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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Apr 22. 2022

29 오키나와 기묘한 이야기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마음으로 서비스하는 일본료칸에서의 에피소드입니다. 3년간 동료와 손님에게 얻은 배움과 깨달음을 회고하며 기록합니다.






가족들이 액티비티와 휴양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어느 '오키나와 리조트’ 안,

매일밤 파티가 열리는 이곳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골목을 메우며 싸이의 말춤을 춘다. 너무 신이나 보인다, 다들...




나는 그들 사이를 헤치고 나와 조용한 해안가 숙박시설 쪽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제  멀리 건너편에서 파티가 한창인 풍경이 보인다. 하지만  주변은 칠흑같은 어둠속이다. 마치 무대위에 저곳만 핀조명을  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일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4개의 언어로 안내방송이 나오며 모두가 즐거워 보인다.




'나는...?'  마음에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밤하늘에 별들이 쏟아질  같다. 사람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상대적으로 우울해진 감정이 '희망'이라 이름으로 별들이 반짝이는  같아 기분이 나아졌다.



'나도 언젠가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며 즐겁게 일을 하고 싶다.'






료칸에 입사한지 1년이  여름날, 사원여행으로 오키나와를 간다고 한다. 회장님일 때는 보통 차를 운전해서 다른 지역의 료칸으로 갔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사장님이 비행기를 타고 '...'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사장님 클라스~!



오키나와는 내게 특별한 곳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고독하게 오키나와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의 꿈을 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언젠가 여러 언어를 사용하며 즐겁게 일을 하고 싶다.' 라고.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오키나와에 돌아왔다! 파티가 한창이던 그날 밤, 칠흑같은 어둠 한켠에 앉아 외로웠던 나에게 위로를 해주러 온것 같다. 그리고 희망이었던 별들이 나를 초대해 준것만 같다.



당시 글로벌 리조트인 클럽메드의 독특한 시스템을 알고 싶어, 오키나와 할머니 (마사코상) 의 지인찬스로 일주일간 무급으로 일하러 갔었다.



그러나 지금은,


삼개국어를 사용하며 신나게 일하고 있다. 그때와는 달리 혼자도 아니고, 회사복지로 다시 오다니. 감격스럽다.’






그리고 3년차가 되던 해에 사원여행으로 오키나와에 다시 왔다. 회장님과 사장님은 골프   오셨는가 보다. 뭔들 어때요. 데려와 주셔서 감사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오키나와 일정이 길다. 사람들은 오키나와를 떠날때  여기 본섬에서 다시 30-40 비행기를 타고  아름다운 '이시가키'섬으로 간다. 나의 할머니, 마사코상을 만날 예정이다. 3 전에 마음이 울적해 떠난 농촌 홈스테이의 (WWOOF 우프) 호스트이다. 여행은 가볍게 다니지만, 이번에는 캐리어에 오미야게(지역 기념품) 넣어 무겁게 왔다.



오키나와



이번 사원여행은 수상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호텔에서 진행하는 액티비티 패키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다양하게 많아서 뭘할지 고민하는 시간도 행복하다. 나는 무슨 의욕이 그리 넘쳤는지, 적극적으로 주방사람들, 레스토랑 사람들 모두에게 물어봐서 취합을 하고 신청을 했다. 거기서 일어날 일은 상상조차 못한채...




우리는 공항에서 이동해 렌터카 회사에 도착했다. 그룹별로 빌리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 주방 막내가 갑자기 휴대폰을 비행기 의자 포켓에 넣어두고 그냥 내렸다는 것이다. 항상 얼굴이 빨간 어린 막내 소녀는 역시나  마음이 쓰이는 친구였다. 당황해 하며 공항으로 가겠다는 그녀를 쫓아서 함께 택시를 잡아 탔다.



아무래도 공항과 친근한 내가 같이 가서 힘이 되주고 싶었다. '비행기 청소해주는 분들이 발견해서  보관하고 계실거니까 걱정마.'라고 안심시키고 공항에 도착해 카운터로 향했다. 휴대폰은 생각보다 빨리 전달 받을수 있었다. 이미 다른 동료들은 호텔로 이동한다는 말에, 우리도 호텔로 향했다. 이런 일은 정말 별일도 아니다.




오키나와의 명물 흑돼지와 특산물로 저녁 코스요리를 거나하게 먹고 노래방에 간다는 동료들을 뒤로 하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몇 번이나 룸메인 유코상이 전화와서 '부주방장이 행아 자꾸 부르라고 해. 빨리와.' 를 거절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유코상은 여전히 어제의 술기운과 흥이 남아있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액티비티를 즐기는 날이라 너무 설렌다. 다같이 바나나보트를 즐긴 후, 아쿠아 워크를 하러 보트를 타고 바다 더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산소통연결된 헬멧을 쓰고 물속으로 들어가 걸으며 체험한다. 먼저 두명의 커플이 체험하고 나온다. 여러개의 산소통 앞에서 핸들을 돌리는 흑인 외국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이제 우리 6명의 차례이다. 물속에서는 앞에 리더가 칠판으로 적어서 안내할 것이고 몇개의 손동작을 보여주며 소통법을 알려줬다.



무거운 헬멧을 눌러쓰고 사다리를 타고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물속에  줄로 섰고 나는 뒷편에  있다. 리더의 말을 듣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숨을  때마다 유리창에 김이 서리는데원래 이런건가?


하악하악



나는 뒷쪽에 서있어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려고 해도 워낙  헬멧이라 보이질 않는다. 앞뒤로 있겠다던 가이드는  뒤에 없다. 아직 안내려왔나보다. 앞에 있는 가이드에게 아까 알려준 손동작을 하는데도 설명하느라 뒷쪽은 보이지도 않는  같다. 모두의 뒷통수만 보인다.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니야. 이러다가  익숙해 지는 거겠지.’


그런데 가이드말이 뭐라 하는지 숨소리에만 집중이 되고 앞은 점점 뿌열 뿐이다.



그런데 이제는 헬멧안에  숨소리만 들린다!



하악 하악 하악



숨이 가쁘다




안되겠다!!

앞으로 걸어가 손을 허우적대며 간신히 동료의 팔을 건드렸다. 동료가 뒤를 돌자 앞에 있던 가이드도 드디어  쪽을 보고 다가온다. 사다리가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사다리에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에 헬멧 안으로 퐈악! 하는 소리와 함께 목부터 물이  차올랐고 순식간에  물이 빠지며 산소가 들어왔다.



'하아... 시원한 공기이다. 살것 같다. 행복하다.'



가이드는 내게 올라가겠냐고 물었지만, 생각하지도 않고 산소뽕을 맞은듯 기분이 좋아져 계속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물속을 걸으며 수족관에 들어온  물고기 친구들을 만났다. 그런데 물이 탁해서 기대한만큼 좋지는 못했다. 예전에  깊은 곳에서 스노쿨링하던 때가 그리웠다.



보트를 타고 샤워장으로 돌아오면서  바로 앞에 들어간 유코상에게 헬멧에 관해 물었는데, 불편한  없이 처음에도 숨쉬는데 불편함이 없었다고 한다.



샤워장에 들어가기 전에 직원 한명에게 말을 했다.


"들어갔을  산소통에 물이 안들어와서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투정  주의하라고 알려줬다. 직원은 정보 들은게 없었는데 그런일이 있었냐며 체크해 보겠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은 아쿠아 워크를 마치고, 점심은 연배가 있으신 분들도 조인해, 드라이브를 간다. 회장님께 인정받아야만 운전할  있는 료칸의 셔틀버스인데, 유일하게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인정받은 마츠시타상이 이곳에서도 운전대를 잡아주셨다. 회계담당이신 오타니상이 유명한 소바가게로 안내한다. 기나긴 다리를 건너와 이제 맛있게 소바를 먹으려고 하는데, 모르는 발신 번호로 휴대폰이 울린다.




"모시모시"



호텔이었다.  이름을 확인하며, 조금전에 체험한 스포츠에 관해 이야기한다. 내가 신청자 대표라서 바로  번호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찾는 사람도 나였다. 무슨일인가 했더니...



좀전에 아쿠아워크의 헬멧 건에 대해서 얘기하더니, 확인해 보니 정말 큰일   했다는 것이다. 안쓰럽게 위로를 전한다.



'... 하마터면 죽었…’



좀전까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마치고 나왔다.


그런데 직원에게 큰일 날뻔 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망각하고 있었다. 헬멧안에서  숨소리밖에 안들리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라, 앞에 있는 소바는 뜨지도 못한 , 호텔로 들어왔다. 들어오는 길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사람들에게 모든 액티비티를 서비스로 제공해 주겠다는 . 그리고 환불을 해드릴테니 몇시에 프런트로 와달라는 .



나는 사람들에게 전달을 하고,  돈은  받아다줘도 된다고 했다. 안 좋은 기운의 돈을 갖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의 선상 선셋은 가지 않고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죽었을지도 몰랐을  순간이 떠올라 끔찍하다.




오키나와



아침이 밝았고 오늘은 여기를 떠나는 날이다. 마음은 안정되었다. 테이블엔 피자 한판이 놓여있다. 저녁을 안먹은 나를 위해 오타니 상이 사서 보냈다고 한다. 이렇게  피자 한판을 먹으라니, 마음을  받았다. 옆방에 오타니 상의 방에 갔다. 어제 프런트에 가니, 이곳에서 돈과 함께 여러 선물들을 준비해 뒀다고 한다. 그리고,



어젯밤에 회장님사장님이 프런트에 다시 모여 실의에 빠져있는 나를 걱정하셨는데, 그들은 '나한테 하마터면  일이 날뻔 했다'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산소통 핸들을 돌리지 않은게 문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럼 상황이 뭐였는지 묻자, 정확하게 이야기를 안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 체크해 보고 다음날인 오늘, 조식 후에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잘못을 인정 안하고 거짓말하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힘이 생긴다. 조식을 먹고 나도 함께 미팅에 참석했다.



우리가 이곳에 문제를 제기하고 체크아웃 전에 라운지에서 이렇게 미팅을 하는 것은  한가지 이유에서이다. 이러한 일이 다음에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확히 문제를 파악하길 바랬다. 몇번이나 얘기를 해도 도돌이표다. 마지막이라 연결 호스에 산소가 늦게 들어온다는 ,  물어보면 여러 애매한 답변들만 돌아온다.



마츠시타상, 오타니상 모두 결혼을 해서 자녀를 두고 있다. 우리 여자 셋은 제일 우려되는 것이



'아이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두려움이었다.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이리도 낮다는 말인가?



 또한 처음 써보는 산소헬멧에 당황하며 언젠가 숨이 편안해 지겠지. 라는 실오라기같은 희망을 붙잡으며 기다렸던  시간들. 그런데 아이들이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체크아웃이  될때까지 끝끝내 속시원한 답은 듣지 못했다. 또다시 전문 기술자를 불러 점검하고 연락을 준다고 한다. 우리의 소중한 시간 할애를 대신하여,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랄뿐이다.




사람들과 공항에서 인사를 나눴다. 다들 내일 출근이지만, 난 휴일이다. 이시가키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마사코상을 만난다는 기분에 들떠 공항에 도착했는데, 마사코상 차가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걸었다.



지금 오고 있다는 할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공항 안에 있는 샵을 구경했다. 마사코상을 위해 노오란 스카프 선물을 골랐다.



. 마사코상! 익숙하게 얼른 옆자리에 올라탄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서 느껴졌다. 그래도 여전히 터프하게 운전을 하며 변함없는 특유의 솔직하고 유머담긴 말을 건넨다.



'행아,  어제 온다고 해서 내가 공항와서 기다렸는데오늘 오는거였어? 어제 전화했을때  물속에서 사건 있었다고 하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건가 했어.'



'할머니가 연세가 많이 드셔서 착각을... 그런데 혹시 설마… 이렇게 생각하기 싫지만 내 머리가 어떻게 된건가?'





 이후로 뇌의 한계가 오는 날이면 그때 산소부족으로 뇌세포가 죽어버린 것은 아닐까 의심하곤 한다.


사실 따져보면 할머니한테 전화드린건 사고있기 전날인데 말이다. 잠재의식 속에 할머니 말이 잠들어있는지, 참으로 무서운 변명거리를 만들어 낸다. 하하




기묘한 일들도

지나고 나면 모두 에피소드가 되었다.

웃자! 좋은 에너지를 모으자 ^_^/




다음편 ‘나의 마사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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