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풍요로움
얼마 전까지 꽂혀있던 단어는 질문의 힘이었다.
세상의 모든 언어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질문을 해야 현명한 답을 얻을지, 고민이 들기도 하지만, 우문현답을 해주는 똑똑한 사람도 있다.
상대에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특히나 더 고민했다.
왜냐하면 '답은 모두 내 안에 있다'라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여백'이란 단어에 꽂혀있다
정리의 본질을 알아갈수록 신세계를 경험한다. 우주 만물의 본질은 모두 이어져 있나 보다.
20대 그리고 30대, 40대를 향해 가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살았다.
열심히! 하려고 했고, 잘하고 싶었다.
배움에 갈급했고 성장하려고 계속 길을 찾아나섰다.
또한,
감정은 예민했다.
그래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더 많이 필요로 했다.
내가 정리의 세계에 들어오고, 내면에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물건을 비우고
공간을 만들었으니, 이제 또다른 물건들로 채우려고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빈 공간을 채우지 말아야 한다.
여백은 풍요로움이다.
공간에 여백을 만들고 나니 빛이 들어왔고
내 마음에도 여백이 생기니, 그 안으로 숨이 들어왔다.
내 몸에 숨이 관통하는 것을 느끼게 됐다.
마음에도 쉼이 있어야, 나를 돌볼 수 있고 다른 사람도 챙길 수 있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잔뜩 예민해지고 괜스레 짜증이 많아진다.
생각 또한 마찬가지였다. 계속 배우려고 인풋만 하다 보니 과부하가 와서 아웃풋을 할 생각의 공간이 부족하다.
나는 INFP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을 좋아한다. 창조적이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려면 시간과 공간의 통제 없이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틀렸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더욱더 자신의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말한다.
공간적인 면에서는, 이리저리 뒤질 필요 없이 물건을 바로 찾을 수 있다면 정신적 에너지를 아껴서, 좀 더 중요하고 창조적인 과제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시간적인 면에서는 '이건 좀 있다 해야지' 미루며 스트레스를 받다가, 밤이 되면 하는 습관들은 결코 자유롭지 않은 행동들이었다. 시간에 쫓겨 창조하기 위해 즐거운 상상을 할 시간도 부족하게 된다.
공간에 여백이 생기니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고 더욱 소중해졌다.
풍요로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미래를 위한 물건들로 채워질 상상에 더욱이 설레는 공간이 된다.
내 환경이 통제가 되니, 자유로워졌다.
풍요로운 마음으로 내 스스로를 더 돌보게 되었다는 것이 큰 변화이다.
힘을 빼고 깊은 숨도 쉴 수 있게 되었다. 물건뿐만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더욱더 소중해졌다.
소품이 굉장히 많았던 고객님의 질문이 떠오른다.
"인테리어를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내가 말했다.
"여백을 주면 됩니다."
그 집에는 주인공들이 너무 많았다. 여백의 힘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더 소중하게 해 주는 힘인 것 같다.
가득 채우지 말고 살아야지.
생각도
감정도
관계에서 또한.
그 모든 면에서 여백을 둠으로서 소중한 것들을 알아간다.
내 삶에 지금 여백을 갖고 살진 않는지,
가장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내 공간을 보는 것.
나는 아주 큰 삶의 힌트를 얻었다.
공간을 보면 마음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