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어느 날의 아윤이
또래보다 말이 느렸던 이아유니.
하지만 말문이 트이자,
매일이 조잘조잘 이었다.
요즘은 그 조잘거림에 깊이까지 생겼다.
그 깊이는 유치원이 한몫 톡톡히 했다.
아윤이는 유치원 가는 걸 싫어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유치원에서 다쳐와 통깁스를 하게 됐다.
한 달 진단.
아윤이에게 유치원은 이제 몸도 마음도 다치는 곳이 돼버렸다.
그 아이를 그곳에 보낸 건 나였다.
나의 선택이었고, 나의 결정이었다.
그런 유치원에서 아이는 마음도, 몸도 상처받았다.
그런 아윤이를 보며 나는 결심했다.
지금 이 아이에게 필요한 건 ‘회복’이라고.
늘 잡을 때마다 초긴장하는 초보운전이 운전대를 잡고,
아윤이가 가고 싶다던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윤이에게는 병원 간다고 비밀을 살짝 감췄다.
뒷자리에서 조잘대는 아이를 보며,
‘이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까’ 상상했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
아윤이가 말했다.
“엄마, 뭐야~ 여기 병원 아니잖아. 대박!!”
그 순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얘 진짜, 내 친구가 되어가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다.
평일의 아쿠아리움은 평화 그 자체였다.
운 좋게 인어공주 쇼도 보고,
바다사자 설명회도 들었다.
아윤이에게는 네 번째 아쿠아리움이었지만,
그날처럼 환하게 웃었던 적은 없었다.
통깁스를 한 채로도
그 어떤 날보다 밝았다.
나는 물었다.
“힘들지만 유치원 잘 가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가 준비한 깜짝 선물, 어때? 마음에 들어?”
아윤이는 대답했다.
“응! 엄마, 나 진짜 깜짝 놀랐잖아!
나 지금 행복해!!”
그 말에 나는 웃었다.
그리고 그렇게,
‘서프라이즈 중독’에 빠지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 주차를 하고,
아윤이가 좋아하는 초록 버스 로기를 탔다.
진짜 목적지 정형외과에 들렀다.
아윤이는 혼자 엑스레이도 잘 찍고,
소풍날까지 깁스를 해야 한다는 소식에도
변함없이 신이 나 있었다.
진료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순간.
개천 옆, 분수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바람이 솔솔 불고, 하늘은 맑았다.
아윤이, 햇살, 바람, 분수—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모두 있는 순간이었다.
그 아이는 내 손을 잡고 조잘조잘.
그 모든 소소한 것들이
아윤이로부터 흘러나온 행복에 닿아
오늘의 나를 완성해 줬다.
아윤이가 행복하면,
엄마는 두 배, 세 배… 아니,
백 배, 천 배, 억 배로 행복해