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몽블랑

by 연주신쥬디

제네바에서 기차를 타고 프랑스 남부 샤모니(Chamonix)로 이동했다.

샤모니는 알프스 산으로 둘러싸인 사랑스럽고 귀여운 마을이었다. 크리스마스 영화 장면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이때 여행만 해도 유럽엔 거의 처음이라 매 순간이 새롭고 설렜다.

당시 나는 학교에 치어 살다가 봄방학을 맞아 여행을 한 거였는데, 한창 바쁜 학기 중이라 여행 계획이나 사전 조사를 일절 하지 못한 채 동생의 리드를 따랐다. (파워 J 동생, 땡큐!!)

그래서 제네바에서 몽블랑으로 가는 길이 어떤지, 샤모니는 또 무슨 동네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채로 이동했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샤모니에 있는 그 순간이 더욱더 행복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실망한 마음을 프랑스 샤모니에서 위로받으며 몽블랑 케이블카 티켓부스로 갔다.


케이블카 티켓엔 두 가지 종류가 있었다:

1번 티켓: 정상까지 올라가는 루트

2번 티켓: 중간에 내려서 구경하는 저렴한 루트


1번 티켓은 2번 티켓보다 70유로 정도 비쌌다.

우리 둘이 2번 티켓을 사면 무려 140유로를 아낄 수 있잖아..!?

동생과 한참을 고민했다.

기왕 온 거 정상까지 갈까..? 아니야, 굳이 정상까지 안 가도 충분히 멋있을 거야.. 140유로 아낄 수 있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백 번 갈팡질팡했다.


우리의 최종 결정은! 저렴한 티켓 구매!

당시 우리에게 140유로는 굉장히 큰돈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아쉽지만 정상까지 가는 건 포기했다.


저렴한 티켓을 손에 쥔 채 케이블카를 타고 알프스 설산을 쭉쭉 올라갔다.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 많은 봉우리가 보이고 시야가 트이면서 사람들의 감탄사도 더 활발해졌다.


일정 높이로 다다르니 케이블카가 멈췄다.

“저렴한 2번 티켓 사신 승객들은 여기서 내리세요~ ^^”

우리의 목적지였다.

야속하게도 1번, 2번 티켓 소유자들 모두 같은 케이블카에 타고 가다가 2번 티켓 소유자들만 중간에서 내리고 나머지는 정상까지 올라가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쳇.. 안 그래도 아쉬운데 비교라도 안되게 케이블카 구분이라도 해주지.


그런데 이게 웬일? 거기서 내린 승객은 나와 동생 둘 뿐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거였다!!


‘진짜 우리 둘만 여기 내린다고..?‘


그렇다.. 우리만 저렴한 티켓을 샀던 것이다.

서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ㅠㅠ

그냥 정상까지 가는 티켓 살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둘이 덩그러니 설산 중턱에서 내렸다.

충분히 황홀했다. (당연하지, 정상을 안가봤으니 비교도 못 하니까)

“오히려 더 좋네, 사람들도 없고!”

고개를 들고 360도 돌면 알프스 절경이 끝나지 않는 파노라마였다. 어디 한 군데에 시선을 머무를 필요가 없이 모든 게 너무 입체적이었다.

구름의 움직임까지도 마치 처음 보는 현상처럼 느껴졌다.


아, 시선이 머무는 한 군데가 있었다.

케이블카의 최종 도착지인 몽블랑 정상, 거기에 내린 사람들.


그들은 고개를 치켜들지 않고 알프스 절경을 보고 있구나.

흥, 그런데 저긴 너무 바글바글해, 우리가 있는 자리가 더 나아~ 140유로 더 들여서 올라가봐짜 큰 차이 없었을 거야. 한껏 합리화를 해댔다.


엄마 아빠가 여기를 꼭 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엄마 아빠는 돈 아끼지 말고 꼭 정상까지 가게 권유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찬 바람 부는 설산 한 중턱이었지만 장갑을 끼고 스케치북과 펜 뚜껑을 열었다.


우리가 내린 곳엔 굳게 닫힌 오두막 Bar가 하나 있었다. 그 많은 승객들 중 여기서 내린 사람은 우리 둘 뿐이니, 여기서 장사가 잘 될 리가 없지. ㅋㅋㅋ

게다가 돈 아끼려고 여기서 내렸는데, Bar 따위에서 돈을 쓰겠어? ㅋㅋㅋ

폐업한듯한 Bar 건물은 우리 스케치의 오브제로 활용되었다. 솔직히 이 오두막 술집이 없었다면 스케치북을 펼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2317m 고도를 인증해주는 오두막 술집


흑백 스케치로만 남겼으니 여기가 알프스라는 건 나만 알겠지?

스케치를 끝내고 나니 케이블카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저렴한 티켓 산 두 명 잊지 않고 픽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게, 140유로를 아낀 우리의 몽블랑 (중턱)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여행의 피크는 (literally and metaphorically) 단연 몽블랑이었다.


단, 피크에서 쪼-끔 낮은 피크……

(아쉽지 않아, 아쉽지 않아, 후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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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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