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 n년차,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은 이 길을 떠났다.
약 n년 전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내가 배치받은 사업부 안에는 내 또래의 동기가 두명 더 있었다. 우리 셋은 회사 생활 중에 남 모르게 자잘한 도움을 주고 받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꽤나 놀러다녔다. 그들과 기차를 타고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 가거나, 주말에 먹을 것을 챙겨 서울숲으로 한나절 피크닉을 가기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 셋은 공통적으로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조직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우리는 종종 그런 문화나, 그 문화에 부역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농담을 하거나, 그토록 싫어도 그 문화와 그 사람들을 따라야하는 스스로의 처지를 풍자하며 웃었고, 때로는 분노의 음주(!)를 함께 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떠난 친구는 더 이상 이런 회사 생활이 아닌, 다른 삶을 꿈꾸며 떠났다. 그는 당시만 해도 핫하기는 커녕 생소하기까지 했던 익선동에 음식점을 차려볼까, 혹은 먼 지방의 문화 재단에 취직을 해볼까 하는 궁리를 하며 사표를 썼다.
또 다른 친구는 대학생 때부터 좋아했던 연극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은 연극을 하면서 굶어죽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자금을 모으는 인고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선배들은 그를 말리고 또 말렸지만, 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떠났다.
어디 내 곁의 동기들 뿐이었을까. 대학교 시절 내내 나를 포함한 네명의 여자들이 함께 친하게 지냈는데, 네명 모두 대학을 졸업한 직후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는 기업에 모두 취직했었다. 그러나 몇년 되지 않아 한 명은 프리랜서가, 또 한명은 자영업자가 되었고 결국 나를 포함한 두 명만 지금까지 직장인으로 남아있다.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이 숱한 사람들이 대체 다 어디에 수용될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많은 직장인들의 얼굴을 만난다. 출퇴근시간 지하철역 통로에 너울치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직장인들의 행렬. 직장인은 실로 공기 중의 먼지만큼이나 흔한 것 같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은 이 길을 떠나기도 했다. 한 회사에서 몇년간이나 지내는 것은 의외로 흔치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 또 누구나의 삶이 다 그러하듯, 월화수목금 매일 똑같아 보이는 직장인의 삶에도 서사와 감상이 있다.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에 그 날 전체의 풍경이 바뀌는 날도 있다.
생각이 나는 대로 남겨보자. 흔하디 흔한 한 직장인의 월화수목금의 서사, 그리고 내면의 폭풍같은 감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