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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깃글 Sep 30. 2019

여행이 남긴 것들

사진으로도 충분히 벅차도록 아름다운 포르투


여행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정도로 좋아한다.

여행 이야기를 꺼내면, 두 눈 반짝반짝 거리며
'나도 할 말 있어요', '나도 거기 가봤어요', '나는 어땠어요' 주절거리고 싶어 안달이 난다.

말이 나온 김에 내 책상 위를 둘러보았다.

베네치아에서 사 온 목각인형
타이베이를 담은 엽서 두어 장
포르투갈 상징인 화려한 타일 마그넷
베트남 모자 마그넷
푸틴도 즐겨 마신다는 미니 보드카 벨루가
오타루에서 사 온 오르골

와, 나열하다 보니 많다.
그중에 서너 개는 선물 받은 거지만
다 다녀오긴 했다.

유럽 교환학생을 시작으로 여행에 발을 들이고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러시아, 에스토니아, 체코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대만, 포르투갈, 또 러시아, 일본(x4), 베트남, 태국을 다녀왔다.
정말 많기도 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가보고 싶은 나라가 가득하지만
여행을 가면 갈수록 다음에 또 떠날 계획에 사로잡힌다.
아메리카를 가고 싶다.
아 아직 그리스, 터키도 못 가보았다.
호주, 뉴질랜드는 또 어떻고...

최근 독서 모임 때 <유럽 도시기행 1>을 읽고 만났지만
책보다는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 데 여념이 없었다.

우리에게 여행은 늘 행복과 설렘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잘못 먹은 음식으로 인한 고통,
소매치기당한 물건의 소중함,
무서운 밤과 골목에서의 두려움,
통하지 않는 의사소통으로 겪는 답답함,
더위, 추위와 피로.

그럼에도 여행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여행이 끝나고 사진을 보며
기억 속에 남아있는 추억을 꺼내며
그랬었지, 좋았다 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켜지도 않는 오르골
마시지도 않는 보드카를 바라보며
바로 그때 그곳에서 있었던 향기, 소리, 장면이 얼핏 스쳐가기 때문인 듯하다.

국내 여행도 최고, 아직은 많이 안 알려진 김천 직지사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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