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모두 품절인 이유
괜찮은 남자는 모두 결혼했거나 게이라는 고전속담(?)이 있다. 아무래도 진짜 같다.
연초에는 업무로 우연히 만난 한 분이 너무 괜찮았다. 사근사근 다정한 말투, 따뜻한 배려, 가끔 소년처럼 수줍어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일에 대해서는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었던 것 같다. 그러나 며칠만에 죽고못사는 여친이 있음을 확인하고 실망했더랬다.
그리고 최근의 또 한분. 그분은 좀처럼 표정을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에, 경력이 묻어나는 여유로운 태도로 다소 어려운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주었으나, 알고보면 재미있는 반전있는 분이었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에게 적절히 공감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매력을 발사했는데, 알고보니 애기가 둘이었다.
휴...... 엄청시리 뜨거운 사랑에 빠진 것도 아니건만, 좋은 봄날 오후에 그냥 힘이 쭉 빠지고 말았다. 뭐라도 시도하기 전에 일단 안되는 상대들이라니. 그것도 2회 연속으로. 왜, 도대체 왜?! 괜찮은 남자들은 이미 모두 임자가 있는걸까???
지극히 당연히 내눈에 괜찮은 남자는 남의 눈에도 괜찮다. 그러므로 여시같은 똑똑이들이 진작에 채가서 솔드아웃시켰겠지. 이것은 고전 가설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하나의 가설을 조심스레 제기해본다. : '그들은 연애하고 결혼하고 애키우면서 괜찮아진 것이다.' 특히 두번째분 때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알레르기나 몸살에 시달리는 나를 안쓰러워 하고 걱정하는 말을 해주던게, 가만히 돌이켜보니 우리네 아버지의 마음 아니던가...! 또 그가 여자의 행동을 잘 알고 이해한다는 느낌을 준 적이 있었는데, 그분은 실제로 지금 여자들(아내,딸래미)과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슬프고도 희망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먼저 슬픈 것은, 매력적인 남자는 임자가 있다는 말은 정말 일리가 있다는 거다. 앞으로도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면 자나깨나 불조심, 아니 임자조심을 해야 험한 꼴을 피할 수 있겠다. 희망적인 사실은, 지금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도 연애를 통해 여자를 더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더 괜찮은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 그냥 희망해보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