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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Apr 25. 2022

32 말한다 vs 말하지 않는다

당신의 선택은?



마음으로 서비스하는 일본료칸에서의 에피소드입니다. 3년간 동료와 손님에게 얻은 배움과 깨달음을 회고하며 기록합니다.



전편에 이어서...









오키나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앞으로의 계획들을 세운다. 나는 제3의 나라로 가서 공부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다.




서류가 합격되고 1차 면접을 위해 휴일을 맞춰 한국에 갔다. 이렇게 휴일을 원하는 날짜에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큰 메리트이다.




료칸 사람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 내가 다른 곳에서 일했으면 하고 바라는 나이트 분, 히토미상에게도 말을 안 했다. 예전에 만우절 날, 호시노 합격돼서 그만둔다고 장난을 쳤더니, 손뼉 치며 축하해 주셨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섭섭했지만 그만큼이나 나의 성장을 바라는 분이셨다. 덕분에 호시노라는 기업도 알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1차 면접을 치르고 나서는 마음이 굉장히 무거워졌다. 2차 테스트가 마지막으로 최종 합격인데 통보일 2주 후부터 국내 일정이 있었다. 그럼 퇴사 준비와 귀국 준비를 서둘러서 해야 했다. 이 사정을 주최 측에 얘기하고 혹시나 결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을까 했지만 불가능했다.




그다음부터는 고민에 빠졌다. 확정되지 않은 일이지만,



료칸에 미리 알린다 VS 말하지 않는다.



아오이 유우가 료칸 여주인으로 나온 드라마 <오센>



오랜 직장 생활을 하신 아빠를 제외하고는 모두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빠 : "말해야지~"



다른 사람들 : "결과나면 나서 말해. 혹시나 안돼서 그냥 일하게 되면 이미지 안 좋아질 수 있어."



라는 우려의 말들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괴롭다. 하아...



집에 돌아온 날 밤에, '한 직장에서만 일한 관리직인 친구한테 마지막으로 물어보자. 이 친구라면 회사 입장에서 말해 주겠지.' 했지만 역시 내 친구다. 내 입장을 먼저 생각해 주며 말하지 말라고 한다.



아흑… 아마 내 마음의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그 대답을 너무 듣고 싶어서 이렇게 마음이 괴로운 것이라고 판단했다.



말하자.



새로운 도전의 결과가 100% 합격이라는 보장은 없다. 아직 2차 면접도 남아있다. 하지만 결정이 된다면 최대 10일 정도 일을 하고 귀국을 해야 한다.




이곳에서의 3년 생활과 경력의 마무리를 그렇게 마무리 짓고 싶지 않았다. 안될 경우를 생각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래도 도전에 대한 성공의 열망이 컸기 때문에 그 이후에 치러야 할 죄송스러움과 무책임함이 스스로를 괴롭게 할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성적인 회장님이라면 모를까, 이성적인 사장님께서는 이 문제를 좀 더 냉정하게 보실 것도 같다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내 결론은 모가 되든 도가 되든, 말씀드리는 것이다.






다음 날, 체크인 전의 한가한 오후 타임이다. 2층 사무실로 한 계단 한 계단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바로 정면에 사장님이 보인다. 사무실에서는 다들 지나다니다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사장님을 옆에 보일러실로 안내했다. 보일러가 윙윙- 돌아가는 소음 속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사장님, 한국에 글로벌 리더 프로그램이란게 있어요. 저는 지금 여기서 일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이게 안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합격이 된다면 10일 정도 후에 일을 그만둬야 하는 거예요..."




말하는 중에 외국인 동료가 보일러실로 들어와 사장님과 나를 보고 흠칫 놀란다. 세탁실도 함께 있기 때문에 들어온 것인데, 이런 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었을 것이다. 워낙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커서 하던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내 얘기가 끝나자, 사장님이 입을 떼셨다. 무슨 말씀을 하실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행아, 네가 여기를 그만두는 건 내 가슴이 칼에 찔린 느낌이야. 하지만 나는 행아의 인생을 응원하고 있어."




눈물이 흐른다. 말하기 전에 두려움이 있었던 걸까? 생각지도 못한 사장님의 말에 감동받아서 일까? 둘 다인 것 같다.



그리고 덧붙이는 한마디에 눈물이 주르륵.





"행아, 만약에 혹여나 안되더라도 아무 생각 하지 말고 돌아와서, 지금처럼 일하면 돼."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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