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깃글 Oct 29. 2019

내 책장을 소개합니다

삼 년 남짓 살았던 내 자취방에도 책이 쌓여간다.
보지 않은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들이 반 정도는 되는 듯하다.

<모바일 트렌드> <트렌드 코리아> <한국인이 열광할 세게 트렌드> <마켓 4.0> <넛지> <프로파간다> 광고/홍보/마케팅을 분야에서 무엇이라도 읽으려고 바등바등 샀던 온갖 트렌드 책들. 약 1년 간 제일기획 인적성 스터디를 하면서 세상을 트렌드와 인사이트로 바라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카피책>을 보고 광고의 한 매력에 빠지기도 하고, <대한민국 광고회사 취업 패스워드>나 <기획의 정석>을 사서 특이한 제일기획 인적성을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지. 노력에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참 아쉬우면서도 값진 경험.

어쩌다가 카드회사 최종면접까지 가면서 경제학과도 담쌓았던 내가 책이라도 샀던 <한국경제 대전망>, <상식밖의 경제학>,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휴, 1/10은 읽었나?

문학도라는 자부심은 없지만 어쩌다 보니 시집도 꽤 있다. 최근에 동기에게 선물했던 박준 시집도 있었고, 나희덕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왠지 국문학도의 필수템 같은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최근에 선물 받은 나태주 <마음이 살짝 기운다>도 있고, 트레바리 입문하며 받았던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도 보인다.
참 부족한 지식이 많지만 세계사는 무지 약해 샀던 <장영란의 그리스 신화>, <너무 재밌어서 잠 못드는 세계사> 그리고 이 두 책은 제대로 펴본 적이 없어 여전히 나는 매우 무식하다.

약속 시간이 애매한 날, 중고서점이나 서점에 들러 슥슥 둘러보다 샀던 <고통 말고 보통>이라는 산문집. 대기업을 퇴사한 사람의 일상과 단상이 가득했는데, 읽다보니 조금 안 맞아서 덮었던 것 같다. 작은 책이 너무 귀여워 샀던 더클래식 미니북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도 문체가 안 맞았어. 까뮈의 <이방인>은 반 이상 읽었는데 2년이 지나서인지 기억나지 않은 채로 책을 닫아버렸다. 아참, 친구가 선물해줬던 <자기만의 방>도 아직 펼치지 않았네!

생일선물로 받았던 <빵 고르듯 살고 싶다> 그 옆에는 친구 집들이에 자신의 책을 가져와 랜덤으로 뽑기 해서 걸렸던 코리 닥터로우의 <리틀 브라더> 소설. 핑크 표지는 매력적이지만 내가 표지를 과연 열 수 있을까? 그 옆에는 회사 독서동호회라 꾸준히 책을 구매하게 된 김에 샀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보인다. 영화 컨택트를 너무 흥미롭게 보았던 터라 사게 되었는데, 또 책을 읽어낼 동력이 떨어져 저 멀리 두어버렸다.

저 멀리에는 따로 책장을 마련해 모으고 있는 원피스 만화책 1-10권이 있다. 아, 11권부터 쭉 사야 하는데 왜 이렇게 재정난이 오는 것일까? 만화책도 한 숨에 읽어내리고 사버리고 모아버려야 한다. 어이구 저기 한편에는 또 내가 다녀온 방콕이라든가 삿포로 책이 있다. 원래는 책을 잘 보지 않았는데, 여행 때 '활자'와 '사진'이 '인쇄'된 것을 들고 다니는 게 심적으로 편함을 느꼈다. 나 나이 든 거지, 그치?

잡지가 조금 대세였던 시기에 구매했던 <우먼카인드>, <뉴필로소퍼>, <매거진 B>, <모노그래프>도 한 권씩 있다. 그 옆에는 1년간 보다말다 했던 시사주간지 <한겨레21>도 드문드문 꽂혀있네, 분명히 이사하거나 청소할 때 다 버릴 것 같어. 한편에는 열몇 권의 <빅이슈>가 모여져 있다. 예전엔 길 지나가서 마주칠 때마다 한 권씩 사곤 했는데, 그 안의 내용 구성이 아쉽기도 하고, 진짜 읽지도 않으면서 그저 동정심에 구매하는 것 같은 내 모습에 위선을 느끼기도 해서 멈춰버렸다. 그래도 좋은 일인데, 다시 구매해도 좋겠다.

이렇게 책장의 책들만 봐도 할 말이 많다. 책을 다 읽지 않았어도,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은 넘쳐나서 즐거웁다. 그래서 책을 사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출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