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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못하는 것도 대물림이다

엄마는 정리 잘하세요?

by 지혜



"어머니는 정리를 잘하시는 편인가요?"



"아니요."



보통 정리를 의뢰한 고객들에게 듣는 말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정리 좀 해!!"라는 잔소리만 들어봤지, 어떻게 물건들을 정리하고 제자리에 놓는지 배우지 못했다. 선생님도 엄마도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알게 모르게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한다. 시간뿐인가? 찾지 못해서 물건을 또 샀는데 나중에 집에서 찾는 경우도 다반사다. 돈낭비는 물론 피곤해서 에너지를 빼앗기고, 더 나아가서 물건이 쌓이니 내가 생활할 공간도 줄어든다.



우리는 더 넓은 평수로 이사 가고 싶어 하지만,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쌓인 공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집의 주인이 사람인지, 물건인지 말이다. 우리가 가진 물건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은, 사실 공간이다.



1평당 나의 집은 얼마인가.



정리 대행에서 일을 했을 때에도 5,60대의 주부분들이 많았다. 어느 날은 정리가 저녁 6시가 되어도 끝나지 않았었는데, 고객이 빨리 10명 모두 다 집을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오는데, 정리대행을 부르고 정리를 했다는 것은 말을 안 했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두 명의 선생님만 남아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8명은 급하게 나온 경우도 있다. 남편에게는 지인 엄마들이 같이 도와서 집을 정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전히 나에게 찾아오는 고객님들도 정리를 못해서 자괴감까지 든다고도 한다. 이것은 단순히 물건의 정리가 아닌 삶과도 연관된 많은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내 물건만 갖고 있을 때는 큰 불편함을 몰랐을지 몰라도, 가족들이 한 명씩 늘어날수록 물건 정리의 난이도가 더욱 높아진다. 미니멀 리스트였던 딩크족이었던 고객분도 아이를 낳자 물건이 갑자기 늘어서 물건 정리를 못하게 되었다.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물건이 적고 많고의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정리법을 몰랐다는 것이다.



나의 정리스트레스를 아이에게 고스란히 대물림할 것인가?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은 일본의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정리법을 알려주지 않는 것인가. 이것이 바로 나의 사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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