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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Jul 22. 2022

집에 색깔이 없는 독신 여성

정리 에피소드


집에 색깔이 없네요.




혼자 사는 여성 A님은 보통 사람을 집에 초대하지 않지만, 우연히 지인이 집에 오게 되었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안방 침실에는 엄마가 쓰셨던 어두운 갈색의 장롱과 화장대, 그리고 박스들과 물건들이 가득 쌓인 작은 방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집을 방문했을 때도 식물 키우기가 취미여서 거실 낮은 테이블 위에 작은 화분들이 가득 있었음에도 집안에서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A 다운 물건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온기가 느껴지는 집을 원해요.

정리하고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고 싶어요.




A님도 집에 들어오면 집이 휑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집에 온기가 필요하다.



A님은 제주도를 좋아해서 자주 간다고 한다. 거기서 사온 소품들도 있다지만 그런 물건이 보이질 않았다.



내가 말했다.

"정리한 후에 제주도에서 산 엽서와 소품들을 현관부터 장식하면 좋겠네요."



A님도 제주도에서 사 왔지만 지금은 무용지물인 풍경종이 있다고 했다.



‘풍경종’ 사진 (예시)






정리하는 날, A님은 오래된 홈 시어터부터 많은 물건들을 과감히 비웠다. 그리고 물건이 쌓여있던 창고방은 렉을 설치해 가지런히 물건을 보관하고, 정리하면서 발견한 제주도 소품들로 곳곳을 장식할 수 있었다.



A님의 직업은 교사이다. 박스 안에서 학생들로부터 받은 감사 편지들이 많이 발견됐고 심리 교육학을 계속 공부하는 A님은 너무나 좋은 선생님임에 틀림없다.




정리한 후 며칠이 지나, A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안방에 다크 브라운 침대를 들여놓았다며 사진을 보내주었다.



처음에 안방의 어두운 갈색 가구들을  정리하고 싶었던 A님이었다. 화장대와 옷장의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자, 같은 계열의 침대를 구입했다. 가구 모두 셋뚜셋뚜~ 맞추게 돼서 기분 좋아하셨다. 이제A 다운 아늑한 공간이 되었다.




“덕분에 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혼자 있어도 휑하지 않고
집에서 온기가 느껴져서 좋네요.”




그리고 다음 문자가 이어졌다.



"사람들이 정리한 사진 보더니, 집에 초대해 달라고 난리예요. 오늘 저녁에 세 번째 집들이가 있어요!!"



하면서 기쁨에 찬 비명이 들렸다.



안락해진 A님의 집에 북적북적해진 모습을 상상했다.



그와 동시에

나의 입술 주름이 펴졌지만 팔자주름이 생겼고 

눈가에도 주름을 얻었다.



 얼굴에 만연한 미소, 씽긋!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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