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찰스강

Harvard Bridge, Mass Ave.

by 연주신쥬디

봄방학 일주일간 스케치북에 유럽 이모저모를 담았던 3월 스케치 다음장은 바로 9월로 건너뛴다.


몽블랑 그림을 마지막으로 유럽을 떠나 내 일상의 터전, 보스턴 버클리음대로 돌아와서 여행 스케치북은 한동안 서랍 속에 조용히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은 마지막기여서 유난히 바빴다.

최대 학점을 들어가며 복수전공 마무리하랴, 부수적으로 연주하랴, 알바하랴, 교회 활동하랴, 내가 생각해도 그때의 나는 참 대견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엔 금요 예배 반주를 하러 갔다.

보스턴에 있는 4년 반동안 내 모든 금요일 저녁은 교회에서 보냈다. 그땐 그게 좋았고 당연한 거였는데 솔직히 조금은 후회가 된다. 후회에 대해 쓰자면 한 편의 에세이가 될 테니 그건 접어두고…


아무튼, 교회에 가려면 하버드 브리지 위로 찰스강을 건너야 했다. 주로 버스를 타고 다녔지만 날씨가 좋은 날엔 40분쯤 걸리는 거리를 일부러 걸었다.

(사실 보스턴 버스 배차간격은 예측불가라 버스 기다리고 타는 것보다 걷는 게 더 빠를 때도 있었다. 한국이었으면 말도 안 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었다.)


9월의 한 금요일엔 일부러 스케치북을 챙겨서 교회로 걸어갔다.

매주 보는 찰스강도 내년이면 못 볼 테니 애증의 하버드 브리지에서 한 장면 그리자!


Harvard Bridge에 서서 바라본 보스턴 Charles River

바람이 무-지하게 부는 가을날이었다.

스케치북 페이지가 휘날리고 내 머리는 삭발하고 싶을 정도로 난리를 치는데 하필 머리끈도 없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한 페이지를 채웠다.


보스턴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든 찰스강에 추억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눈코 뜰 새 없이 일상에 치여 살다가 잠시나마 여유를 찾았던 곳이 내겐 찰스강이었다.


짧아서 더 소중했던 꽃이 만개한 봄, 나 빼고 모두가 여유 있어 보이는 여름, 날마다 짧아지는 해가 느껴지는 가을, 칼바람 부는 혹독한 겨울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았던 찰스강.


손바닥만한 종이에 급하게 끄적인 흑백 그림이지만, 수백 번 이 뷰를 지나며 내가 했던 생각들과 떨쳐버린 마음의 짐을 생각하면 60장의 여행 그림 중에 가장 다채로운 그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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