 홍콩 야시장의 어느 이상한 마사지숍에 들어가 두려움에 떠는 경험도 했다. 여행을 하면서 '나의 최애(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 또는 인물)'도 만들어진다. 마카오에서 내 인생 최고의 쇼를 관람했다. 물이 있는 서커스 공연이었다. 또한 인생 에그타르트도 생겼다. 이후에 일본 동네에 그 브랜드가 생겨서 자주 먹는데, 한국에는 안 들어오는 게 의아하다. 아직 한국에서 완벽한 에그타르트를 찾지 못했다.





이렇게 여행을 통해 리프레시하고 나의 취향도 알아간다. 또한 낯선 것에서 영감을 받고 묵었던 호텔 서비스와 비교하게 되고, 손님의 입장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마음을 공감하며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과 배움의 시간을 갖는다.




‘눈누난나

즐거운 휴관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공부 하고 왔어요.


다시 열심히 일할게요.

頑張り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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