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해변 자전거 라이딩
찬양 사역팀과 캘리포니아 일대를 누비는 동안 캘리포니아에 사는 보고 싶던 사람들과 재회하는 반가운 순간이 있었다.
보스턴에서 같은 교회를 다니던 내 “짝꿍언니“가 그중 한 명이었다.
보스턴 유명 대학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짝꿍언니는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우린 일명 K-장녀!
우린 책임감 없거나 쉽게 징징거리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어진 일 그 이상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린 고생을 같이 할 때가 많았고, 서로를 위해 눈물도 흘리고 기도도 해주는 끈끈한 전우 같은 사이로 지내며 성장했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한창 철없을 20대 초반이었는데 지나치게 일찍 철이 든 애어른이었던 것 같다.
그걸 그때도 알고 있었다. “우린 애늙은이야, 이러기 싫은데 “ 하면서도 애늙은이 정신줄을 놓지 못했다.
우리가 큰맘 먹고 했던 일탈은 딱 한번 있었다: 피어싱샵 가서 귀에 피어싱 하기.
미국에서 피어싱을 하려면 전문샵에 가서 신분증도 보여주고 동의서도 작성할 만큼 씨리어스 한 이벤트다.
그리고 피어싱샵은 대부분 분위기가 어두컴컴해서 양지의 느낌은 아니다.
술도 한 모금 안 마시던 우리가 그런 곳에 가서 귀 연골을 뚫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탈이었다.
그런 대단한 일탈을 같이 범행(?)하고 우린 스트레스를 다 날렸다며 굉장히 뿌듯해했다.
짝꿍언니가 졸업을 하고 보스턴을 떠난 날, 나는 엉엉 울었고 항상 언니를 많이 보고 싶어 했다.
그런 와중에 이번 찬양 사역 덕분에 LA에 살고 있는 언니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산타모니카에서 언니를 만나 실컷 수다를 떨고 옆에 있는 베니스 해변으로 갔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었다.
야자수 그림자가 드리워진 해변 모래사장에 시원하게 뚫린 자전거도로라니!
우린 자전거 렌탈샵에서 자전거를 한 대씩 빌려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타모니카, 베니스 해변을 신나게 달렸다.
자전거를 타느라 스케치북을 펼칠 틈이 없었다.
대신, 라이딩을 끝내고 파라솔 밑에 앉아 언니가 찍어준 내 사진을 스케치북에 옮겨 그렸다.
그림에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날 나는 좋아하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꽃무늬 원피스 입고 여름 공기 마시며 자전거 타는 Thanksgiving 방학이라니, 그것도 짝꿍언니랑!
추운 보스턴에서 꽁꽁 껴입고 터덜터덜 연습실과 스튜디오를 왕복하는 일상에서 완벽히 벗어난 순간이었다.
학교 다니는 동안 이런 일탈 여행은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번 없었다.
시간도 없었을뿐더러, 여행을 가려면 다 돈인데, 나는 돈을 버는 대로 한국 가는 비용을 모으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찬양 사역은 후원자 분들께서 숙식을 제공해 주셨으니 다녀올 수 있었지, 내돈내산으로 일주일간 캘리포니아 여행 다녀오기란 불가능이었다.
그 어떤 때보다 쉼과 기분 전환이 필요했던 때에, 가장 보고 싶었던 짝꿍언니와 이렇게 상쾌한 라이딩을 하는 건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찬양 예배 반주자로 섬기는 것도 좋아하셨겠지만, 그보다 내가 짝꿍언니랑 이렇게 놀고 쉬는 걸 보고 더 기뻐하셨을지도 모른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