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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Apr 12. 2022

26 료칸을 모른다면 보지마세요

료칸 여행


마음으로 서비스하는 일본료칸에서의 에피소드입니다. 동료와 손님에게 얻은 배움과 깨달음을 회고하며 기록합니다.


"한국 가서 열심히 돈 벌어서 또 올게요~~!"


체크아웃할 때 한국 손님에게 많이 듣는 말이다.



아직 한국 사람들에게 대중적이지 않은 료칸.


"짱구를 보고 언젠가는 일본 료칸에 묵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료칸에 묵는 게 제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였죠."


낭만을 품고 오는 손님들이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이지만, 일본 문화에 깊은 관심이 없는 사람은 ‘료칸’에 대해 잘 모른다. 나 또한 처음 일본에 살 때조차 몰랐다.


만약 지금도 모르고 있다면,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한번 경험하면, 돈에 대한 욕망이 커지기 때문이다.






Ep. 친구랑 료칸 여행


매달 료칸의 휴관일이면 기숙사를 나와 호텔에 묵는다. 여러 호텔에서 지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한국에서 누가 놀러 오면 1박은 료칸 예약을 한다. 일하면서 손님에게 서비스하는 일도 기분 좋지만, 나도 ‘료칸의 서비스’를 받고 싶다.


“왜 2박을 안 하냐고? 그야... 짧은 여행이니까. 온천지역은 외곽의 작은 마을에 있으니까. 다른 지역도 관광해야 하고... “


‘사실은 비싸기 때문이다.’




친구가 일본에 온다. 항공사 쪽에서 일하는 친구는 비행기 티켓을 할인받아 자주 놀러 온다.



오늘은 대접받는 날.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다. 몇 겹을 껴입었는지 모르겠다.



비싼 료칸에 묵는다면, 일찍이 마을에 도착해서 짐을 맡기고 산책하는 게 좋지. 프런트에 우선 짐만 맡기고 점심 먹을 곳을 추천받았다. 아주 작은 노포의 나무 문을 드르륵 열고 천을 걷고 고개 숙이며 들어간다. 아주머니의 정겨운 목소리를 들으며 눈인사를 한다.


"이랏샤이마세-"


좁은 식당에 몸을 웅크리고 친구와 바 테이블에 앉았다. 여기는 주민들만 올 법한 곳이다. 일본어를 조금하는 친구는 식당 아주머니와도 살갑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보통 저쪽에서 건네오는 대화 주제는 정해져 있지만 말이다.


'한국사람? 중국사람?'  '일본말 잘하네요'  '저도 한국말 알아요'  '(한국말로) 가무사하무니다? 싸랑~해요?'  '한국 드라마 좋아해요.'


한국인을 환대하는 표준 인사말을 들으니 이곳에 한국 사람들도 오는가 보다.



갈은 마가 들어간 카레우동은 친구하고 엄치척을 들 정도로 맛있었다. 따뜻한 식사를 마치고 마을 구경... 골목골목의 아기자기한 상점, 물이 흐르는 곳, 자연풍경을 즐긴다. 내천을 따라 조용한 일본거리를 걷다가 체크인 시간이 되어서 슬슬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부터 랩을 시작해야지.

료칸이라고 함은 끈을 허리에 둘러멘 유카타. 료칸실내를 종종걸음으로 다니며 시설 구경하고 뜨거운 온천물에 목까지 푸욱 담그며 ‘아, 시원하다’, 저녁은 오감이 만족스런 황홀한 만찬과 정성스러운 서비스, 두시간의 식사를 마치고 별이 많은 밤하늘을 보며 배 두드리기, 그리고 황제가 된 듯한 폭신한 이불 서비스에 환호, 다다미향을 맡으며 푹 자고 일어나, 아침에 커튼을 열면 속세를 떠나온 게 실감 나는 자연 속의 상쾌한 기분, 일본 가정식 요리, 뽀오얗고 부드러운 흰 쌀밥, 몸속을 타고 들어오는 따뜻한 국물에 캬-, 세상 부드러운 달걀말이, 소량의 반찬에 한점한점 먹으며 씹는 즐거움이란. 방에 들어오니 깔끔하게 이불정리가 되어 있고, 따뜻한 코타츠에 들어가 창밖 풍경을 즐기며 체크아웃 시간 전까지 늘어져본다.



마지막까지 배웅을 받으며 바이바이.







사실 다녀본 곳은 평타 칠 정도로 그 이상을 만족하진 못했다. 내 기대치가 높아서겠지만... 그래서 우리 료칸에 다시 방문하는 손님들을 보면 신기하다. 그러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우리 료칸 좋지. 예약사이트인 익스피디아 4.7/5 , 부킹사이트 9.3/10 의 평점으로 시설 서비스 등의 모든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잖아. 손님들이 리뷰를 남겨주는 건 대단한 일이고 소중한 거야.’



다른 료칸을 다녀오면 우리 료칸에 대한 자부심이 생겨서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또한 벤치마킹을 하게 되고 스스로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라 꽤나 좋은 공부가 된다.




이런 나에게도 궁금하고 기대되는 곳이 있다.


럭셔리 브랜드 '호시노야 교토'


체크인할 때 조각배를 타고 들어간다. 온전히 자연을 만끽하며 시간이 멈춘 듯한 곳이다. 유니크한 체험과 특유의 환대 (오모떼나시)가 최상인 곳.



기본 인당 백만원은 하는 곳이라, 언젠가 부모님을 모시고 가보고 싶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어느 가을날, 단풍나무 밑으로 조각배를 타고 있을 부모님을 상상하며 눈을 반짝여 본다.




호시노야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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