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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깃글 Nov 28. 2019

욕심

누군가의 도끼. 누군가의 나무

 사주는 갑목,  나무라고 그랬다.
 나무는   자라기 위해서는 곁에서 가지를 쳐주는 도끼와 같은 존재도 필요하다.
나에게 가족은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도끼다. 특히 엄마, 할머니가 그러셨다.

‘1 하려고 하지 마라’
시험기간에   잘해보려고 아등바등하는 내게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공부  그만 해라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 집안에서 비교적 교과서를 펼치는 편인 나에게 엄마가 말씀하셨다.

자꾸 위만 바라보려고 하지 마라’
 나은 곳으로(낫다는  이제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직하려는 내게 아빠가 말씀하셨다.

오늘  자리로 내가 주문한 책이  권이나 배송되었다. 독서동호회에서 분기 별로 구매했던    위로  올려두었다. 그러고 왼쪽 책장에 꽂혀있는  읽지 않은  권의 책이 보였다. 하나는 혁신 어쩌고 회사에서 지원해준 일로 구매한 , 하나는 회사에서 빌려온 ...
종이와 펜을 들고,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하더라 날짜를 끄적이다 머리가 약간 아파 내려놓았다.

나는  욕심이 많다
오늘 책 뭉치를 보며 다섯 번은 되뇐 문장이다.

운동은 이때 가야 한다, 영어학원은 언제 언제 가야지 횟수를 충분하게 채울  있겠다,  친구와는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까, 항상 스마트폰  캘린더는 쉴틈이 없다.  욕심을 부렸다.

언제까지 곁에서 누군가가 도끼질을 해주며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스스로 도끼가 되어 잘라낼 줄도 알아야 하고, 쓰디쓴 거름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성장을 인내해야 한다. 그렇게 멋지게 성장해서 겉모습뿐만 아니라 뿌리도,  깊이도 아주  나무가 되어  작은 욕심을 키우는 어린나무들을 베어주고 보듬어주는 도끼의 손잡이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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